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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의 이 시대의 무용+人] 탐미적 서정성_박시종 안무

기사승인 2022.03.22  13: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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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Best 주목 받은 여성 안무가 & 춤_<춤타올라>

박시종 안무

무용가 박시종은 한국무용의 서정적 아름다움과 시적(詩的) 춤 언어를 순백의 깨끗함과 섬세한 호소력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는다. 그녀가 안무한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와 자연의 색채가 잘 녹아들어 있으며, 내면의 포용력과 날카로운 감각,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통해 끌어내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나른함을 일깨워준다. 섬세한 감성과 기품있는 춤사위로 주목받는 그녀의 춤 화두(話頭)인 “소리를 통한 움직임의 추구”를 통해 한국무용계에 새로운 양식적 특성을 제시하고 풍경화 같은 무대와 단단한 구성,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고혹적이며 탐미적인 안무법으로 ‘서울무용제 대상’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체육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는 등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시종 안무 [춤타올라] ⓒ 김세훈_6

 

Q. 성장배경은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가치관은 예술철학을 형성하는데, 반영된다고 생각됩니다. 유년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궁금합니다.

- 평범한 가정에 교육열이 강하셨던 부모님 밑에서 지극한 사랑 속에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좋아하여 아버지께서는 늘 마당에 채송화며 맨드라미, 담벼락에는 코스모스를 한가득 심어주셨지요. 그래서인지 감성이 풍부한 문학소녀이기도 했습니다. 시 쓰는 것을 좋아했고, 작은 느낌 하나에도 몸으로 이것저것 표현해보는 것은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으로 선정한 최승희

선생님은 오빠와 함께 일본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漠) 공연을 관람하고,

본격적인 수업을 위해 1926년 일본 유학을 결심했을 당시, 최승희 선생님을

가르치셨던 고등학교 스승님들께서 반대 시위를 하실 만큼 사회적으로 무용은 예술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춤에 대한 편견은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박시종 감독님의 춤 입문 동기와 그때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특별하진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예회를 통해 처음 무용을 접했습니다. 그 후에 체계적으로 무용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입니다. 생각나는 시어(詩語)나 사물을 늘 움직임으로 표현해보는 것을 좋아했고, 이후 청주사범대, 청주대 대학원을 거쳐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 시절 청주대학의 박재희 교수님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춤은 제 인생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故·김수악 선생님 문하생이 되면서(경남무형문화재 21호 진구교방굿거리춤 이수자) 춤에 대한 제 믿음은 더 깊어졌습니다.

 

박시종 안무 [춤타올라] ⓒ Hanfilm 김정한_3

 

춤으로 뜨거웠고, 춤으로 차가웠던 그리고 이제 다시 타올라...

저는 예술의 순기능을 중시합니다. 제가 안무한 작품을 통해 사람에게 내재 되어 있는 부정적 감정을 긍정으로 순화시키는 탐미적 서정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시종 안무 [춤타올라] ⓒ 김세훈_6

 

- 지난해 한국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을 통해서 선보였던 <춤, 타올라>가

2021년 가장 주목받은 작품으로 선정되었는데,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춤타올라>는 삶과 춤에 대한 고찰이자 성찰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껏 춤으로 걸어왔고, 오늘도 내일도 무심한 듯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끝나지 않을 춤의 길이자 여정을 담아내고자 하는 춤이 주는 환희와 좌절의 양면성은 삶의 과정과 다르지 않기에 이 작업을 ‘춤은 나의 삶 자체로’ 정의하고자 했습니다. 춤으로 뜨거웠고, 춤으로 차가웠던 그리고 이제 다시 타올라... 절정으로 치닫는 生의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될 우리들의 이야기를 넋두리하듯이 담담하게 시작하여 격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 당시 작품 구성과 무용수의 기교, 음악과 조명, 의상 등 무대 메커니즘의 활용은 밀도 있고, 세련되었음에도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상을 놓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되십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긴 연습 시간임에도 이탈자와 부상 없이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었으며,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었거든요. ‘춤 타올라’를 준비하면서, 출연자 외에 박시종무용단의 사무국과 외부스텝까지 코로나로 인해 무척 어려운 연습은 물론 혹독한 시간으로 전쟁 같은 6개월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발표가 되는 순간 결과에 대한 아쉬움보다 ‘춤 타올라’에 혼신을 해준 단원들과 제작진에게 고마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연습이었습니다.

 

-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포다(Stefano Poda)는 오페라 연출뿐만 아니라 무대미술, 의상, 조명, 안무 등 자신이 맡은 작품에 모든 것을 직접 설계하는 무대 예술가로 정평이 나 있으며,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명이라고 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요?

관객의 마음을 관통시켜줄 수 있는 ‘모티브’가 가장 중요합니다. 무용은 종합예술로 어느 부분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하며, 저 또한 전체적인 부분을 직접 디자인합니다. 특별히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면 아무래도 음악인 것 같습니다. 모티브에 대한 표현을 음악에 얼마만큼 반영해 주느냐에 따라 작품의 수준은 완전하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음악만 들어도 작품의 정서가 느껴지니까요.

 

 

- 현대예술의 변별적 특징은 ‘충격’이라고 하는데, 한국창작무용가로서 본인 작품에 대한 변별적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술의 본질은 교감을 전제로 관객과 소통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예술의 순기능을 중시합니다. 제가 안무한 작품을 통해 사람에게 내재 되어 있는 부정적 감정을 긍정으로 순화시키는 탐미적 서정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계획하신 일이나 미래에 대한 포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선 가깝게는 4월에 제가 대표로 있는 한국무동인회가 남산국악당에서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어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8년부터 박시종무용단이 예술적 역량을 통해 사회적 역할로 고민하여 시작한 ‘겨울날의 풍경-박시종의 춤’이 연말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공연의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공연으로 올해는 신작 발표를 통해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부라면 함께하고 있는 이들과 소소한 일상으로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며 행복한 일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저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는 단원들과의 소통과 교감의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작품의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이런 창작 작업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함께 나누는 것, 소소한 일상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 제자들과 꿈을 향해 나아가며 함께 성취하는 모든 나날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기를 희망입니다.

 

- 공연예술전문매거진 THE MOVE 구독자분들에게 인사말 전해주세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의 대전환 속에서 멈춤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한 해를 보낸 듯합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지만, 그 속에서 예술은 또 다른 형태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무용계 또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사조가 등장하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저 역시 변화를 선도하는 춤을 통해 무용가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임인년(壬寅年)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해가 될 것이며, 여러분께서도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_김종덕 (세종대학교 뉴미디어퍼포먼스융합전공 초빙교수)

 

 

박시종

. 박시종무용단. 韓國舞同人會 대표

. 한양대 박사

. 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

. (사)한국춤협회 부이사장

. (사)대한무용학회 이사

. (사)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이사

. 2021년 대한민국무용대상 ‘춤타올라’ 문체부장관상 수상

. 2019년 한국춤 평론가상 수상

. 2018년 제1회 MS MATURE 공로상 수상

. 2014년 제5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상 수상

. 2013년 제26회 한국무용제전 “염화미소” 우수작품상수상

. 2012년 대한민국무용대상 솔로&듀엣부분 “염화미소” BEST5 수상

. 2012년 제33회 서울무용제 “나와 나타샤와 시인” 대상 및 개인연기상 수상

. 2010년 대한민국 문화예술 “달의노래” 안무감독상 수상

. 2008년 공연과 리뷰 “달의노래” PAF 올해의 안무상 수상

. 2006년 제15회 전국무용제 “그 바람의 신화” 개인연기상 수상

. 2004년 제13회 전국무용제 “가람푸리 가얏고󰡓 금상수상및 개인연기상수상

 

 

〈주요작품〉

〈2021춤타올라> 〈2019춤아리랑> 〈2018Amor fati> <2018달, Theme>

<2008달의노래> <2017열락> <2016홀> 〈2012나와 나타샤와 시인> 〈2012염화미소>

〈2004가람푸리 가얏고> 〈2008달의노래〉 〈2007소리숲〉 〈2001빈배〉

 

 

김종덕 세종대학교 뉴미디어퍼포먼스융합전공 초빙교& choom1020@hanmail.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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