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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칼럼] 인천에선 전통예술이 '장르'가 아니다?

기사승인 2024.12.18  12: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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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공모의 분류법, 문제가 심각하다

 

2025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공모에는 전통예술이란 분야가 없다. 공연이라는 범주(카테고리)에 연극, 음악, 무용의 셋만 존재한다. 인천지역에서 활동한 전통예술인은 이 중에서 어떤 분야에 지원하란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은 이렇지 않았다. 대한민국 '인천'에 전통예술은 없는가?

인천문화재단은 전통예술을 대체 어떻게 생각하나? 인천문화재단이 개탄스럽다. 인천시민은 인천문화재단 김영덕 대표이사의 답변을 들어야한다.

 

“전통예술은 장르가 아니잖아요.” 인천문화재단은 지금 얼토당토한 착각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인천문화재단이 과연 대한민국 문화계의 일익을 담당하는 조직이 맞는가? 대한민국의 문화계가 오랫동안 합당하게 여겨왔던 기준과 방식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인천문화재단만이 왜 예외란 말인가.

 

 

대한민국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원회의 분류법

대한민국 문화와 예술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부터 살펴보자. ‘음악ㆍ무용ㆍ연극 등 공연예술 및 전통음악ㆍ전통무용ㆍ전통연희 등 전통예술’로 분야를 나누었다. 전통예술이란 큰 틀 안에서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를 나누고 있다. ‘전통예술’은 ‘음악 무용 연극과 태생적으로 다른 고유한 장르’이고, 그러하기에 전통예술에 속하는 여러 종목이 결코 음악 무용 연극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만약 전통예술이 독립된 장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형태도 마찬가지다. ‘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은 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의 6개의 장르로 나뉜다. 이 증 전통예술의 성공사례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다수가 잘 알고 있다. 만약 전통예술이 독립된 장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의 공연예술의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있는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도 전통예술은 하나의 분야로 당당히 존재한다.

 

시대를 역행하는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이 아닌 다른 도시는 어떠한가. 서울문화재단은 ‘연극, 무용, 음악, 전통, 다원, 시각’이란 6개 분야로 나눠 재단의 모든 사업에 모두 적용한다. 문화재단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공연예술은 ‘연극 무용 음악 전통’의 넷으로 나눠서 접근하고 있는 건 동일하다.

 

인천문화재단은 왜 전통예술을 장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전통예술의 다양한 콘텐츠를 음악 연극 무용의 틀 안에 무리(無理)하게 또한 무례(無禮)하게 엮어 넣으려는 저의는 무엇인가. 공모사업을 세부적으로 살피게 되면, ‘전통예술에 관한 상식적 이해’조차 없음에 분노마저 치밀어오른다.

 

한 예로, 연극이란 ‘분야’ 속의 ‘사업유행’으로서 ‘전통연희’가 존재한다. 연극이란 상위개념 속에 연희라는 하위개념이 존재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사물놀이의 김덕수 명인이 인천지역 예술가와 함께 공모사업에 지원했다고 치자. 그럼 연극 분야에 지원해야하고, 연극 전공이 주축이 된 심의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연극과 연희는 태생적으로 다른 장르다. 연극인이 어떻게 연희를 심사할 수 있는가. 장르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에서 모두 결격(缺格)이다.

 

 

인천에서 연희인이 연극인? 국악인이 음악인?

인천문화재단은 왜 연희인이 연극인이 되어야 하고, 국악인이 음악인이 되길 바라는가. 왜 전통예술의 독립적 가치와 전문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과연 20년이나 된 문화재단으로서의 상식적인 태도일까.

 

전통예술은 그 안에 가(歌) 무(舞) 악(樂) 희(戱)가 공존하고 있다. 이것이 ‘따로 또 같이’ 상생(相生)하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예술을 형성해왔다. 서구의 개념을 적용해 본다면 우리 전통예술은 총체예술(total art)이다. 서구적 개념으로 분리될 수 없는 고유성이 있다. 한국 전통예술의 종합예술이자 통합예술적인 측면은 장르를 분리하면서 발전한 서구인들에게는 매우 부러운 영역이다.

 

얼마 전 드라마 <정년이>가 큰 인기를 끌었다. 1950년대 최고의 흥행물 ‘여성국극’이다. 여성국극은 가, 무, 악이 공존하는 장르다. 만약 여성국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자 지원하게 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분야에 지원해야 할까? ‘

극예술’로 봐서 연극 쪽에 지원해야 하나. ‘창극(가무극)’으로 봐서 음악 쪽으로 지원해야 옳은가. 지원분야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과연 이런 콘텐츠를 서양연극 또는 서양음악을 주로 심의한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건 ‘음악’이라는 분야 안에 ‘국악’이란 사업유형을 집어넣는 발상이다.

지난 20세기에 이런 문제점은 서양음악 전공자조차 지적하였고, ‘대한민국음악제’에 ‘대한민국국악제’에서 분리된 것이 1981년이다. 이번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공모를 보면서 마치 197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하다.

 

경아대(景雅臺)는 1962년 40여 평 규모 한옥 시설물 조성됐다. 인천 문화예술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으로 당시 국악인과 무용인들의 집결지였다. 현재는 율목동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사물놀이, 국악) 운영을 위해 주1회만 개방하고 있다.

인천은 일찍이 전통예술의 도시였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만행(蠻行)이 인천이란 문화도시에서 일어났다!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 인천은 일찍이 전통예술을 중시한 도시였다. 일제가 강점한 1920년, 인천의 지식인은 이우구락부(以友俱樂部)를 조직했다. 지식인들이 국악기를 직접 다루는 전통이 생겼고, 그런 전통은 쭉 이어졌다.

2020.10.16 경아대((景雅臺) 재개관식_사진 자료 경기신문

경아대는 당시 인천국악원 역할을 한 곳이다. 인천 중구는 인천 국악의 산실이었던 경아대를 재조명하고자 율목공원에서 재개관식을 개최했다. 

축하공연과 윤중강 음악평론가의 강의 등이 펼쳐졌다.

한국전쟁 후 십여년간 인천은 황폐해졌다. 1963년 전통예술인(국악, 고전무용)은 기금을 모아서 당시 인천시장을 찾아갔다. 메세나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유승원시장은 대성목재 등을 찾아가서 전통예술의 진흥을 호소했고, 그래서 경아대(景雅臺)라는 전통예술공간이 생겨났다. 

1960년대로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초반까지, 인천의 국악과 무용은 매우 발전했다. 그 시절 인천 출신 전통예술인은 전국적으로 진출해서 환영받았다.

 

경아대에서 가르친 <영산회상> 악보_자료: 이두칠(1901-1975) 소장
1968년, 경아대 앞에서 경아대에서 국악과 춤을 배우는 어린이들. _자료제공 ; 유정선

 

‘자격 있는’ 전통예술인 vs. ‘자격 없는’ 타 분야 전문가

과거 인천 전통예술인의 열정과 인천의 전통예술의 성장이 이러한데, 대한민국의 문화재단 중에서 전통예술을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지 않는 초유(初有)의 사태가 인천에서 발생했다. 자격을 갖춘 ‘전통예술인’을 자격이 없는 ‘타 분야 전문가’가 심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예술지원사업에서 씻을 수 없는 오명이 될 것이다.

이는 나와 같은 평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인천문화재단이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치 않는 이상 결코 묵고(默考)할 수 없다. 인천문화재단은 대체 어떤 자격으로 평생 국악 또는 전통예술에 자신의 모든 삶을 걸었던 사람의 가슴에 이리 대못을 박는 것일까.

민간의 재단법인에서 조차 유망예술가를 지원할 때 연극, 전통, 무용, 음악 라는 네 개 장르의

형평성을 유지하기에 힘쓰고 있는데, 20년의 연륜을 경험한 인천시의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이러했다는 건 매우 시대착오일 뿐 아니라, 아울러 특정 장르를 무시하는 매우 오만방자한 태도이다.

 

인천문화재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인천직할시 승격 이후 40년간(1981~2020)의 인천문화예술 역사를 집대성한 『인천문화예술 40년사』를 2024년 12월 1일 발간했다.

 총 8권으로 총론, 예술사, 문화사로 나뉘는 6권의 본편과 2권의 특별기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편 6권에서는 예술의 주요 장르를 아우르면서 문화의 다양한 분야의 주제들도 한데 묶었다. . _인천문화재단  제공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께 고함

인천문화재단은 최근 <인천 문화예술 40년사>를 발간했다. 인천태생으로서 무척 자랑하고 싶은 글을 쓰고자 했던 나였다. 그러나 뒤늦게 인천문화재단의 공모사업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함을 발견하고 이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전통예술은 음악이 아니다. 전통예술은 연극이 아니다. 전통예술은 무용이 아니다. 전통예술은 가, 무, 악, 희. 총체이다.

 

인천은 지난 40년간 전통예술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던가. 인천에는 타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평풍물대축제라는 ‘전통예술의 고유한 가치’를 통해서 인천이라는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축제가 있지 않은가.

 

이제 인천문화재단 김영덕 대표이사에게 준엄히 묻겠다. 어찌 이렇게 있을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 이에 대해서는 반성적인 해명이 반드시 필요하며, 앞으로 인천의 다수 전통예술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속히 취해야 할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의 ‘전통예술을 독립된 장르로 인정하지 않은 방자한 태도’를 전국적으로 알리면서 목소리 높여 꾸짖겠다. 비(非)예술적이고 몰(沒)상식적인 공모의 분류를 속히 철회하고, 전통예술의 역사성과 장르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타 문화재단과 같이 음악, 무용, 연극 그리고 전통예술이라는 4분 분류체계를 유지하고, 장르마다의 전문가를 통해서 공모 선정의 잡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의 김영덕 대표이사를 비롯, 인천문화재단이 답할 차례다. 

 

 

윤중강 음악평론가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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