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년 전 초연작, 드라마 발레, 쇼팽의 선율 위에 춘희의 슬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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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이 2025년 첫 정기공연으로 5월에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를 선보인다.
5월 7일(수)부터 5월 11일(일)까지 5회 공연한다.
https://www.korean-national-ballet.kr/ko/performance/view?id=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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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La Dame aux Camélias)≫를 바탕으로 1978년 창작한 작품으로 남녀 주인공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가슴 아픈 사랑과 운명을 깊이 있게 그려낸 드라마 발레다.
강수진 단장의 쉬투트가르트 발레단 현역 시절 대표 작품이며 그녀에게 동양인 최초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수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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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리아 레이디_ⓒKiran West |
드라마의 내용은 화려한 파리 사교계에서 사랑받는 코르티잔인 마르그리트와 젊은 귀족 아르망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사회적 신분 차이, 주변의 반대, 병약한 건강 등의 이유로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마르그리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희생과 운명, 그리고 사회적 억압 속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하는 한 편의 깊이 있는 드라마 발레로 평가받는다.
특유의 안무기법과 극적인 연출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의 시작은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 슈투트 가르트 발레단의 전설적인 발레리나였던 ‘마르시아 하이데’와의 약 속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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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시아 하이데’가 슈투트가르트의 단장을 맡으며 ‘존 노이마이어’에게 발레단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던 노이마이어는 ‘하이데의 시선’에서 영감을 얻어 원작 소설 <춘희>를 발레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받는다. 이후 ‘존 노이마이어’는 1978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이 작품을 초연하였고, 전 세계 주요 발레단에서 꾸준히 공연하며 <카멜리아 레이디>를 대표적인 서사 발레(drama ballet)로 자리 잡게 했다.
사랑과 희생, 운명의 비극적 요소를 극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Chopin)의 음악들로 구성된다.
안무가는 처음 이 작품을 안무하며 베르디의 오페라 음악을 편곡하여 연출을 계획했으나 그 계획은 실현되지 못하였고 이후, 이 주제에 관한 장편 발레작품을 위해 쓰인 앙리 소게의 총보를 발견하였으나, 이 역시 적절한 음악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던 중 지휘자 ‘게하르트 마르크손’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에게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에 어떤 음악을 쓰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였고, 마르크손의 조언에 따라 쇼팽의 음악에 맞춰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심하여 지금의 음악적 구성이 완성됐다.
‘존 노이마이어’는 더욱 생생하고 감정선 있는 음악을 전달하고자 공연이 진행되는 무대 위에 피아노와 연주자를 배치하여 극의 음악을 이끌어간다. 이 작품에는 녹턴(Nocturne), 발라드(Ballade), 마주르카(Mazurka), 폴로네즈(Polonaise) 등 쇼팽의 다양한 곡들이 사용되며, 특히 주요 장면에서는 피아노 협주곡이 극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쇼팽의 서정적인 음악은 무용수들의 감정선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감성적이고도 깊이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집주인이 죽고 그녀(마르그리트)의 모든 물건들이 경매에 부쳐진 한 저택을 배경으로 공연의 막이 오른다. 한 남성이 뛰어 들어와 그녀의 유품 중 하나인 소설 ≪마농 레스코≫ 책을 껴안고 울며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안무가는 이 ≪마농 레스코≫ 소설을 ‘극중극’ 형식으로 활용,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매개체이자 비극적인 두 사람의 운명을 암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시키며 서사적 완성도를 높인다.
이처럼 <카멜리아 레이디>는 존 노이마이어 특유의 감정 서사를 담은 안무 기법은 물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피아노 연주, 주인공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매개체의 활용 등 다양한 예술적 장치를 조화롭게 결합하며 드라마 발레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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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서는 안될 명장면!
Purple, White, Black 3색 파드되
<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3번의 파드되를 선보인다.
이 파드되 들은 발레리나의 드레스 색깔에 따라 퍼플, 화이트, 블랙 파드되로 알려져 있으며 각각의 색을 통해 사랑의 시작과 정점, 그리고 이별의 비극으로 치닫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작품의 가장 강렬한 순간들을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카멜리아 레이디>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 퍼플(Purple) 파드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표현하는 파드되로 열정적이면서도 감미로운 안무로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을 그려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선율에 감정의 고조를 나타낸다.
- 화이트(White) 파드되: 시골 별장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즐기던 마르그리트가 아르망과의 사랑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둘의 사랑을 확인하며 선보이는 격정적이며 행복한 사랑의 파드되이다. ‘피아노 소나타 3번 3악장 Largo’ 음악을 사용하여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이 절정에 달했음을 표현한다.
- 블랙(Black) 파드되: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의 강렬하고도 격정적인 파드되로, 사랑과 배신감, 오해로 엉킨 두 사람의 감정을 격렬한 안무로 표현하고 있다. 강렬한 피아노 선율과 격정적인 리듬의 ‘발라드 1번, G Minor op.23’을 사용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카멜리아 레이디>의 세 가지 파드되는 사랑의 설렘에서 비극적 운명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의 감정을 단계적으로 쌓아가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무용수들의 섬세한 표현력과 쇼팽의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무대 위에서 직접 펼쳐 보는 듯한 극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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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 국립발레단의 두 번째 만남!
세계적 거장의 신뢰를 얻은 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로 실력 증명
‘존 노이마이어’는 자신의 안무작을 쉽게 다른 발레단에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해 5월 국립발레단과 함께한 <인어공주>에 이어 두 번째로 본인의 대표작인 <카멜리아 레이디>를 국립발레단에 허락했다.
이에 대해 국립발레단은 "국립발레단의 실력과 예술적 완성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과, 국제 무대에서 한국 발레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이마이어가 이번 작품을 허락하는 과정에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강수진과의 깊은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수진 감독은 현역 시절 <카멜리아 레이디>를 대표 레퍼토리로 삼아 세계적인 무대에서 수차례 공연하며 강렬한 마르그리트를 선보였으며, 이 작품으로 무용계 최고 권위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바 있다. 그녀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시절 노이마이어의 작품을 직접 경험하며 그의 스타일과 안무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무용수 중 한 명이다. 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국립발레단이 <카멜리아 레이디>를 보다 순조롭게 준비할 수 있었으며, 작품의 해석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는 감성적인 해석과 섬세한 표현력이 요구되는 작품으로, 이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발레단은 전 세계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국립발레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게 되었다는 것은 한국 발레계의 수준이 세계적 기준에 부합함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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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지도자들 입국, 직접 지도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를 위하여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를 비롯한 안무 지도자들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먼저,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는 이번 작품을 위해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3월 18일(화)부터 약 1주일간 국립발레단의 연습을 함께하며 캐스팅을 의논할 예정이며, 공연 개막 약 10일전인 4월28일(월)부터는 공연 시작까지 작품의 최종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막바지 지도를 직접 진행한다. 또한 각 파트의 전문적인 연습을 위해 5명의 안무 지도자가 한국을 찾는다.
가장 먼저, 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및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강수진 단장의 <카멜리아 레이디> 파트너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마레인 라데마커Marijn Rademaker”가 지난 3월4일(화)부터 주역 무용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테크닉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선과 표현력 등 작품의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지도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어, 전 함부르크발레단 솔리스트이자 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소속무용수인 ‘박윤수’가 지난 3월10일(월) 입국하여 군무출연진을 지도하고
있으며, 이후 “이반 우르반Ivan Urban(전 함부르크발레단 수석무용수)”, “케빈 헤이겐Kevin Haigen(현 독일 National Youth Ballet 예술&교육감독/전 함부르크발레단 수석무용수)”, ”야누스 마존 Janusz Mazon(현 함부르크 발레학교 교수/전 함부르크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등이 이번 3월~4월 차례로 입국하여 국립발레단과 함께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쇼팽의 서정적인 음악과 감성적인 안무, 그리고 깊이 있는 서사가 어우러진 공연에 대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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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경매가 진행 중인 마르그리트 고티에의 집을 배경으로 발레가 시작된다. 아르망과 아르망의 아버지 무슈 뒤발, 그리고 마르그리트 등 다양한 시점에서 회상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작품 중 현재를 나타내는 ‘경매(Auction)’ 중에 일어나는 모든 행위는 밑줄 친 굵은 글씨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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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때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르티잔[1]이었던 마르그리트 고티에가 죽었다. 그녀의 호화로운 아파트의 가구 전체가 경매로 처분될 예정이다. 마르그리트의 충직한 하녀 나니나는 일기장을 들고 이곳에 작별을 고한다. 물건을 살펴보는 사람들과 무슈 뒤발 사이로 그의 아들 아르망이 정신이 나간 상태로 뛰어 들어온다. 과거 회상에 젖어든 그는 쓰러진다.
1막
무슈 뒤발이 그를 위로하자 아르망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발레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가 공연되는 바리에테 극장(Théâtre des Variétés). 작품 속 유명한 로코코 코르티잔 마농이 여러 흠모자들과 데 그리외를 현혹한다. 객석에서 공연을 보던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마농의 경박함에 역겨움을 느낀다. 오랫동안 마르그리트를 연모해 온 아르망 뒤발은 가스통 리외의 소개로 그녀를 만난다. 마르그리트는 서투르지만 진실된 아르망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다. 아르망은 발레를 관람하면서 데 그리외의 슬픈 운명이 자신의 미래를 반영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공연이 끝난 후 마르그리트는 아르망과 그의 친구 가스통, 코르티잔 프뤼당스, 자신의 사교모임 후원자인 재미없는 젊은 N 백작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질투심 많은 백작에게 시달리던 마르그리트는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한다. 마르그리트를 보살피러 그녀를 따라 침실로 들어간 아르망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마르그리트는 그의 진실된 마음에 감동한다. 하지만 불치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비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르그리트가 여러 무도회를 오가며 수많은 흠모자들과 어울리는 동안 아르망은 묵묵히 그녀를 기다린다. 공작이 마련해준 한적한 시골 별장으로 마르그리트가 떠날 때 아르망은 그녀를 따라간다.
2막
마르그리트의 여름모자를 본 아르망은 그녀와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마르그리트는 친구들과 흠모자들에게 둘러싸여 파란만장한 전원 생활을 이어간다.
피할 수 없는 아르망과 공작의 대립으로 마르그리트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녀는 아르망에 대한 사랑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마침내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아르망의 아버지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며 회상한다.
아들이 코르티잔과 동거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무슈 뒤발은 시골에 있는 마르그리트를 찾아간다. 그는 그녀가 결국 아르망을 망칠 것이라고 단언한다. 충격을 받은 마르그리트는 그의 말을 부정한다. 하지만 마농과 그녀의 흠모자들이 마치 자신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처럼 떠오르며 무슈 뒤발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무슈 뒤발은 그녀에게 자신의 아들에게서 떠날 것을 간청하고, 아르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르그리트는 끝내 떠난다.
아르망은 아버지에게 마르그리트가 자신을 떠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야기한다.
하염없이 마르그리트를 기다리던 아르망에게 나니나가 편지를 전달한다. 다시 코르티잔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마르그리트의 편지를 읽고 아르망은 파리로 달려가지만, 공작의 품에 안겨 있는 마르그리트를 발견한다.
3막
아르망은 이후 샹젤리제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재회했는지 설명한다.
마르그리트는 아름답고 젊은 코르티잔 올랭피아와 함께 있다. 아르망은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준 마르그리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올랭피아에게 접근한다.
병세가 악화된 마르그리트는 아르망을 찾아가 올랭피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상처 주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잠에 든 마르그리트의 꿈속에서 마농의 환영이 나타나 마르그리트에게 코르티잔의 삶으로 돌아오라고 손짓한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아르망 아버지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조용히 아르망의 곁을 다시 떠난다.
무도회에서 아르망은 마르그리트에게 과거 만남에 대한 대가라고 돈을 쥐어주며 공개적으로 모욕한다. 마르그리트는 쓰러진다.
아르망의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간다. 그는 다시는 마르그리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애써 진심을 외면했던 아르망의 아버지는 떠나고, 나니나는 돌아와 아르망에게 마르그리트의 일기장을 건넨다. 아르망은 일기를 읽으면서 마르그리트의 마지막 극장 나들이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녀는 다시 발레 <마농 레스코>의 한 장면을 본다. 자신과 처지가 같던 마농이 진정한 연인 데 그리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다.
아프고 절망에 빠진 마르그리트는 극장을 나서지만 마농과 데 그리외의 환영이 그녀를 따라간다. 환영과 그녀의 기억이 뒤섞이며 마르그리트와 마농은 하나가 된 듯하다. 마르그리트는 아르망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자신의 마지막 일기를 적은 뒤 나니나에게 건넨다. 마르그리트는 홀로 죽는다.
아르망은 조용히 일기장을 덮는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