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체 불명 오페라, 외국 나가면 능사인가, K-컬처 해외교류 점검 필요
한.중.일 구분 모호, 정체성 불명
K-오페라 육성 및 해외교류 지원 사격 시급
대구오페라하우스가 11월 이탈리아 페라라시립극장 무대에서 공연하는 뉴스로 축하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자체제작 오페라 <투란도트>가 과연 한국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K-컬처 글로벌 확장의 관점에서 역수출의 성과로 볼 수 있을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 11월 24일, <투란도트>가 페라라시립극장 무대에 서게 된 것에 대해 “공식 초청 및 공연료 전액을 지원받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며 환호 분위기를 전했고, 이에 SNS로 소식을 접한 공연계 관계자들이 축하와 응원을 보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유럽 극장과 대등한 조건으로 교류공연을 하게 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기관의 해외 예술교류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사항들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또한,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해외교류의 의미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국제교류는 국가의 위상과 국제사회에서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관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1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오페라 <투란도트> 스탭 및 출연진 |
우선, 이번 이태리 무대에 오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으로 국내 관객에게 선보였던 작품이다. 당시, 최근 작고한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를 맡고, 플라멘 카르타로프 연출가의 작품이었는데, 이번 이태리 공연에는 기민정 재연출,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를 맡았다. 출연진은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릴라 리(이윤정), 칼라프 역에 테너 윤병길 등 국내외 성악가들이 참여하고, 이태리 현지의 볼로냐시립극장 어린이합창단과 파르마·에밀리아 로마냐 오페라합창단, 그리고 페라라 시립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이번 <투란도트>는 페라라시립극장과 합작(co-production)으로 진행하는데, 통상 프로덕션(production)이란 생산, 제조품, (연극·오페라의) 연출을 뜻하며 공연의 제작시스템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오페라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 지휘, 무대 연출에 오리지널 이탈리아 연출가(플라멘 카르타로프) 및 이탈리아인 지휘(마르첼로 카르타로프)의 프로덕션이 과연 한국산(産) 오페라 작품(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색풍 짙은 포스터 이미지에 중국 스토리를 이탈리아 사람이 연출하고 이탈리아 사람이 지휘하는 작품을 외국에 수출했다며, K-컬처 확산의 해외교류 성과라고 환호를 보내야 할까?
이탈리아 페라라시립극장의 대구오페라하우스 <투란도트 > 무대(2023) |
‘공연료 전액 지원’에 관한 부분은 성과이기도 하지만, 이는 페라라시립극장과 맞교환 방식의 교류로 단독 수출의 성과는 아니다.
지난해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메인오페라로 페라라시립극장이 제작한 <돈 조반니>를 초청하며 답방 형식의 교류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측은 '극장 대 극장 교류'라는 점에서 이태리 극장(페라라시립극장)과 한국극장(대구오페라하우스)이 대등한 조건으로 교류가 성사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수출이 아닌, 교류라는 점에서 결실이며, 그간 대구오페라하우스 직원들의 노고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공연료 받고 이태리 공연을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대구오페라하우스(예술감독 박명기)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이태리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에 초청받아 공연하며 공연료를 지급받은 선례가 있다. 정당한 공연료 지불의 교환은 예술기관 및 단체의 국제교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국립오페라단이 내년도 해외공연(3건)을 진행하며, 대관 형식으로 국민의 혈세를 지불하며 해외공연을 한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다.
또한, 'K-컬처 글로벌 확장'이라는 국가적 문화정책의 방향성에 있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문체부국제교류 해당부서에서도 그 세부 내용을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2022년 대구오페라축제 <투란도트> 커튼콜 |
또한, 이번 <투란도트>를 이탈리아 페라라시립극장의 2023/24 시즌 첫 작품으로 올린 이유에 대해 페라라시립극장의 마르첼로 콜비노 예술감독은 “첫 번째는 <투란도트>가 동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오페라 역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장대한 작품 중 하나인 <투란도트>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가진 높은 테크닉과 예술적 수준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향후 동양이 아닌, 한국 소재(배경)의 창작오페라를 통해 그들이 구매 의지를 갖고 <투란도트>와 같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의미한다 .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탈리아 <투란도트> 공연에 이어 2024년에는 루마니아 부큐레슈티국립극장(나비부인), 2025년에는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코리아시즌), 2026년에는 독일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심청) 등 유럽 극장으로의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실질적으로 K-OPERA 해외진출은 2026년 오페라 <심청>이 아닐까? 독일 만하임극장 공연에 대한 현지 관객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기대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2024년 루마니아 부큐레슈티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
K-오페라, 창작오페라 육성 시급 및 해외교류 정부 지원 필요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이태리 교류 사례를 통해 살펴볼 때, K-컬처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작오페라의 육성과 더불어 정부의 K-콘텐츠 발굴 및 진흥 사업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문화정책의 중요 키워드로 ‘K-컬처 글로벌 확산’을 꼽고 있다. 이에 부응해 국립예술단체들의 해외공연이 줄줄이 이어졌고 계속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기에 발맞춰 국립예술단체뿐만 아니라 공공 예술기관 및 민간예술단체의 해외교류에 국가적인 지원사격이 불가피하고 절실하다.
언제까지 <투란도트> <나비부인> <트로이의 여인들>이 국제교류의 선두에 설 것인가?
우리의 대표 브랜드는 무엇일까? 경쟁력 있는 우리 이야기 국가브랜드 K-콘텐츠는 어디 있는가?
한국적 소재 개발과 우리 이야기의 K-콘텐츠 예술작품 창작에 국립예술단체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이와 관련해 내년도 국립오페라단은 어떤 작품으로 국제무대에 나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국립오페라단은 2023년 올해 전체 라인업 중 창작오페라 한 작품도 올리지 않았고, 2024년 라인업에도 한국 소재 창작오페라는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각 기관 및 예술단체의 국제교류 담장자들은 한결같이 국제교류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역설한다. 특히, 몇 년 전에 이미 예산 계획 및 승인이 이루어지는 해외 극장 시스템과 비교해 한국의 1년 단위 예산 수립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니즈가 더욱 절실하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