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음악 없는 한국 악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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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80주년 역사 |
새해를 맞아 국립예술단체를 비롯한 각 예술단체들이 2025년 시즌 라인업을 발표했다. 올해는 어떤 신작들이 나올지 기대를 모으며 흥미진진 설레기도 하는데,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며 의아한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케스트라(교향악단)는 서양 고전 명곡들만 연주해야 할까?
우리음악은 어디에서 연주될까? 유럽에서는 동시대 현대음악과 한국음악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데....
지금 목하, 세계는 K-Culture의 트렌드에 주목해 한국의 문화상품들은 인기 상승 중이며, 그에 힘입어 순수예술 분야의 관심도도 높아지며, K-클래식에 대한 글로벌 확장과 관련해 국립예술단체를 위시한 해외공연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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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신동훈이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비올라 협주곡이 초연된 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작곡가 신동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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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작곡가의 비올라 협주곡 라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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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25년 1월 공연 프로그램(2025.1.19(일) - 신동훈 작곡가의 곡이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로 공연한다 |
특히, K-클래식의 글로벌 흐름은 2025년 베를린필하모닉의 신년 벽두 1월 공연에 한국 작곡가 신동훈(42)의 두 곡과 이인식 작곡가의 진도아리랑 등이 프로그램 되면서 화제가 됐다.
1월 11일은 신동훈 작곡가의 신작 비올라 협주곡 '실낱 태양들(Threadsuns)' 이 투간 소키에프 지휘로 세계 초연했고, 1월 19일은 실내악곡으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내 그림자'('My Shadow for string orchestra & piano')가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로 공연한다.
앞서 1월 8일은 이인식 작곡가의 '진도아리랑'이 런치 콘서트에 연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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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정재왈 신임 대표가 "베를린필을 경쟁 상대로 목표" 한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는데, 정작 서울시향은 1월 첫 공연을 말러로 단일 편성해 연주하며 한국 작곡가 곡도, 한국 연주자 협연도 없이 얍 판 츠베덴 감독 지휘에 외국인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의 2인 초청 연주로 새해 첫 연주를 열었다.
세계 제1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필은 독일에서 한국 작곡가의 곡을 한국 연주자가 연주하는데,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악단인 서울시향은 왜 한국 곡을 연주하지 않는걸까?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할 지?.... 그것도 베를린필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서 따라하지도 않는걸까 ....
그래서인지, 서울시향은 올해 10월 말, 미국 순회연주에 신동훈 작곡가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Upon His Ghostly Solitude)’ 곡과 정재일 작곡가의 위촉곡 신작을 프로그램에 끼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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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어떤가?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다비트 라일란트 음악감독과 함께 2025년 시즌을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찾는 새로운 기원’이라는 주제로 현대 작곡가와 여성음악가까지 클래식 음악의 동시대성을 확보한다는 방향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성을 갖는 ‘국립’의 심포니가 1년 시즌 라인업 중 한국 작곡가의 작품은 단 1회 연주할 뿐이다. 상주작곡가 제도를 10년 넘어 운영하며 매회 발표되는 1회의 연주를 할 뿐이다. (단지 '시즌 오프닝 콘서트'(1.15)에 왈츠, 오페라 아리아 등과 함께 우효원 작곡가 위촉곡 두 곡을 연주했다)
상주작곡가 노재봉의 신작(‘디오라마’)은 6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회 공연하고, 이에 앞서 창단 40주년 기념 연주는 한국 작곡가 아닌, '생상스'의 곡으로 라일란트 지휘, 피아노 루이스 로티가 연주한다.
국립심포니의 창단 40주년 기념 연주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역사는 1985년 지휘자 홍연택에 의해 설립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로부터 출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7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첫 외국인 감독으로 현재 다비트 라일란트 감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 이전까지는 국내 지휘자가 음악감독을 맡아왔는데, 라일란트 감독 직전, 제6대 음악감독 정치용 지휘자는 코심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며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해 “100년을 이어갈 전통과 가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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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많은 교향악단이 있는데, 대개 레퍼토리가 비슷한데, 코심은 특별한 색깔을 담아야하지 않을까. 첫 창단 때의 열정, 어려웠던 그 시절의 DNA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코심만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며,
“유럽의 경우 너무 좋은 작곡가가 있었기 때문에 그 곡으로 오케스트라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우리는 전혀 그런 곡이 없어 지금부터 그 일을 해야 한다. 코심을 통해 우리의 훌륭한 작곡가 누구가 나와서 전통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어떤 오케스트라도 그 일을 한 적이 없어 기관으로서 오케스트라 구실을 제대로 못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번부터 코심의 상주작곡가는 무조건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100년이 지나면 전통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새삼 감개무량하게 벅찬 감정이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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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은 2025년 시즌을 음악감독 없이 제5대 상임지휘자이자 악단 역사상 첫 계관지휘자로 정명훈과 함께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총 11회의 정기연주회와 3회의 기획연주회를 발표했는데, 한국 작곡가의 곡이 전무해 아쉽다. 다만, ‘뉴 제네레이션 아티스트’의 무대로 한국 연주자 협연무대를 5회 구성했을 뿐이다.
국립심포니의 라일란트 감독은 전통과 혁신 사이의 ‘새로운 기원’을 강조하며 전통을 존중하며 변화를 지향한다고 밝혔는데, 오케스트라의 전통은 서양 클래식 음악만을 강조하는 것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악단들, 올해, 창단 80주년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창단 40주년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창단 70년의 KBS교향악단 들에서 한국음악, 한국 작곡가의 곡이 찾기 어려워 아쉽다. 100년의 미래를 향한 한국음악 신기원의 도래를 위해 우리 작곡가의 연주가 들려오길 희망해본다.
Editor - in - Chief 임효정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