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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2018

기사승인 2018.06.12  13: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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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 판소리 등 실험극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오페라

<여우뎐> (누오바오페라단>

 

대한민국오페라역사가 70주년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4월 27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간 열린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우리 오페라계의 현주소로 성악가들의 탁월한 기량과 다양한 창작 오페라의 연출로 대중에 한발 다가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악가들의 탁월한 기량

     창작, 번안 오페라 등 연출과 실험

    구미호 전설 등 소재의 확장

     오페라 마당극으로 웃음과 해학

 

 

개막작 <가면무도회>

개막작인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가면무도회>(4.27-29, 오페라극장)는 베르디 오페라의 웅장함과 심리극을 무대, 연출, 성악, 의상의 균형감과 탄탄함을 보여주었다.(연출 이회수). 실바노 코르시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서곡부터 교향악 콘서트를 방불케했으며, 메트오페라합창단(단장/지휘 이우진)은 차분하고 웅장하게 1막 극중 리카르도 총독의 영예로움을 노래했다. 4월 28일 공연에서 점쟁이 울리카를 변호하는 오스카(메조소프라노 정곤아)의 '빛나는 별을 보세요'는 맑고 경쾌했으며, 울리카(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의 '어둠의 왕이여, 내려오라'는 주술과 같은 신비로움을, 아멜리아(소프라노 강혜명)의 '내 마지막 소원'과 레나토(바리톤 최병혁)의 '너였구나! 내 명예를 더럽힌 자가', 그리고, 마지막 3막 화려한 가면무도회에서 리카르도(테너 김중일)가 레나토의 총에 쓰러지면서도 아멜리아와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부르는 노래, 주·조역들의 비극적인 5중창은 긴박한 장렬함으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극이 긴박한 심리극이었던 만큼, 종합예술의 요소나 시간적 부분들이 모두 동등하게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었는데, 관객의 감정에너지도 쉬어가는 프레이즈의 연결지점은 필요해보였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서울오페라앙상블(단장 장수동)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5.4-6, 오페라극장)는 그리스 신화의 배경을 광화문 지하철로 옮겨 '극과 음악의 일치‘라는 작곡가 글룩의 목표를 현재화해 잘 전달해주었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지휘 구모영)의 잘 조율된 반주 속에, 서곡에는 터널 속 지하철과 어둔 밤 풍경 영상, 1막 광화문 지하철역 무대, 2막 1장 붉은 조명 속 지옥정령들의 합창, 2막 2장 파란 하늘과 구름 영상, 큰 백열전구를 든 천국 사람들 등으로 분위기 연출도 잘 어울렸다. 덕분에 주역 3명의 노래가 대부분인 극에서, 이태리어가 흡사 우리말인 듯 극중 인물들의 노래에 잘 몰입되었다. 5월 4일 공연에서 아모르(바리톤 장진권)의 힘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음색과 자연스러운 연기, 사랑하는 오르페오가 자신을 쳐다봐주지 않는 것에 불안해하는 에우리디체(소프라노 이효진)의 맑고 가녀리게 호소하는 음색, 3막 1장에서 에우리디체가 쓰러지자 부르는 오르페오(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의 '에우리디체 없이 나는 어떡할까?'에서 사랑의 슬픔과 고귀함이 묻어나는 선이 분명하고도 부드러운 음색, 에우리디체가 다시 살아난 후 기쁨의 합창까지 바로크 음악의 우아함과 기품과 더불어 오페라 감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누오바오페라단(단장 강민우)의 <여우뎐>(5.11-13, 오페라극장)은 서순정 작곡가의 화려하고 장대한 서사를 살리는 오케스트레이션, 각 막과 장의 충실한 무대미술과 의상으로 우리나라 전설로 전해지는 ‘구미호’라는 이야기로 이렇게 멋진 오페라가 가능하구나를 느끼게 하는 무대였다. 5월 12일 공연에서 2막 희락주가의 무대와 의상, 노래와 춤은 뮤지컬 '시카고'를, 3막 음산한 분위기의 여우들의 합창과 동작은 뮤지컬 '캣츠'가 떠오를 만큼 음악이나 연출(김숙영)이 면밀했다. 3막에서 감초 명도의 아리아(베이스 박광우)는 익살스런 리듬과 가사로 흥겨운 분위기를 전달했고, 4막 인희의 아리아(소프라노 김샤론)는 서사 흐름이 감정으로 노래에 잘 전달되는 장면이었다(작사 박나경). 3막 명도의 아리아가, 4막에서 구미호를 두고 나쁜 거래를 한 명도에게 구미호들이 부르는 신비로운 복수의 합창 아리아로 재현될 때는 치밀한 구성력에 소름도 돋았다. 반면, 구미호가 왜 인간이 되고 싶어했는지를 풀어내는 방법, 화려한 오케스트라 기법에 성악 선율과 가사가 가려진 점 등은 이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여우뎐>은 음악스타일이 베르디 보다는 바그너에 가까웠고, 현대음악기법과 스타일로 유럽풍의 세련됨이 있었기에 잘 다듬으면 유럽에서도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썸타는 박사잘 길들이기>

울산싱어즈오페라단(예술총감독 김방술)의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5.18-20, 자유소극장)는 프로그램지에 적힌 양수연 연출의 말대로, 모차르트가 우리말 오페라를 쓴 것과 같은 친숙함이 있었다. 당대 귀족사회를 풍자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우리말로 번안하고, 2018년, The C엔터테인먼트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과 최근의 ‘Me too 운동’까지 시의적절하게 결합했다. 무대미술과 영상, 의상에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색의 수평수직 구도가 활용되어 깔끔했고, 또한 위계 속에서 평등과 질서를 추구하고자 한 모차르트 음악의 풍자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 성악가들의 우리말 노래와 연기가 다정하고 공감이 갔다. 18일 공연에서 피정훈 피디(바리톤 이병웅)의 '사장님 없으면~' 노래의 익살스러움, 박만규 사장(바리톤 김종화)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어디로'에서 보이는 후회, 노연정 사모 아리아(소프라노 김방술)의 우아함, 김혜리 비서(소프라노 이현민) 노래의 결연함, 편지를 쓰며 부르는 사모님과 김비서의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듀엣의 우애, 소속가수 최민식(카운트 테너 김반석)의 '그대는 아시나요, 사랑이 무언지'의 부드러움과 순수함과 마지막 5인의 합창까지, 소규모 USO챔버오케스트라와 성악간 균형이 안정됐고, 우리말 발음과 아리아 형태에 맞게 성악 발성을 잘 조절한 성과로 보였다.

 

코리아판아츠그룹(총예술감독 하만택)의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5.25-27, 자유소극장)는 판소리와 오페라마당극의 결합, 무용과 관객석의 어우러짐으로 웃음과 해학을 주었다. 작곡가 지성호의 음악은 한국 전통 5음음계의 응용, 증음정, 톤클러스터의 활용으로 인물의 감정과 사건 흐름을 잘 살렸다. 특히 우리말 발음으로 성악노래의 내용전달이 잘 되도록 단어와 음악동기의 반복을 많이 썼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 또한 맛깔나서 흡사 실제 극중 인물 같았는데, 25일 저녁 공연에서 노래할 때는 중후하고, 연기할 때는 익살스러운 연기의 놀부(바리톤 장철준), 악독함과 아녀자의 덕을 두루 보여준 놀부처(메조소프라노 이은선), 선하고 의로움을 목소리에 담아낸 흥부(테너 하만택), 자식과 남편에 대한 걱정과 삶의 지혜가 표정과 노래로 느껴지는 흥부처(소프라노 김경희), 흥부놀부 가족을 두루 지키며 관객반응까지 챙긴 마당쇠(테너 박동순), 극의 앞뒤 중간에 맛깔나게 내용을 전달한 판소리(도창 신정혜)까지 동서양의 결합이 이렇게 하나처럼 여겨질 수 있구나를 느끼게 했다(연출 조승철, 대본 김정수). 코리아판아츠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매해 판소리 5마당을 판소리오페라로 만든다고 하니 그 포부와 비전이 기대됐다.

 

4월 28일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페라 갈라 콘서트> 또한 페스티벌 기간 여러 작품의 주요아리아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다.

 

올해 오페라페스티벌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 오페라계의 수준은 안정적이라면, 동시에 번안오페라 작업 등 다시 기초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할 것이다. 클래식 오페라도 음악 이전에 드라마다. 그 드라마를 잘 살릴 방법은 원본 분석이 잘 되어야 한다. 이번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보다 재미있었고,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는 서양오페라가 우리판소리의 당대 기능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아마도 정통오페라와 번안오페라, 각색오페라, 창작오페라 등의 각각 관객층은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이다. TV드라마처럼. 이제는 오페라 공연도 대중 속에 ‘침투’해야 한다. 오페라 주요아리아만 모아 지역 곳곳 브런치 콘서트, 가족 주말 콘서트, 대학에서는 작곡과-성악과 학생들과 함께 번안 오페라 수업, 오페라 아리아 벨소리 작업, 오페라 동화책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미 하고 있다고? 큰 공연에 드는 시간과 자본, 인원을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인 작은 작업으로 분배하고 세분화해야 할 것이다.

 

박순영(작곡가)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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