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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본질의 전승에 국악의 길 있다

기사승인 2017.10.16  04: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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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김정승 (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

김정승 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

창덕궁의 돈화문 앞 건너편 길가에 자그마한 한옥 한 채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돈화문국악당이라는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들어선 지 1년이 지나 이제 자연음향 국악공연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14년 서울시의 남산, 북촌, 돈화문로를 연결하는 국악벨트 추진 사업의 시작으로 창덕궁 앞 주유소를 매입해 지금의 돈화문국악당이 마련된 것인데, 이곳의 운영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맡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김정승 대금연주자가 초대 예술감독으로 이끌고 있다. 김정승 예술감독은 지난 1년 동안 전통 국악의 풍류를 전하고자 다양한 무대를 마련해 140석의 아담한 돈화문국악당이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국악의 각양각색의 멋과 맛을 선보였다. 국악로라고 불리는 돈화문에서 종로3가를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해 소박한 전통미를 풍기는 이곳의 무대를 거쳐 간 명인들과 젊은 국악 연주자들은 김감독의 고심에서 초대됐다. <별례악> <수어지교> <프리&프리> <국악의 맛> 등의 기획 공연에 이어 지난 9월 1일에는 개관 기념일 축하 공연으로 가야금 명인 김일구의 춘향가, 강태홍류 가야금 산조,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의 대표곡이 연주되고, 2일에는 야외축제 <돈화문산대>가 펼쳐졌다. 9월 한 달은 <미래의 명곡> 으로 우리 음악에 대한 독창적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팀들을 선보이며 돈화문국악당의 방향성을 확장해가고 있다. 대금연주자이기도 한 김감독은 정악 분야에 깊은 이해와 경험뿐 아니라 전통악기를 위한 현대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을 높이 평가 받아왔는데, 전통을 담은 오늘의 우리 국악, 그가 앞으로 돈화문국악당에서 펼치고 싶은 국악은 어떤 무대일까.

 

계승은 발현이고, 전통의 본질들은 깊이가 있다. 본질이 전승되어야 한다. 

본질의 전승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

                  ”

 

 

 

Q. 돈화문국악당이 이제 1년이 지났다. 초대 예술감독으로 임명되면서 “민속악부터 궁중음악까지 전통예술을 모두 아우르는 공연장으로, 미래 한국의 현대음악을 만들어가는 공연장으로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었는데, 지난 성과를 돌아본다면

 

우선, 무엇보다 없던 공연장이 생겨서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돈화문국악당에 가면 꽤 볼만한 공연들이 있더라, 마이크를 쓰지 않고 하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 라는 평판을 얻게 된 것 같다. 인지도를 알리는 단계에서, 기획하는 공연은 대개 꽉 차고, 오셨던 관객들이 좋은 공연이었다고 하는 말씀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아티스트들이 자연음향 공연장에 만족하는 것 등 인지도와 결과적으로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국립국악원, 남산국악당 등과 차별화라고 하면? 지향적 콘셉트가 있었는지?

우선은 140석을 꽉 채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고 본다. 국악원 풍류사랑방이나 우면당과는 비교해 관객들이 색다르다, 괜찮네 하는 감상들이었는데,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라기보다는 조금씩 각각 다르다. 돈화문국악당은 우선 한옥 건축의 날 것 같다는 느낌과 극장 형태의 밀집한 느낌의 공간이랄까 - “느낌이 다르다” 는 평가가 나름의 이미지를 만들지않았나 싶다. 음향과 공연의 측면에서 자연적으로 선택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런 과정이 나름의 색깔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자평해본다.

 

연주자의 선정 기준은 어떤가

레퍼토리를 살펴보고 콘텐 츠와 팀의 색깔로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 연주자와 협의해본다.

젊은 연주팀들의 경우 자연음향에 맞지않는 팀들이 있는데, 최대한 적절한 가능성을 찾아보기도 한다.

 

 

- 후발 공연장으로서 극장의 차별화에 대한 모색은

극장마다 차별화된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공공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공공성(예술성)과 대중성은 사실 실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다. 가장 전통적인 정악에서 산조, 명인 열전까지 아이러니가 있다.

사실, 차별화라는 전제는 불필요한 것이 다채로운 특별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 극장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국악의 맛> 같은 프로그램은 한식과 전통음악이 담겨있는 대표적 프로그램인데, 문화의 장독으로 한식의 예술성에 대한 깊은 하나하나의 의미가 있었다. 콩두에서 제공한 한식의 맛을 보며 초여름 미각을 부르는 판소리부터 정가, 연희, 정악, 산조, 민요, 굿까지 국악명인들이 펼치는 격조 높은 무대를 통해 한상 가득한 국악의 맛을 전한 무대였다. <미래의 명곡>은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음악가들의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깊은 연주의 묘미를 감상해볼 수 있었다.

 

- 관객층은 어떠한가

무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층의 관객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돈화문국악당만의 한계가 있다면

우선은 레퍼토리의 제한이 있는데, 극장의 컨디션(환경, 조건) 때문에 못하는 한계는 강점이며 약점이다. 또, 공간의 인지도면에서 극장과 공연 무대를 알리는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적절히 활용해 좋은 극장과 관객을 만족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 그동안 전통음악의 지평을 확장하는 노력들을 기울여왔는데, 전통의 현대화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능이나 테크닉을 넘어서는 무엇, 조상의 얼, 신념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풍류를 즐기는 것, 제 할아버지께서는 교육자로 한 달에 한번 예술인들을 초청해 지인들과 친구들과 모여 풍류를 즐기곤 하셨는데- 옛 사람들의 시사 같은-예악은 그냥 즐거움이고 수양이고 행복이었던 것 같다. 삶속에서 스스로 높은 성취감을 지니며 자긍심(proud)을 갖고 그 안에 묵은 차원 높은 정신적 유산품을 같이 전승해 물려줘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고조부 때부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당시 할아버님은 자신이 거문고를 켜는 풍류객으로 예인들을 후원하고 올곧게 전통음악을 계승해 오며 무형문화재로 추대되셨는데, 유년시절 새벽마다 들려오는 할아버지의 거문고, 단소 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소리가 지금의 나를 국악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계승은 발현이고, 전통의 본질들은 깊이가 있다. 본질이 전승되어야 한다. 본질의 전승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

 

-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자체 제작 공연으로 음악극 <적로>를 가을에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두 예술가의 불꽃같은 삶과 예술혼을 통해 인생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토리에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는세련된 무대와 동시에 친숙한 음악극으로 전통 예술의 진수를 선보이려고 하니 많이들 오셔서 보셨으면 좋겠다.

 

- 이 가을에 어울리는 국악 추천곡이 있다면

음악극 <적로> 중에 나오는 전통음악 한소절로 박병천의 ‘시나위 살풀이’ ‘넋풀이’가 참 좋다.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소리를 만들어 가는데, “하늘이 내린 소리”로 다가온다. 영성의 소리라고 불리는데, 옆집 할아버지의 편안한, 범접할 수 있는 소리다. 단선율로 꽉 차 있어서 빈틈없이 완벽하게 울린다. 또, 국악 음반 중 ‘세월아 가지마라’ 라는 씻김굿의 특색을 담고 있는 노래가 있다. 위로가 되고 위안을 주듯이 마음에 공명 된다.

 

임효정 기자

 

김정승 profile

· 국립국악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 서울대학교 대학원 음악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연주학 박사

· 전 국립국악원 정악단 연주단원

· 정농악회 회원

·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 동인

· 現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시나위

한국 토속(무속)음악의 일종으로 향악을 말하며 정악과 반대되는 토속음악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기악곡이다. 타악기와 관악기가 중심이 되어 연주되며 악기편성은 향피리·젓대·해금·장구·징으로 이루어진다. 가락은 육자배기 가락으로 즉흥연주가 가능하고 불협화의 조화가 이 음악의 특징이다.

어원으로 3가지 설이 있다. 신라노래라는 뜻과 신(神)이 노는 음악(굿의 전의악에 있어 속칭 ‘신아위’) 그리고 중국 음악인 당악에 대비되는 향악의 뜻으로 본다. (사뇌란 말의 원래 뜻이 동토, 향 이라고 보는데서 기인) 한강 이남의 세습무지역에서 발달, 이 지역을 시나위권이라 보고 경기도 남부, 충청도 전역과 전라도 의 3지역으로 나뉜다.

 

 

 

박병천 넋풀이

https://www.youtube.com/watch?v=k98ENbsIp7o

 

박병천 시나위 살풀이

https://www.youtube.com/watch?v=diy06gcdNTI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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