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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구, 전통춤에 물들다

기사승인 2021.01.30  0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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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이 ‘명기화무’, 추현주 ‘달구벌춤향기’, 심현주 ‘수묵화로 그려내는 춤풍경’>

홍순이, 승무

12월은 대구다. 대구 춤꾼 세 명의 전통춤이 푸른 대구를 더 푸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홍순이, 추현주, 심현주 무용가. 이들은 대구를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대구시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인 권명화 선생 춤을 계승, 발전시키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세 공연은 2020년 12월을 이렇게 춤의 산을 넘어 춤의 바다로 표표히 춤향기를 보내고 있었다.

첫 무대는 홍순이춤 첫 번째 이야기 <명기화무(明起華舞)>.(2020.12.1.,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공연명처럼 그 의미를 ‘화관무’가 처음으로 알린다.

새색시의 부끄러움과 설렘이 아기자기한 동작에 녹아있다. 태산을 마주하는 듯 ‘살풀이춤’은 삶을 관조하되 때론 응시하는 눈빛이 강렬하다. 푸른 달빛 아래 백색 수건의 흔들림은 또 하나의 달이 되고, 별이 된다. 누군가의 살풀이가 아닌 우리의 살풀이임을 홍순이는 증명해낸다.

권명화 선생의 검무를 재구성한 이번 ‘검무’ 작품은 안정된 호흡과 움직임으로 초반부터 밀도를 높여나간다. 여성성과 남성성이 춤속에서 모으고 흩어진다. 균형감이 좋다. 박지홍류 맥을 전승한 권명화류 ‘승무’는 활기 넘치고 굴신 동작이 많다. 이매방류와 비교해 볼 때 법고 가락도 차이를 보인다. 땅을 딛되 하늘을 향한 웅기가 상당하다. 이어진 ‘고풀이춤’은 구음과 함께 시작된다. 처연함이 소리와 수건든 3명의 여자 무용수 어깨에 매달려 있다. 특히 여러 색깔의 수건을 양손에 든 김용철이 춤출 때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케하는 몰입감이 강하다. 창작 작품으로 별도 구성해도 손색없는 ‘오색고풀이’다. 명기화무 마지막 무대는 ‘소고춤’. 담담하되 담대하고, 조용하되 울림있다. 흥을 부른다. 군더더기 없다. 너와 나의 춤, 우리 춤이 되는 순간이다. 권명화류 춤맥을 첫 번째 개인 발표회에서 성공적으로 보여준 이번 무대는 내재된 공력으로 달구벌을 달구었다.

 

추현주, 소고춤

두 번째 무대는 춤의 허리격인 추현주 전통춤 첫 번째 무대 <달구벌춤향기>가 장식했다.(2020.12.19., 대구 퍼팩토리소극장) 겨울에 피어 난 꽃, 바로 추현주의 여섯 춤꽃이다. 첫 꽃송이가 된 ‘입춤’이 먼저 눈인사를 한다. 신현미, 신주아가 피어낸 입춤은 겨울속의 봄을 살포시 마중하는 느낌 그대로다. 과하지 않고 산뜻하다. 권명화류 춤 레퍼토리에는 권명화 선생이 6.25 직후 대구 대동권번에서 스승 박지홍으로부터 배운 승무, 살풀이춤, 입춤, 검무가 있다. 추현주는 스승과 2001년 춤 인연 이후, 2017년에 살풀이춤을 이수하게 된다. 두 번째 순서에서 추현주가 선보인 ‘살풀이춤’은 마치 이 춤의 교본같다. 춤에 표정을 담아내는 게 일품이다. 여백(餘白)을 또 다른 여백으로 남기는 듯하다. 권명화 살풀이춤의 특색인 고풀이 장면은 이 춤의 정점을 찍는다. 화려한 복식 속 절제미와 장쾌함이 반주장단에 어우러진 ‘검무’, 춤의 이면을 그리는 춤꾼임을 입증한 ‘승무’가 연이어진다. 조성준의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후, 피날레는 ‘소고춤’이다. 추현주가 리드하고, 두 명이 받쳐준다. 춤은 경쾌하게 마무리된다. 살풀이춤과 승무에서 추현주 표 춤맛은 제대로 산다. 진한 춤향기는 또 한번 달구벌을 덮었다.

 

심현주_살풀이춤

대구 전통춤 무대를 마무리한 공연은 심현주의 <수묵화로 그려내는 춤풍경>이다.(2020.12.20., 대구 퍼팩토리소극장) 심현주 Dance with Us가 마련한 이 공연은 수채화같은 심현주가 그려낸 담백한 수묵화 춤 무대였다. 농담(濃淡)의 춤꽃으로 미래를 여는 심현주의 춤풍경은 권명화류 ‘화관무’로 시작된다. 무대 좌측에서 추현주, 김정원, 정민주 세 명이 품격있게 걸어나온다. 격조 속 살포시 고개내민 아기자기함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 

두 번째 무대는 황무봉류 ‘산조춤’. 박성옥류 철가야금 산조가락과 홀춤이 어우러진다. 부드러움과 날렵함이 배합돼 있다. 경쾌한 피날레가 일품이다. 4명이 대무 형식을 이루어 춘 권명화류 ‘검무’는 칼날이 번득이는 농검과 연풍대 회선이 검무 날을 더 빛나게 했다. 

네 번째 순서를 장식한 권명화류 ‘살풀이춤’을 심현주는 깨끗하게 담아낸다. 그 속에 담긴 춤 감정은 겨울의 봄같은 동백을 닮았다. 수묵화와 수채화가 점철된 순간이다. 김진홍류 ‘동래한량무’를 춘 부산시립무용단 장래훈은 이번 무대를 통해 음과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자신의 춤끼를 온 세포에 내보낸다.

 대구에 온 부산춤 풍경은 이렇게 채색되어진다. 마지막 무대는 권명화류 ‘소고춤’과 이영상류 ‘호남설장구’가 동래한량무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잘 짜여진 구성미는 드라마성을 부여한다. 극성(劇性)을 강화해 흥을 배가 시킨다. 갈라 공연에서 적극 고려할 지점이다.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 이 공연은 대구춤의 큰 산인 권명화류를 중심에 배치하되 영남춤의 큰 자산인 김진홍류, 황무봉류를 춤의 정원으로 이끌어 내 춤맥을 제대로 채색했다. 내일을 마주하는 ‘실경 춤풍경’이다.

대구 전통춤 무대를 의미있게 담아낸 홍순이, 추현주, 심현주의 세 가지 춤 빛깔은 같음과 다름, 다름과 같음의 묘미를 풍요롭게 선사했다. 12월의 대구, 삼색 춤향기로 물들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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