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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제주’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살고_ 강혜명 소프라노

기사승인 2021.07.18  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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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를 노래하는 그녀 _"제주는 저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 입니다"

소프라노 강혜명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며 지금은 글로벌한 성악가가 되어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강혜명. 그녀의 제주 사랑은 각별하다.

그녀의 삶과 노래 인생은 마치 “Vissi d;arte, vissi d’amore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 마리아 칼라스가 노래하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에 나오는 이 유명한 노래(아리아)와 닮은 듯 그녀의 삶과 노래 인생은 이입 된다.

지난해 ‘제주4.3’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을 무대에 올리고,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노래 ‘제주 아리아’를 선보이는 등 평소 제주의 아픔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제주의 딸’로 불리는 그녀는 올해 4월, ‘제12회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KOREA-National Brand Awards)’에서 국내·외에서 대한민국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부문 개인상을 수상했다.

오페라 <순이삼촌>


그녀는 수상 소감으로 “단순한 개인활동에 그치지 않고 제주4·3을 비롯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알려 나가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들이 인정받은 것 같다”며, “4·3을 추념하는 이달에 받게 된 상이라 더욱 뜻깊다.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세계인들이 제주4·3에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수국이 한창인 6월의 제주, 본지 THE MOVE가 주최한 ‘제주예술인들과의 만남 포럼-제주 예술, 오늘을 말하다’에서 제주가 왜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그녀를 만났다.

 

 

 

제주는 저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늘 저와 함께 동행하며 언제나 저를 가슴으로 안아주는... 제 인생에 모든 힘든 순간과 기쁜 순간에 늘 함께 존재하는 그 이름이 바로 ‘제주’입니다.

                                              ”

 

 

 

Q. 요즘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나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이었던 '아이다' 공연을 마치고 요즘은 작년에 이어 올해 재공연 되는 제주 4.3 창작오페라 <순이삼촌>과 3년 만에 드디어 재공연이 확정된 여순사건 창작오페라 <1948 침묵>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다 제가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하고 연출을 하는 작품이다 보니 역사 관련 참고자료나 유족분들의 증언,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많은 분들과 협업하고 있어요.

오페라이지만 좀 더 사실적으로 관객분들께 다가가기 위해 연극톤의 대사가 있는 징슈필 오페라 장르를 택했고, 협력연출로 연극 연출을 전문으로 하시는 연출가 선생님들을 모시고 극적인 연출을 함께 의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순이삼촌' 협력연출 이상용 극단 가람대표/ '1948 침묵' 양은숙 연극협회 여수 지회장)

 

 

- 2021년은 제주와 여수.순천 지역에 무척 의미 있는 한해로 기억될 것 같은데요

 

네, 우선 올해 초 제주 4.3 사건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몇일 전 여순사건 특별법이 73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되어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하신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기에 두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지요. 역사의 비극이 예술로 승화되어 많은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제주'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제주는 저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늘 저와 함께 동행하며 언제나 저를 가슴으로 안아주는... 결코 녹녹치 않았던 유럽 무대에서 동양인 소프라노로 20여 년을 활동해 오면서 언제나 마음속 안식처가 되어주던 곳이자 제 인생에 모든 힘든 순간과 기쁜 순간에 늘 함께 존재하는 그 이름이 바로 ‘제주’입니다.

 

 

- 나의 음악은 제주로부터 태동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제주는 '나'의 음악에 어떤 영감을 주나요?

 

제주는 저의 음악적 영감을 주는 존재라기보다 성악가나 예술가가 아닌, 인간 강혜명을 만나게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성악가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나 그 외 화려한 수식어가 다 사라지는 곳이죠. 저에게 제주를 대표하는, 혹은 제주가 낳은 성악가 등등 많은 이름으로 불러주시는데 그건 저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는 도민여러분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제주에 가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한 개인의 인간. 사람 강혜명에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효도하는 마음으로..(웃음^^)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성악가 혹은 프리마돈나 강혜명으로 살아오던 시간이 많아서 한 사람으로서 인간 강혜명의 삶을 돌볼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들이, 고향에서 만나는 모든사람들이 제게는 특별하고 각별합니다. 제주는 저에게 삶의 물음과 답을 동시에 주는 존재이고 제주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의 삶의 균형을 찾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결국 제주와 제주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이 오늘날 제가 있게 하였고, 성원에 보답하려는 지역 출신 예술인으로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는 저에게 음악적 영감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예술가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더 깊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제주의 어떤 것(자연, 환경 등)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제주가 아름다운 것은 제주가 갖고있는 자연 환경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제주인의 삶이 처절하고 

찬란하도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강혜명

 

제주에 가면 땅의 아픔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3만의 죽음.. 70여 년이 지나도록 아직 그 피가 다 마르지 못한 땅은 스스로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치유하고 승화하며 아름다워져 갔습니다. 사실상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정방폭포,함덕해수욕장,표선해수욕장,관덕정 등) 대부분 4.3 당시 학살이 일어났던 4.3 유적지입니다.

 

그곳에 갔을 때 바람이 불면..

그곳에 갔을 때 비가 내리면..

그곳에 갔을 때 파도가 치면..

아니, 그곳에 가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땅의 아픔을 느끼게 하고, 비극적 역사를 이겨내고 처절하고, 찬란하도록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는 제주인의 삶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습니다.

 

 

 

-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건낼 수 있는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 안에 저를 비우고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서 제 마음의 그릇을 채워넣을 수 있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고향 제주에 예술인들의 축제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주가 평화의 가치를 넘어 예술의 섬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지역대표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제주예술인포럼’이 그 첫 출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열리는 예술인들의, 예술인들을 위한, 예술인들에 의한 ‘국제 예술 포럼’그를 위해 지난달 몇몇 언론사와 손을 잡고 제주예술인 만남 포럼에 초기부터 준비 및 진행위원으로 참여하며 언론사와 지역 예술가와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는데, 그곳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서로의 가치를 나누고 협업하며 예술 안에서 하나 되는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제주가 지향하는 예술의 섬으로서 문화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며 국제사회에 동북아를 넘어 관광과 예술이 접목된 세계 예술 중심지로서의 제주도의 위상을 드높일수 있는 계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창작오페라 <순이삼촌>과 <1948 침묵>이 지역을 넘어 좀더 오랫동안 많은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며 아픔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역사의 비극을 예술로 승화한 다른 창작오페라들과의 교류 및 협업을 통해 동학운동에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민중항쟁의 역사를 담은 ‘근현대사 오페라페스티벌’을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제주 북촌에 있는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제일 좋아합니다. 북촌은 제주 동쪽에 있는 작은 해변가 마을로 4.3사건 당시 하룻밤에 300여 명이 희생당하고 100여 개 가옥이 불에 타는 아픔을 간직한 곳입니다. 국제법상 엄연히 금지되어있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벌어진 곳이죠.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고 실제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곳들이 아직 남아있어 영감을 찾기 위해 자주 들리다가 이제는 습관처럼 찾게 되는 곳이 되었습니다.

 

너븐숭이는 제주어로 넓은 돌밭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용암이 해안가로 밀려오며 그대로 굳은 돌이 밭처럼 펼쳐져 있는 곳. 너븐숭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경작을 할 수 있는 밭이 있는데 거기에 차마 이름도 붙여지지 않고 생후 1년도 되지않아 세상을 떠난 애기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너븐숭이를 방문하실 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과 간식들을 사서 그 옆에 두고 온답니다. 너븐숭이에 가서 북촌의 아픔을 하나하나 느낄 때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일과 아픔이라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다 보잘것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마을분들은 다 유족이신데 먼저 알아봐주시고 음료수도 건내 주시고.. 저에게는 제주 안에 또 하나의 고향입니다.

 

너븐숭이 기념관에 가면 북촌학살 당시 이틀 동안 세상을 떠나신 오백여 명의 희생자분들의 이름이 기록되어있는 위령비가 있고, 소설가 현기영 선생님이 쓰신 ‘순이삼촌’에 대한 자료와 순이삼촌 문학비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에 가시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한손엔 아이들 무덤에 놓아둘 간식이라도 꼭 챙겨가시구요.(웃음^^)

 

- 하반기 혹은 이후 계획은?

 

하반기에는 정말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7월 중순에 한국가곡협회와 가곡 음반을 위한 녹음 일정이 잡혀 있구요, 7월 말부터 <순이삼촌> 리허설에 들어갑니다. 

8월 말에는 프랑스 국제콩쿨 심사일정이 있어 잠시 출국하고, 9월에 <순이삼촌> 제주공연, 10월 <1948 침묵> 여수공연, 또 10월 말에 전주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11월에는 제 첫 음반 발매, 12월은 <순이삼촌> 경기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든 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 할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 제주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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