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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몸 속 기억의 시각화

기사승인 2019.11.27  19: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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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선본(本)댄스컴퍼니 <기억의 파편>

기억의 파편5_ⓒHanfilm

몸의 이야기를 듣다. 아픈 기억이 몸을 침윤(浸潤)한다. 기억은 파편화되며, 치유의 숨소리를 갈구한다. ‘몸의 기억과 현존’이라는 주제를 뉴 미디어 아트(New Media Art) 기술로 배가한 창의적 작품, <기억의 파편>(2019.10.3.~5, 필자 10.5 관람). 실험과 시도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그 이름값을 높인다. 최원선본(本)댄스컴퍼니 단체명이 시사하듯 작품은 다시 태어났고, 안무자 창작 의도와 예술적 의지가 작품 전 장을 관통했다.

스테이지66 무대는 이번 작품에 맞도록 구조화됐다. 무대 바닥 전면을 하얀 바닥재를 사용해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용이하도록 했다. 이 작품이 구현해내고자 하는 기술 적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고통받는 육체를 격렬한 움직임을 통해 표현한 1장 ‘일그러진 군상’. 군무의 원심력과 구심력이 몸의 기억을 추동한다. 몸은 상처나기 시작한다. ‘호흡곤란’을 다룬 2장이다. 이 장면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안무자는 프로젝션 맵핑으로 붉은 물줄기가 흘러내리기 했다.

강렬하다. 상처로 인해 피는 낭자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아픔을 그대로 드러낼 순 없는 현실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가슴 속 아픔과 유리된 주변의 환경과 시선에 눈을 뗄 수 없음을 3장 ‘출혈’은 제목처럼 드러낸다.

동작 추적 기술을 활용해 무용수 동작을 따라다닌다. 호흡 센서를 이용해 인체 질감을 수치화시킨 값을 영상 변화에 적용한 것은 다년간 기술과 무용 융합을 고민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기술적 창의’ 실현의 세련된 본보기다. 안과 밖의 충돌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철학적 문학성을 느낄 수 있다. ‘트라우마(trauma)’. 안무자가 이 작품에 상정한 무용 인자다. 몸의 기억에 깊이 파고들어간 트라우마는 나 자신과의 싸움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4장 제목처럼 ‘타인의 시선’과 또 한번 힘겨운 싸움을 한다. 우리네 삶과 닮았다. 상처입은 몸의 그림자는 파편의 파편을 낳는다. 이 장은 외부적 시선과의 투쟁을 담아내기 위해 동작 인식 기술과 3D 유체 시뮬레이션 영상을 연결시켜 상호반응케했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법이다. <기억의 파편>은 안무자가 일련의 작품 제작에서 호흡을 맞춘 뉴미디어, 영상, 조명, 무대미술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기술과 예술의 유기적 결합은 결국 이를 구현하는 창작자와 기술자 간의 인적 융합이 기술 융합보다 먼저임을 상기시킨다. 상처받은 몸은 5장 ‘대면’을 통해 치유가 시작된다. 상처는 자기애와 치유 에너지 발현을 통해 몸의 고통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 안무자 생각이다. ‘치유의 의식이 되는 춤’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는 이 장을 통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키네틱(kinect)을 이용한 실시간 움직임 캡쳐, 변화된 3D 이미지 영상의 망사막 투사는 홀로그램 효과를 충분히 냈다. 무대의 무용수와 막에 비췬 영상 입체성이 치유 과정을 다면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아픔은 기억을 낳는다. 아픈 기억은 치유가 중요하다. 6장에선 얼룩진 상처를 보듬는다. 세게 동여매질 않는다. 보듬고, 위로한다. 새살이 돋아난 몸과 마음은 무대에서 하나의 그림이 된다. 반복적으로 신체가 담겨지는 영상을 통해 군상(群像)은 또 하나의 몸으로 치환되는 환희를 보여준다.

최원선 안무 <기억의 저편>은 몸의 기억을 현존의 호흡으로 탄생시킨 한국적 컨템포러리 댄스의 전형이다. 기술의 영역을 적극 활용하여 내밀한 안무의 표상과 표징을 담아냈다. 몸 속 기억을 이편에서 저 편으로 치유를 통해 이동시킨 은유적 시각화는 회화성까지 담았다. 기억의 파편이다.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現) 경희대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외래교수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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