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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근의 독일에서 날아 온 음악편지1

기사승인 2017.07.13  0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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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수 향기에 실려 오는 젊은 날의 희망과 설레임

피셔 디스카우 거리에 있는 보리수

 

R. Wagn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처음으로 바그너의 오페라제작에 참여했었다. 바그너를 좋아해서 독일로 유학을 왔고, 오페라극장에 취직해서 바그너를 다루어 보는 것이 꿈이었다. 첫 번째 직장이었던 기센시립극장은 바그너의 대작은 좀처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언제든지 큰 도시로 옮기고 싶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2년 후에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 음악코치로 임용되어 첫해에 바로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바이로이트축제극장1

 

베를린슈타츠오퍼의 7년 전 리모델링하기 전의 내부

단일 오페라로 CD 4장이 꽉 차는 바그너의 가장 긴 단일 작품으로 수개월동안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나 4시간 반 가량의 음악과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압축시켜놓은 연습용 피아노악보는 연주불가능한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종종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또한 성악가가 아파서 연습에 불참할 경우에는 음악코치가 성악가의 부분도 대체할 수 있도록 성악파트도 준비해야했다. 그 당시에는 음악코치에게도 본 공연 지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위해 극장에서 밤샘하며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아노연주보다도 더 절망적이었던 것은 바그너의 텍스트였다. 독일인들에게도 난해한 텍스트를 한국인 코치가 몇 개월을 밤새 연습해도 수월하지 않았다.

 

 

 

 

유월의 이맘때, 동틀 무렵에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보리수 향기에 바그너 음악과 함께 깨어나는 아침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성탄절로부터 약 6개월 전인 6월 24일인 성 요한 축일이 배경이다. 이날은 여름이 가장 긴 날인 6월 21일 하지와도 관계가 깊다. 1868년 이날에 한스 폰 뷜로의 지휘로 뮌헨에서 초연되었다. 이 기간 동안에 독일은 보리수향기가 거리에 진동을 한다. 특히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저녁에 짙게 퍼지는 보리수 향기는 최면에 걸릴듯하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 극장에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첫 공연도 이시기와 비슷한 유월 마지막 주였다. 막바지 연습기간 동안에는 며칠은 극장 연습실에 간이침대를 가져다 놓고 다음날 리허설 텍스트를 외우며 쪽잠을 자기도 했다. 몸은 피곤한 날들이었지만 동틀 무렵에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보리수 향기에 바그너 음악과 함께 깨어나는 아침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바그너의 작품 중 초기에 작곡된 거의 연주되지 않는 오페라 <금지된 사랑>을 제외하고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유일한 희극 오페라다. 그의 유명한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화성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이라면,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바흐를 모델로 한 거대한 대위법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이 오페라의 배경인 16세기 종교개혁 시대의 뉘른베르크는 당시 쾰른, 아욱스부르크과 같이 국제적인 상업도시로 정치와 문화가 발달한 도시였다. 바그너는 이 도시의 예술을 사랑하는 부유한 수공업자들의 명가수들이 만든 조합을 모델로 풍자적인 작품을 작곡했다. 성요한 축제날 뉘른베르크 초원에서는 노래경연대회가 개최되고, 이 도시 최고의 부자인 포그너는 우승자를 자기 딸 에바와 결혼시켜 후계자로 삼겠다고 공포한다. 그리고 지원자는 명가수 회원이어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미 에바는 아버지의 의도와 상관없이 청년기사인 슈톨칭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슈톨칭이 청혼지원조건인 명가수 회원가입 오디션에 실패하자 두 사람은 야반도주를 시도한다. 남몰래 에바를 흠모하던 홀아비 주인공 한스 작스는 이 음모를 눈치 채고 한밤중까지 자신의 구둣방에 불을 켜놓는다. 또 다른 늙은 청혼지원자 시의회 서기관 베크멧서가 그곳에 나타나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한스 작스는 구두수선 망치질로 큰 소동을 일으켜 두 사람의 도피를 막아낸다. 다음날 아침 한스 작스는 아직도 에바를 흠모함에도 불구하고 청년기사 슈톨칭이 아름다운 경연곡을 만들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가 노래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에바와 결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이로이트축제극장

 

https://www.youtube.com/watch?v=mg9sKjiQ5r4

 

3막에 나오는 이 5중창은 한스 작스의 도움으로 경연곡을 완성한 청년기사 슈톨칭의 노래를 듣고 감동한 에바가 한스 작스에게 깊은 감사와 눈물로 화답하는 노래이다. 오페라 전체를 통해 가장 경건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잔잔한 감동과 소름이 돋는 장면이다. 그리고 한스 작스는 아침햇살과 함께 부풀어 오르는 젊은 날의 희망과 설레임을 노래 속에서 찾던 시절을 회고한다. 나는 아직도 이 부분을 들으면 극장 연습실 간이침대에 누워 맡았던 새벽공기와 함께 흘러들어온 보리수향기가 생각난다.

 

 

 

 

윤호근 conductor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기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음악코치, 지휘자로 재임하고 서울에서 국립, 시립오페라단에서 지휘를 했다.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EVA

Selig, wie die Sonne

meines Glückes lacht,

Morgen voller Wonne,

selig mir erwacht;

Traum der höchsten Hulden,

himmlich Morgenglühn:

Deutung euch zu schulden,

selig süss Bemühn!

Einer Weise, mild und hebt

sollt es hold gelingen,

meines Herzens süss Beschwer

deutend zu bezwingen.

Ob es nur ein Morgentraum?

Selig deut ich mir es kaum.

Doch die Weise,

was sie leise

mir vertraut,

hell und laut,

in der Meister vollem Kreis,

deute sie auf den höchsten Preis

 

눈부신 태양처럼

나의 행복이 미소 짓고

은총으로 가득찬 아침이

즐거이 나를 깨우네!

지고의 은혜를 입은 꿈이

아침을 빛나게 해!

당신의 축복받은 재능에 의해

노래로 옮겨져 불리어졌어

부드럽고 고귀한 가락이

아름다운 노래로 불리워져

나의 달콤한 사랑의 근심을

덜어내주네

.

이것이 단지 아침의 꿈에

불과할까?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이 축복

그러나 그 가락은 부드럽게

나에게 속삭이며 명인들이

둘러싸인 가운데

크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되어

최고의 상을 받으리

- (번역: 김보근)

 

-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3막 5중창, "Selig, wie die Sonne 눈부신 태양처럼" (Quintet)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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