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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속 뮤지컬 찾기의 깨알 재미

기사승인 2020.10.11  17: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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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썸싱로튼>

뮤지컬 ‘썸싱로튼’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순간은 어떻게 시작 되었을까?’ 또는 ‘만약, 세익스피어 시절의 런던이 뮤지컬의 황금기인 브로드웨이의 30년대와 비슷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예언가 노스트라무스와 함께 인류 최초의 뮤우~지컬을 제작하게 된 과정을 그린,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시종 유쾌하게 풀어낸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당연히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연기를 하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는, 그 시대 모두가 황당하게 생각하는 뮤우~지컬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노스트라무스에게 세익스피어의 미래의 역작을 미리 알려달라고 하자 오믈릿(Omelette)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물론 햄릿(Hamlet)를 잘못 본 것이다. 이하 기발한 발상과 이어지는 어이없는 해프닝과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재기발랄한 구성으로 작품의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의 코드가 도처에서 빛을 발한다. 배우들에게 후라이팬을 쥐어주고 뮤지컬 ‘오믈릿’을 만들어가는 과정부터는 그야말로 숨은 뮤지컬 찾기가 벌어진다.

뮤지컬 ‘오페라 유령’, 캣츠‘, ’맘마미아‘, ’지킬앤하이드‘, ‘레미제라블’, ‘렌트’, ‘지져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시카고’, ‘애니’등과 심지어 ‘서편제’, ‘광화문 연가’까지 25편의 익히 알려진 뮤지컬들이 작품 중간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적재적소에 녹여낸 장치들과 코드가 마치 숨겨진 보물찾기처럼 뮤지컬 매니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알만한 ‘뮤지컬 속, 뮤지컬 찾기’ 같은 재미를 덤으로 제공한다. 기존 공연들의 대사와 장면, 넘버의 일부를 살짝 비틀거나 패러디하여 현 상황에 맞게 녹여냈다. 물론 보는 내내 박장대소하게 하였고,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햄릿’,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등 소설의 중요 대목과 단어들 또한, 어쩌면 그렇게도 입에 착착 붙는 말풍선 같은 묘미로 비틀거나, 요소요소에 깨알 같은 재기발랄하고 툭툭 터지는 속도감까지 덧붙여, 찰떡 같이 유쾌하게 순간들을 목격하게 한다, 결국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작가의 기발한 발상과 되새김에 혀를 내두드리며 놀라워하다가도, 때로는 삐딱하게 쌩뚱 맞은 어이없음을 마주하는가 하면, 그저 한곳만 보고 질주하는 듯한 야생마의 무모한 정직함이 병치하게 하여 기가 막힌 대비와 더불어 언어의 유희와 작태인 듯한 코믹으로 포장한 위트와 재치, 거기에 금상첨화로 배우들의 노련하고 코믹하지만 안정적인 연기와 태도, 탁월한 가창력과 춤이 어우러져 세상에 둘도 없는 재미의 순간순간이 교차한다. 폭소를 참을 수 없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마냥 소리 내어 크게 웃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키득거리며, 오장육부를 사정없이 마사지하듯 1시간 이상 달리기를 한 것 같은 내장을 난타하는 듯한 두드림의 열기로 허우적거리다 보면, 어느새 1막 마무리의 정거장에 다다르게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소극장이나 극장식 카페에 가면 기존 뮤지컬들을 패러디하거나 희화화한 작품을 가끔 만나곤 했었는데, 주변의 관객들이 어이없을 정도로 박장대소하는 관극에 다소 생경하게 느끼기도 하고 그런 웃음의 코드에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뮤지컬들이 한국에서 공연되어진 작품들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나 넘버들이어서 그런지 ‘썸씽로튼’ 오리지널 투어팀이 왔을때도 나 또한 박장대소하며 재미있게 봤다. 그때 이미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얘기가 있었던 터라 과연 저렇게 맛깔스럽게 위트와 재치, 풍자와 웃음의 코드가 가득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까하는 그런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연을 본 후 여지없이 그런 것은 괜한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오히려 황석희 번역가의 재치 있는 기지를 품은 번역과 가사, 작품을 관통하는 적확한 의미전달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유능한 스탭들과 배우들의 탁월한 역량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배우들의 활약 또한 대단했다.

닉바텀의 강필석 배우는 특유의 성실함과 진정성 있는 연기와 가창으로 초조함과 간절함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열정으로 격정적인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냈고 아우인 나이젤 바텀역의 노윤 배우는 짧은 연기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차분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작품의 중심에서 결코 치우치지 않고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했다. 셰익스피어역의 서경수 배우는 이제는 대극장 메인역할로 우뚝 솟아오른 듯이 자세나 태도 가창과 춤 실력 또한 우월한 피지컬과 더불어 든든한 버팀목으로 무대에 존재했다. 비아역의 제이민과 포사역의 이봄소리 역시 결코 지지 않을 존재감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맘껏 매력을 발산했다. 노스트라무스역의 김법래 배우 역시 명불허전. 묵직하고 중후한 베이스에서부터 테너 영역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가창력의 울림있고 탄탄한 음악적 소양을 바탕으로 과감한 움직임과 안정적인 연기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 시켰다.

또한 제레마이어의 이한밀 배우의 튼실한 체구와도 같은 듬직하고 믿음직한 음악적 안정감과 타고난 재치로 무장한 캐릭터의 소화는 여지없이 기분좋은 미소를 유발시킨다.

또한 샤일록과 유랑 악사역의 김태한 배우와 클래팽경과 유랑악사역의 육현욱 배우는 그야말로 뮤지컬 배우가 지녀야 할 필요 충분한 덕목을 모두 갖춘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이하 모든 배우와 스탭들 컴퍼니 식구들까지 3주간 공연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과 다시 공연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들을 오롯이 무대에 발산하며 끝까지 공연할 수 있게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멘트까지 가슴 뭉클한 유쾌함으로 저절로 뮤우~지컬을 흥얼거리며 극장을 나오게 된다. 2020.8.7.~ 10.18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 뮤지컬 연출)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연출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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