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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교향악축제의 외국인 지휘자 3인 3색

기사승인 2022.04.25  13: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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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쿠스 슈텐츠- 마시모 자네티 - 마르코 레토냐

2022교향악축제가 모두 종료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20개의 오케스트라가 모두 공연을 마쳤다. 올해 교향악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신선한 프로그램들이다. 초대형 편성과 개성적인 프로그램을 골랐던 지휘자와 악단이 많았다.

 

 

거대한 브루크너 산을 쌓아 올린 KBS교향악단과 마르쿠스 슈텐츠

지난 9일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은 쉽고 직관적이었다. 노래마다 어디하나 버릴 곳이 없었고, 모든 패시지들마다 그의 손이 안닿은 곳이 없었다. 이 모든 걸 따라 준 KBS교향악단단원들이 대단해보였다. 악기간 밸런스도 좋았고,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줄 빌드업들도 멋졌다. 이 작품은 다양한 분위기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슈텐츠는 이것들도 놓치지 않았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면간 전환들도 매끄럽고, 악기들이 단지 소리를 내는게 아니라 필요한 맥락을 가지고 있었다. 브루크너가 거대한 산이라면, 모든 악기들은 곳곳에서 나무를 만들고, 숲을 이루었다. 전통적인 브루크너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브루크너가 재미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었다.

 

이 날 KBS교향악단을 이끌었던 악장은 얼마 전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준 악장이었다. 슈텐츠와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는 이 악장은 교향악축제에서도 온몸을 던져 악단을 리드했다. 목관군의 활약도 돋보였는데, 맹렬하게 연주되는 스트링과 금관들 사이에서도 노래를 만들며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왔다. 특히 필요할 때마다 확실히 노래해주는 플룻 수석의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2022년 다시 전성기를 누리는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은 어떤 오케스트라들보다 훌륭했다. 또 서울시향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르쿠스 슈텐츠가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모습은 교향악축제에서만 가능한 순간이었다.

 

 

흩날리는 분수와 거대한 바다를 그린 경기필하모닉과 마시모 자네티

지난 5일 경기필하모닉과 마시모 자네티는 레스피기 로마 시리즈 중 ‘로마의 분수’를 선보이며 로마 3부작을 완성했다. 마시모 자네티는 경기필에 취임 후, 지난 2019년에 ‘로마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2021년에는 ‘로마의 소나무’, 2022년엔 ‘로마의 분수’로 3부작을 모두 연주했다. 2부 ‘로마의 분수’가 마침내 시작되고 시계바늘은 새벽에서 아침으로 향해갔다. 무대 위로는 차례대로 ‘줄리아계곡의 분수’, ‘트리토네 분수’가 등장했다. 이어서 바다처럼 장엄한 3번째 ‘트레비 분수’를 지난 4번째 분수인 ‘빌라 메디치의 분수’가 등장했는데,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해가 지고, 흩날리던 분수들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모습은 손에 닿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새벽이 찾아오며 드뷔시의 ‘바다’가 시작되었다. ‘바다’에서는 이렇게까지 많은 장치를 설계하고 통제하려고한 지휘자와 단원들의 노력이 보였다. 작품이 어려운 만큼 앙상블이 여러 번 흔들려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흥미로웠던 점을 찾자면 1악장 말미에 금관들의 노래를 더 코랄처럼 연주한 것이 있었고, 2악장은 리드믹하면서도 가장 간소화된 스케르초 같은 느낌이라 평소 슬림한 음악을 지향하는 마시모랑 잘 맞았다. 그리고 실황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지점들이 더욱 부각되서 들렸다. 다만 복잡한 리듬들이 교차할 때마다 불안했던 점과, 단원들이 작품에 톤 페인팅 하는 능력이 아직 어려워보여서 지휘자와 단원들에게 더 많은 리허설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동화 속 ‘로미오와 줄리엣’을 펼친 서울시향과 마르코 레토냐

지난 14일에는 마르코 레토나가 교향악축제에서 서울시향과 다시 만났다. 2018년에 서울시향과 괜찮은 시너지를 발휘했음에도,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리니의 말도 안되는 연주로 지휘자의 존재가 지워졌다.

 

일단 교향악축제에 참여한 서울시향은 안정적인 연주력을 보여줬다. 위험천만한 앙상블의 순간들은 서울시향에게 없었다. 공간 묘사가 뚜렷하고, 입체적이었던 오베른 서곡부터 이 지휘자의 장점이 보였다. 지휘자는 단원들과 모든 앙상블을 굉장히 공들여서 준비한 느낌이었다.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자세한 성격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관객들이 쉽게 이야기들을 소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호른 객원수석으로 참여한 야스퍼 드 발의 전방위적인 활약이 돋보였다. 오케스트라 전체를 감싸는 연주로 음악 전체에 고급스러운 색을 입혔다. 또 프로코피예프에서는 딱 필요한만큼의 여린음들을 정말 잘 구사해서 작품의 매력을 살렸다. 마찬가지로 야스퍼 드 발과의 협업도 교향악축제이기에 가능한 순간이었다.

 

허명현(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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