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적 열기로 매료한 우리 지휘자의 가능성 열렸다
<2022 교향악축제>가 4월 한 달 동안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음악으로 즐거움을 안겨주고 막을 내렸다. 그동안의 오케스트라 축제는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얼마나 발전했을까? 라는 과제를 안겨줬었다.
그러나 올해는 일부 지휘자들에게서 나타난 리더 방법의 향상으로 더 다양한 음악 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것은 결국 음악의 연주와 향수라는 차원에서 서구적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를 촉진시킨 축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생동감 있는 앙상블로 음악 미의 차원을 높인 수원 향의 최희준(4/6)과 부천 필의 장윤성(4/2)이 있고 오케스트라 표출어법을 서구적인 고급화의 언어로 들려준 경기 필의 마시모 자네티(4/5)가 있다. 지휘자의 언어가 지휘봉의 박자에서 비롯된다면 그동안 코리안 심포니에서 재탄생해 국립교향악단이 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윤한결(4/16)은 온몸을 동원해 단원들과의 소통을 더 음악적 열기로 매료될 수 있게 해서 지휘법의 폭을 다양하고 넓게 펼치는 어법으로 발전시켰다.
반면 마지막 날(4/24) 과천 향의 서진은 선율의 진폭이 유연하게 진행돼 유창하고 긴박감이 넘치는 흐름을 통해 시벨리우스를 만끽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여준 지휘 언어는 단순히 박자에서 음악으로 발전, 오케스트라가 지닌 음악적 표현 폭을 제한적이게 한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면, 무한대로의 표현이 가능해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만큼 우리 지휘자들이 세계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음악 미의 길을 열어준 것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소득이다.
여기에 우리 오케스트라들의 약점으로 치부됐고 당연히 지휘자들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앙상블 구도의 고전적 틀을 확실하게 해서 그 모범을 보인 청주 향의 유광(4/3)도 안정된 음악과 발전의 틀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KBS향의 마르쿠스 슈텐츠도 큰 일을 했다. 그동안 우리 오케스트라들은 악기를 억누르는 주법으로 앙상블 음이 홀을 채우지 못 했다. 그러나 슈텐츠는 악기 쓰기나 풍성한 사운드로 홀을 그득 채워서 풍성한 음악의 장이 되게 했다. 그것은 젊고 패기 넘지는 KBS향 멤버들을 통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꽉 채우는 풍성한 사운드가 되게 했고 그 사운드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을 훌륭하게 들려줬다.
그리고 군포 프라임 필을 지휘한 이승원(4/19)은 ‘오케스트라 스코어와 실제 사운드가 실현됐을 때 어떤 경로를 통해 완성된 형태로 이루어지는가?’ 라는 막연한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 확실한 구체성을 보여줌으로써 아직은 젊은 지휘자라는 선입견을 버리게 하면서도 자신이 미래 우리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대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것은 이승원을 막연한 기대에서 확신이 있는 지휘자로 우뚝서게 했다.
지휘계의 기대를 받고있는 광주시향의 홍석원(4/13)은 아직은 기대의 선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여줬고, 부산에 내려가서 자리를 잡고있는 최수열(4/8)은 오케스트라를 안정적인 구도가 되게 해서 이제는 펼치면 되겠구나 했는데 그 틀을 벗어나기보다 단원들과의 교류를 안정화에 쏟는 또 다른 지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젊음의 패기와 넘지는 재기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인천 향(4/10)의 이병욱은 이제 한 박자 느긋하면 스스로가 원하는 지휘자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뛰어난 재원들로 그득한 서울 시향은 지휘자인 마르코 레토냐가 추구보다는 연주에 의미를 부여해서 보편적인 오케스트라가 되게 하는 아쉬움을 안겨줬고, 대전 향의 제임스 저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연주로 이제 타성에 젖었나 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했다.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투박한 앙상블 구도를 확립한 강남 심포니의 여자경(4/23)은 그 구도가 확대된 차이코프스키를 통해 스스로를 알리고 있다.
반면 미국 작곡가들을 통해 화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보여준 경북도향이나 기대와 기대감을 높인 목포향의 정헌(4/22)과 창원향의 김건과 제주 도립향의 김홍식, 원주 향의 정주영(4/17)등이 교향악 축제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위상을 알리고 있었다.
이번 축제에 협연자로 등장한 솔리스트들은 비교적 젊고 콩클 입장자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콩쿠르 입상이 객관적인 기준은 되지만 믿을 수 있는 보장은 아니다. 그것은 연습으로 음악이 이루어져 입상을 했지만, 이 축제에는 그 보다 적게 연습하고 나오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기본 능력이 탁월하기 전에 연습으로 이루어진 음악의 완성도로의 콩쿠르 입상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임도 보여줬다.
물론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진짜 실력을 입증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쉬움이 있지만 성남과 협연한 바이올린 신지아나 강남과 함께 한 박수예(Vn), 군포와 함께 한 비올라의 김세준과 창원과 한 김상진(Va), 그리고 과천시향과 협연한 피아노의 조재혁과 이효주가 손꼽히는 솔리스트였다.
내년은 6월에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지난 4월, 20일을 함께한 오케스트라축제가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기억된 음악만 남았다.
글_문일평 (음악평론가) /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문일근 음악평론가 themove9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