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자 선정 방식 개선 필요
지역 기업 통큰 기부 박수에도, 공정성과 메세나 정신 되새겨야..
올해 20회를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사야오페라어워즈’를 새로 제정해 축제 마지막날 어워즈 시상식을 겸한 폐막콘서트로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대구․사야 오페라어워즈’ 는 지역 철강기업 TC태창의 문화예술기부금 후원으로 제정됐는데,
수상자 선정 방식에 의구심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상금을 쾌척한 기업에서 상의 수상자를 직접 선정한다는 것은 공정성과 메세나Mecenat의 방식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예술본부인 ‘문화예술본부’에서 지난 5월 ‘팔공사야국악상’을 제정하여 시상한 데 이어, 11월 10일 ‘사야오페라 어워즈’ 시상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첫회를 시작하는 <사야오페라어워즈>는 지난 2022년 12월, TC태창(태창철강)이 대구시에 기부한 20억의 기부 약정으로 시작됐다.
TC태창은 대구시 공연문화의 진흥 및 발전을 위해 총 20억 원의 기부금을 대구시에 기탁했고, 대구시의 통합 문화예술기관인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기부금이 전달되어 약정식(2022.12.6. 대구시청)을 가졌다. 약정 내용에 의하면, 대구시는 TC 기부금으로 2023년부터 오페라, 뮤지컬, 국악 분야의 대상제정 및 시상식 등을 후원한다는 것이다.
2022.12.6일,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유지연 TC 회장, 김정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부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조건부 기부 약정) |
어워즈의 상세 내용과 관련해 대구오페라하우스로부터 받은 답변에 의하면,
“기부자의 조건부 기부금(대상 제정)을 대구시로부터 수탁받은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시 오페라, 국악 공연문화의 진흥 및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 기부처 TC 태창의 의사를 존중하여 그 기부목적 및 용도에 맞게 기부금을 사용 하기로 한다.”
또, “기부약정서에 기재된 세부 내용으로는 분야별 문화대상의 심사위원은 기부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기부금은 시상금으로만 사용한다”고 명기되었다고 했다.
요약하면, ‘사야오페라어워즈’는 향후 10년간 매년 1억씩 총 10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그 기부금은 조건부로 ‘수상자 대상’을 기업에서 직접 선정하고,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시상식만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음악계에서는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지역 기업의 통큰 기부는 반갑고 박수받을 일이나, 수상자를 직접 선정해 통보하겠다는 방식은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이는 무엇보다 상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쾌척한 기업의 메세나 활동에도 손상이 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민간기업이 어떤 예술가들에게 상을 주고 싶으면 자체 기업재단인 사야문화재단에서 제정해서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공기관을 통해 기부형태로 할까?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수상자 선정 방식 개선 필요
이영조 작곡가(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는 “기업의 메세나는 문화예술 단체가 성숙할 수 있는 지원이라 반갑지만,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싫다. 상의 대상자를 직접 선정하며 심사위원도 밝히지 않는 깜깜이로 진행하는 것은 심사위원 그룹이나 애호가들의 그들끼리의 모임으로 잘못되면 관이 종속될 우려도 있어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은 “'겸손은 목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 라는 말이 있는데, '상은 상금의 힘이 아니라 가치의 존중'이다. 금권에 휘둘리는 상이라면 박수치기도 어색할 것 같다.”며, “대구시민들이 그간 오페라에 보낸 박수 소리를 훔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냄새나는 시상이라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휘자 K씨는 “말도 안된다. 상의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 돈 낸 단체, 기부자가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것은 민간단체라해도 상의 권위를 믿을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관에서 이런 조건부 약정의 기부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론가 A씨도 “기부금으로 예술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대구오페라축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상의 권위와 가치를 위해서도 기업이 수상자를 지정해 통보하는 방식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오페라하우스측은 “대구시 진흥원 전체의 사업방향에 맞추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관장은 “좋은 취지로 기부받은 상금으로 어워즈를 진행할 수 있어서 대구오페라축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의 공정성이 잘 지켜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제조직위에서는 <사야오페라어워즈>시상식을 위해 해외 여러나라 극장의 대표와 음악계 인사를 시상자로 초청했다. 단지 시상식을 위해 해외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화려한 영화제의 시상식처럼 모양새를 갖춘 것은 이들이 심사한 것 같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상자들_이들은 심사위원이 아닌, 시상식에서 단지 시상을 위해 초청됐다. |
지역 기업 통큰 기부 박수에도, 공정성과 메세나 정신 되새겨야..
상의 가치와 권위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 5월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예술상’ 이 첫회 시상을 끝으로 폐지된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박서보예술상’은 추상화의 대가 고 박서보 작가가 기부한 상금 10만 달러(1억 3천만원)으로 제정됐으나, 광주정신에 맞지 않든다며 광주 등 지역미술인들의 반발로 폐지 결정이 내린 바 있다. 사유가 같지는 않지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상 제정의 취지는 ‘사야오페라어워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 모임이 지난달 11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예술인모임 제공 |
TC태창은 대구시의 향토 철강 중견기업으로 가치경영을 경영이념으로 2012년 사야문화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후원해오고 있어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쾌척(快擲)'은 '금품을 마땅히 쓸 자리에 시원스럽게 내놓는 것'을 말한다. 통큰 기부를 했으면 이후 상의 선정과정과 진행방식 등은 주최측에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메세나(mecenat)의 뜻과 고대 로마제국시대로부터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메세나는 ‘대가 없이’ 물질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수상자를 직접 선정하겠다는 조건을 다는 것은 메세나 기업의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상의 위상과 기업의 이미지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사야오페라어워즈’는 1회를 지나 앞으로 9회가 남았으니 이후 상의 선정방식이 개선될지 두고 볼 일이다.
임효정 기자 (발행인. 문화칼럼니스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