- 안데르센의 나라에서 펼쳐지는어린이공연예술축제
덴마크의 Aprilfestival (4월 축제)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로
매 해 4월에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축제명도 Aprilfestival, 4월 축제다. 올해는 4월 23일부터 30일까지 손더보그 Sⵁnderborg에서 열린다. 이 기간에 축제가 열리는 것은 덴마크의 예술 지원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다음 학년에 초청할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4월에 축제를 여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공연을 유치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공연을 초청하면 먼저 공연료 100%를 지방정부에서 공연단에 지불한다. 그리고 이후에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50%를 보존해준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덴마크만의 특징은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유엔 아동권리 협약 제31조(어린이는 누구나 균등하게 문화예술과 여가를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에 근거하여 영유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도 유엔의 회원국인 이상 이 협약에 근거하여 어린이∙청소년들이 문화예술과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Aprilfestival의 규모를 살펴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7년에는 110개의 극단에서 700여개의 공연을 펼친다. 축제를 여는 방법은 우리나라 전국체전과 같이 매년 다른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데, 비교적 작은 도시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Sonderborg라는 도시에서 펼쳐지는데, 축제를 유치한 도시는 도시의 모든 어린이들이 최소 1번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작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신작 위주로 공연 축제가 열리지만 이 축제는 신작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다. 이번 축제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는 필자가 2007년에 본 작품도 올라와 있다. 공연예술축제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작품들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 교실이나 운동장, 중앙계단 같은 곳에서 펼쳐진다. 이것은 학교나 유치원에서 작품을 초청해서 공연하는 환경과 일치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함이다.
우리의 경우 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을 전문가라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해서 산간오지 순회공연에 보낸다. 그런데 무대나 조명 등 여러 가지 극장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공연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동일한 조건에서 작품을 선택한다. 각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자기들이 초청하고 싶은 작품을 이 축제에 와서 선택하는 것이다.
축제가 열리는 주중에는 아이들이 무료로 공연을 본다. 물론 덴마크 교사들도 무료이다. 외국 게스트들은 120유로를 내고 축제 본부에 접수를 하고 예약을 해서 일정 수의 공연을 본다. 물론 발품을 팔아 직접 공연장을 찾을 경우, 게스트 리스트를 갖고 있으면 현지 관객들이 입장한 다음 빈자리가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작품 중 <Mito and Dito(미토엔 디토)>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작품은 매우 오래 된 작품이다. 국내에도 몇 차례 초청된 바 있다. 공연은 “미토”와 “디토”라는 단 두 마디로 이뤄진다. 장치도 커다란 박스면 된다.
미토와 디토는 친구다. 이들은 서로 이름을 부르며 재미있게 놀이를 한다. 그러다가 서로 다투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싸운다. 드디어 줄을 긋고 서로 넘지 않기로 한다. 그렇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 노는 것은 금방 지루해진다. 서로 몰래 선을 넘다가 결국 그 선을 없애고 다시 친구가 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은유와 시사성을 분단된 우리에게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Theater Gruppe 38’은 음악과 테크놀러지를 잘 활용하는 극단이다.
이번 축제에는 <침대 아래 어두움>이란 작품이 인상적인데, 아이 방에 부모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배우가 영상 안에서 움직이면서 영상과 일체를 이룬다. 아이라고 해서 어린 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대머리의 중년 배우가 아이 역을 한다. 호, 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미래 공연예술의 방향성을 살필 때 반드시 주목을 해야 할 집단이다. 0세에서 3세 아이들의 작품으로는 Arthotel 극단의 <1-2-3-nU>를 살펴본다.
이 작품은 영상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림책 이미지를 영상으로 표현해서 그림이 움직인다. 거기다가 배우가 영상과 일체가 되어 입체감을 더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림(영상) 속 아이를 따라 사과를 따려고 점프를 한다. 놀이와 감상이 적절하게 결합되어 있다. 영상을 통한 교감,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모두 만족시키는 미래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 작품은 덴마크 작품처럼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프랑스 Arcosm 극단의 Bounce과 벨줌 Gare Centrale 극단의 Ressacs, 그리고 중국 국립극단의 Three Monks가 있다. 그 중에 프랑스 극단의 Bounce는 Dance Theater 형식의 작품으로 7세 이상 권장하는 작품인데, 한 남자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내용이다. 대사 없이 몸짓으로 진행한다. 음악과 움직임이 잘 어우러진 시적인 작품이다.
덴마크 어린이극을 이야기하면서 ‘극단 바티다’의 작업을 넘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바티다는 다음 기회에 특별히 조명해보려고 한다. 물론 스웨덴 작품들도 따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 자금으로 순회공연을 하는 경우, 엄격한(?)심사를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그런데 심사를 하는 분들이 신청된 작품을 다 알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전문가니까 믿어야 한다고, 그래야 공적 자금을 쓰는 명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은 소비자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공평한 일이 아닐까. 소비자가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나 유치원에서 공연할 작품들을 한 자리에 올려놓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게 하는, 이러한 축제가 생기기를 바라면서 마무리 한다.
송인현 (극단 민들레 대표,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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