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통영국제음악제’(3.26-4.4)를 이끈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코로나 시국에 어렵게 개최된 음악제의 안전방역에 만전을 기하느라 그 어느 때보다 노심초사 바쁜 행보를 보였다. 지난 해 9월, 통영국제음악재단 플로리안 리임 초대 대표(2014-2020)에 이어 제2대 대표에 취임한 이대표는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출범기부터 운영위원을 맡아 통영국제음악제의 개최에 큰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초대 사무국장인 김승근(현, 서울대 음대 교수)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의 제2대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즌제 정착,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육성, 윤이상기념관 조성과 통영국제음악당 건립 등의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유례없는 외국인 CEO의 오랜 기간 재직 후 바톤을 이어받은 신임 이대표가 꾸려나갈 향후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새 청사진은 어떠할까? 통영국제음악제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4월 1일 음악당에서 그를 만났다.
Q. 음악제 탄생 초기부터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실무를 담당해왔는데, CEO로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포부가 있다면?
운영위원부터 하면 20여 년이 되는데,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위가 주는 무게, 압박감이 없지 않다. 플로리안 대표의 승계나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처음 유례가 없는 외국인 CEO를 초빙하면서 왜 그런 아이디어를 냈는가 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된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초창기 멤버를 비롯한 멤버들의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철저한 자기 역할이 명확했던 것 같다. 저 역시 지역민 출신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했고, 20여 년 하다 보니 타고난 것에 더해 일을 하면서 체화되고 경험으로 습득한 것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새롭게 제시해야 할 것도 있고, 방향성을 구체화해 전개해 나가야 할 사업들도 있다.
- 통영음악제가 갖는 특징이라면? 매니아층을 넘어 지역과 관객의 관계에 대해
결국 통영이라는 도시가 갖는 특징인 것 같다. 전국 각지에서 음악제를 찾아오는 외부의 자극이 토착민들에게 각성의 기회를 제공했다. 원래 갖고 있던 자연 풍광과 기본적인 자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아주 압축적으로 이루어진 역사라고 본다. 상당한 기간이 지나갔는데, 처음 공간(통영국제음악당)이 생기면서 덜컥 겁이 났던 것 같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국내에는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아 히딩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플로리안 대표는 6년 동안 재직했는데, 그가 대단한 일을 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소홀했던 가치 등을 지속적으로 일깨워 왔다고 할까. 축제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인간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 새롭게 구상하는 계획이 있다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음악제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축제극장의 성격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유명 아티스트의 공급이 아니라, ‘통영’과 ‘윤이상’도 담기는 음악제를 2-3년 고민하며 운영해보려고 한다. 주말을 이용한 기획 공연도 하고, 음악제는 금년부터 진은숙 작곡가와 함께 신뢰하며 환경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콩쿨은 윤이상의 정체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이면 좋겠고, 현재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돌아가는 콩쿠르가 작곡가 윤이상의 특성을 살려 작곡 부문이 상시적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선생님의 곡이 주로 목관악기니까 목관을 추가해서 4년 텀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사실, 콩쿠르는 엄격성이 강조되다 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고, 자칫 또 재미를 추구하면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 축제형 콩쿠르로~ 악기(해당 연도 악기별) 축제가 되고 악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축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수요자를 의식하는 콩쿠르로서
현재의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인 상황을 개선해 수요자를 살펴 반영하는 축제와 콩쿨로 가려고 한다.
-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체적인 안이 있다면
시즌제가 요즘 유행처럼 되고 있지만 우리는 오래전에 시즌제를 해왔고, 말씀드리는 ‘축제극장 컨셉’이라는 것이 가치 중심적이다. 인류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축제로 환경을 실천하는 축제, 친구 같은 축제로 오래 롱런하고 싶다. 유네스코 창의도시(UCCN)의 국제교류도 이념적인 구호가 아니라 손에 잡히고 실감되는 축제, 한번 만나도 정말 좋은 친구가 되는 친밀한 UCCN 로서 지향했으면 한다. 구체안의 하나로, 통영이야말로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제야음악회 다음날 해돋이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관광과 연계해도 좋을 것이다, 멋진 음악당을 벗어나면 펼쳐지는 많은 섬들.. 예술과 함께 자연이 어우러진 곳, 그 자체가 환상적이다.
- 통영국제음악제 20주년에 즈음해 모토가 된 윤이상 음악에 대한, 연주만이 아니라 음악의 이해를 돕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소모된 것이 너무 많다. 내년부터는 진은숙 상임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연구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논의가 있어 4년 전부터 논문을 공모해 받고 있는데서 출발해 제 목표는 한 10년 후에는 우수한 대학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고향에서 20년 넘게 오래도록 외도 없이 오직 한길로 이 일에 매달려 왔는데, 누군가 왜 아직도 이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린 시절 위로가 됐던 클래식의 가치와 효용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현실과의 괴리, 힘들고 어려울 때도 진심이 담긴 특화된 가치의 진정성으로 인간관계에서도 서로에게 녹여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 통영
임효정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