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8 여순 사건의 역사와 진실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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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해서다. 10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여수 예울마루대극장에 올려지는 오페라 <1948 바다에 핀 동백>은 현대사의 비극을 오페라로 제작해 다큐멘터리를 뛰어 넘는 감동과 예술적 승화를 시도한다.
여순사건 75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75주기를 맞아 4회째 올리는 무대다. 아리아를 통해 관객들은 사건 당시 참상을 기억하고 70년이 넘는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나아가 용서와 화해를 통해 여순사건의 상처를 극복하고 화합과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울림이 퍼져나간다.
여수시가 주최하고,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18년 <1948 그날의 기억 침묵>을 첫 무대로 시작해 올해 완전히 새로운 창작진으로 디벨롭해 <1948 바다에 핀 동백> 으로 거듭났다.
대개 지역 콘텐츠의 일환으로 제작되어 일회성으로 사장돼 버리곤 하는 오페라와 달리 꾸준히 4회째 지속되는 역사오페라는 발전지향적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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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박영란 |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오페라를 만들려고 했다"
작곡가 박영란은 "현대음악, 아리아, 중창, 합창 중심, 국악과 양악의 융합, 고전 무용과 현대무용, 판소리가 등장하는 등 총체극으로서의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다. 난해한 기교의 성악이나 지루한 레치타티보 보다 가창의 멜로디를 살렸고, 참혹한 아픔을 승화하기 위해서 레퀴엠 기법 등을 차용했다.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오페라를 만들려고 고심했다"고 말했다.
박영란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피아노 협주곡으로 만든 것을 비롯해 오페라 <미스킴> 등 다양한 기악과 관현악곡들을 통해 능숙한 솜씨를 보이며 작품성을 이어가고 있다.
탁계석 대본가는 "작품성못지 않게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르의 융합은 물론 지역의 향토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극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연극적 대사도 사용하는 등 그간 역사 오페라물에서 자주 지적되었던 과다한 공연 시간, 스케일의 무게감을 압축하면서도 효과적인 전달에 중점을 두었다."며, "오페라 <바다에 핀 동백>이 K-오페라의 새 방향 제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바다에 핀 동백>은 4막 7장 구성으로 중간 휴식없이 100분이다. 여기에 서곡과 마지막 커튼콜 송을 포함하면 지금까지의 역사물 오페라 가운데서 최압축 버전이다.
무대에는 극단 <이랑>,여수 시립합창단ㆍ시민합창단ㆍ어린이ㆍ송영탁 배우ㆍ여수 심포니오케스트라, 25현 가야금ㆍ해금ㆍ거문고ㆍ소아쟁ㆍ장고ㆍ국악 타악기 편성입이 등장한다.
강해수 총감독은 "오페라가 기록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극화(劇畫)를 통해서 그 오해와 진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전해야 한다. 오늘과 내일의 미래 세대에게 메시지를 던져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사회 지도층을 비롯해 여수는 그래서 관심과 수고의 땀을 흘려야 한다. 역사를 잊으면 그 불행의 역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라며, "무엇보다 모토는 화해와 용서, 상생이다. 올해 다시 무대를 올리며 박영란 작곡가를 통해 국악, 우리 것(소리)의 특성을 담아 판소리, 정가 등 우리의 정서로 공감대를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문정숙 예술감독도 "오페라가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정부가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노력과 함께 우리도 용서와 화해로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번 오페라를 만드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라고 강조했다.
여순 오페라 <1948 바다에 핀 동백>은 해방 직후 극심한 혼란 속에서 빚어진 현대사의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 오페라는 복잡하고 형언할 수 없는 역사의 상황들을 오늘의 청중에 맞게 각색했다. 화해와 용서로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희생된 영령들에 대한 깊은 추모와 유가족의 치유와 위안을 담고자 했다.
10.18-19 예울마루 대극장(여수) 7: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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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에 희생자들_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여순사건이 발생 73년 만에 국회에서 2021년 6월 29일 ‘여순사건 특별법'(여수·순천 10·19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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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_LIFE |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