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간의 다양한 공연, 체험, 전시, 2,000명 관객 성황
인도, 캐나다 자연 예술 교류, 창작동요 100주년, 독일 가곡 등 프로그램 풍성
한여름 들판 너머 석양이 붉게 물들어갈 무렵, 파릇한 잔디마당 한가운데 오롯한 그랜드피아노 한 대의 선율에 저음의 묵직한 베이스 바리톤의 노래로 독일 가곡(Lied) 슈베르트의 ‘물방앗간의 아가씨 Die schöne Müllerin, D. 795’ 가 울려 퍼졌다.
“품앗이축제에서 독일 가곡 ‘물방앗간의 아가씨’를 들으니
자연 풍경과 어울려 더욱 깊은 감동이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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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는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와 가족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젊은 연인과 친구들 등 다양한 관객이 자리해 음악에 몰두했다. 바리톤 한혜열이 앵콜곡으로 준비한 동요 ‘안아줄래’를 부르자 엄마들은 아기를 더욱 꼭 껴안아 주었다.
지난 8월 23일(토)부터 25일(일)까지 3일간 경기도 화성시 이화뱅이곶마을에서 펼쳐진 <품앗이공연예술축제>는 음악과 연극, 탈춤, 체험, 전시 등 다채로운 장르의 예술로 작은 시골마을을 특별한 공간으로 채색했다.
올해 16회째 맞은 <품앗이공연예술축제>는 이곳이 고향인 송인현 예술감독의 오랜 공력으로 가꾸어 온 민들레연극마을에 자리잡아 축제명처럼 온 마을이 ‘품앗이’로 협력해 예술을 꽃 피워오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농촌마을의 일상적 풍경이 펼쳐지는 고추밭을 지나는 마을 초입에서부터 안내하는 하얀 깃발을 따라 들어서면 배추밭 옆으로 등나무 우거진 오솔길로 넝쿨극장이 나오고, 마을 창고는 별극장으로, 이화3리 경로당 마을회관은 마을식당으로 변모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페스티벌의 축소판인 양 일상에 스며든 마을 곳곳의 작은 극장에서는 해외초청작으로 참가한 인도 연극팀의 찰흙 인형극 'Maati Katha(Earth Stories)'가 전개되고, 캐나다 Puzzle Theatre의 <Woods>가 나무의 생명력을 탐험하는 체험이 진행되고, 창작동요가 울리고, 탈춤과 방정환 연극이 공연됐다.
민들레연극마을의 레퍼토리인 ‘노래주머니’ 공연은 봉산탈춤 전승교육사인 송인현 감독이 직접 출연해 탈춤의 진수를 보였는데, 화성의 중요 문화유산인 이동안 선생의 ‘발탈’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있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비를 맞으면서 공연하기도 하고, 무더위를 참으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에는 즐거움이 비치기도 했다. 축제 잔디마당은 밤 10시까지 동요 선율이 흘렀다.
마침, 넝쿨극장 앞에서 만난 풀피리 연주자가 고추밭 옆의 풀잎사귀 하나를 따더니 즉석에서 ‘섬집아기’를 연주해서 따라 해봤다. 시골 풀밭에서 풀피리를 만들어 불어보는 체험은 동심을 불러일으키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으키며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시골마을의 자연 속에서 펼쳐진 <품앗이공연예술축제>는 사랑채극장, 테라스극장, 별극장, 넝쿨극장, 다랭이극장, 잔디마당 곳곳에서 3일간 총 2천여 명의 관람객이 참가해 축제의 흥을 더했다.
임효정 기자 / 화성 민들레연극마을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