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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프리다 칼로의 삶에 대한 송가 _Broken Wings

기사승인 2020.05.24  0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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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환희와 탄식의 춤_Llorona~ Llorona ~~ La Vida!

죽음을 안고 살아간 프리다 칼로의 삶에 대한 송가!

‘COVID-19’ 로 인해 랜선 공연으로 중계된 ENB(English_National_Ballet 영국내셔널발레)의 <Broken Wings>는 한 편의 드라마, 시와 같았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관통하는 고통과 삶에 대한 의지, 특히 디에고와의 사랑의 순간에 흐르는 애끓는 춤과 노래는 슬프고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흐른다.

“No dejaré de quererte ~ No dejaré de quererte~(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 라고, 노래하는 디에고와의 사랑의 장면에는 해골로 묘사되는 죽음의 정령들이 항상 함께 한다. 죽음의 춤이 펼쳐지며 특별한 감흥을 자아낸다. 칼로의 그림 속 대상들이 무대 위로 걸어나온 듯 화려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무대 연출의 영상미는 애끓는 음악과 어우러지며 삶과 죽음에 대한 상징이 은유적인 춤으로 표현되어 황홀하다. 원색의 그림 같은 장면들은 신화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신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하다.

 

특히, 19분경에 나오는 2인무 '사랑의 듀엣' 하일라이트 부분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호기심과 관심으로 서로 끌리게 되고, 밀고 당기는 긴장, 황홀한 기쁨, 환희를 거쳐,  점차 시들해지며 한눈을 팔고, 배신과 고독감으로 갈등과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다시 사랑을 되찾고, 결국 영원히 이별하는.....만남과 헤어짐의 모든 희로애락의 기승전결 과정을 춤추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프리다와 디에고의 사랑의 장면에서는 항상 죽음의 정령들이 따르고 있어 이들의 사랑의 종말에 대한 비극적 복선이 깔려 있다. 특히, 이 둘이 행복한 순간에 추는 2인무( 파드되 pas de deux)에 "요로나~ 요로나~~" 라고 탄식하며 격정적으로 부르는 노래가 애끓는 감정을 호소한다.

이 노래 '요로나"는 멕시코의 슬픈 전설에 기인한다. 요로나 전설은 중남미에도 널리 퍼져 있는데, 세계 유명 가수를 비롯해 마리아치, 특히 필리핀 대통령 부인 이멜다 여사가 그의 사랑을 환기하며 불러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사랑에 빠진 여자의 비극적 종말에 대한 탄식과 회한임에도, 또 다시 사랑을 멈추지 않겠노라는... 절절한 사랑 노래에 맞춰 마치 벗을 수 없는  '빨간구두' 아가씨처럼 멈추지 않는 춤을 춘다.

춤추는 프리다역에는 ENB발레단의 예술감독인 타마라 호조(Tamara Rojo)가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대단한 기량을 보인다.

 

누구나 한번 사랑 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사랑의 불가항력적, 운명적 힘을 절절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요로나 Song'은 사랑의 절규 같이 간절하고 처절한 애닲음이 전해진다.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으로 "요로나~ 요로나~"를 외치는 노래는 애니 영화 '<COCO> 에도 나오는 멕시코의 유명한 민요로, '라 요로나(La Llorona)'는 '우는 여인' 이란 뜻이라고 한다.

‘요로나의 전설’은 멕시코 호아레스에 한 여인이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살았는데, 그녀가 스페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어 했지만, 그가 차일피일 미루자 그녀는 자신의 아들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사랑에 눈이 먼 나머지 두 아들을 호수에 빠트려 죽게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 스페인 남자는 결국 다른 스페인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스토리와도 비슷한 듯 비극적 이야기다.  전설 속 그녀는 뒤늦게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실연에 대한 절망으로 결국 그 호수에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 호수에는 밤만 되면 여인의 유령이 나타나 슬피 울며 두 아들을 찾아 헤맨다고 한다. 이 부분은 발레 <지젤> 의 정령 이야기와도 닮았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유령, 귀신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오페라의 내용처럼 사랑, 치정, 살인, 복수.... 등 인간사 삶의 스토리는 비슷한 듯 또 다르기도 하다.

한편, 발레 속 주된 이미지로 나오는 프리다의 붕대를 감은 몸은 프리다의 그림 <Broken Column> 을 묘사하며, 이 발레의 작품명으로 차용했는데, 이 그림은 프리다 칼로가 척추 수술을 받은 직후 채색된 작품이다. 갈라진 풍경 가운데 철골 지지대와 금속 벨트로 싸여진 몸은 지속적인 고통의 상징으로, 1925년 교통사고로 인한 상처와 통증 등과 함께 감정적인 고통, 고독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프리다는 그녀가 항상 삶에 대해 보여준 태도로 슬픔에 싸여있지만은 않다. 그녀는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그리는 이유에 대해 말하며, 자신이 항상 혼자였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는데, 그 자신의 상황과 겪어내고 이겨내야 할 불굴의 의지로 삶의 희망과 사랑에 대한 갈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스페인어 'llora'는 눈물을 흘리다, 탄식하다 는 뜻의 동사로, 어원적으로 요로나와 연결된 듯 하다. 슬피 우는 여자 -요로나! 

프리다 칼로에 대해 계속 연구해 온 안무가 아나벨 로페즈 오초아(Annabelle Lopez Ochoa)는 이 작품 <Broken Wings 부러진 날개>(2016, ENB, 런던) 에서 프리다 칼로에 대한 섬세한 내면을 탐구한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또한, 프리다 역을 한 타마라 로조(Tamara Rojo)의 놀라운 기량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디에고 역의 이렉 무하메도프(Irek Mukhamedov)는 60세의 고령에 배가 나오고 뚱뚱한 지극히 현실적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발레리노로서 너무나 놀랍게 유연한 춤동작과 특히 표정 연기가 압권으로 실제 디에고의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무대가 열리는 시작부터 사랑의 장면 2인무 듀엣 하일라이트를 거쳐 프리다의 죽음에 이르는 디베르티망 엔딩까지 완결된 서사가 이루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삶의 환희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Broken Wings>는 프리다 칼로의 삶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놀라운 인상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임효정 (발행인. 공연칼럼니스트)

 

"La Llorona

La Llorona

Ay de mí, Llorona

Llorona de azul celeste

Ay de mí, Llorona

Llorona de azul celeste

Y aunque la vida me cueste, Llorona

No dejaré de quererte

No dejaré de quererte

..........

아, 나의 요로나여, 파랑 하늘색의 그대여

아, 나의 요로나여, 파랑 하늘색의 그대여

내 삶을 댓가로 지불한다해도,

그대여 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

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

.......

나는 가장 높은 소나무에 올라갔어, 요로나여

그대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지 보려고

그 소나무는 마음이 약해서, 요로나여

우는 나를 보고 같이 울었어

....

슬픔과 슬픔이 아닌 것, 요로나여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슬픔이야

슬픔과 슬픔이 아닌 것, 요로나여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슬픔이야

어제는 너를 보고 싶어 울었어, 요로나여

오늘은 너를 봐서 우네

아, 나의 요로나여, 파랑 하늘색의 그대여

내 삶을 댓가로 지불한다해도 요로나여

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

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

 

https://www.youtube.com/watch?v=i3ASIYixqUI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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