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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날아온 음악편지⑥] 시간의 독백

기사승인 2017.12.01  13: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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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Strauss 오페라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

 

하우스 콘서트 리허설

 

또 한해의 마지막 달이 찾아왔다. 성탄절이 지나고 송년파티와 함께 유럽의 오페라 극장들은 성황을 이룬다. 연말은 오페라 극장 관계자들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공연은 매진이 되어 성황을 이루지만, 추운계절이어서 연주자들이 감기에 들어 캔슬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예술가 사무실에서는 대타를 구하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대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주가들은 이미 일정이 꽉 차있고, 어떻게 공연이 가능해도 충분히 다른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 채 어시스턴트들과 번개 리허설을 한 뒤 무대에 서야 한다. 당연히 음악코치나 조연출들은 무대 옆에서 초긴장 상태로 공연이 무사히 마칠 때까지 지키고 있어야한다.

 

눈 내린 베를린 작은 반제

그러다가 갑자기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찾아온다. 유일하게 공연이 없는 날이고 25일부터 송년, 신년 연주회 등 하루에 더블 공연도 있고 정신없이 바쁜 시기이다. 12월 24일 성탄전야에 독일인들은 가족들끼리만 지내고 서로 선물을 교환한다. 나는 대부분 성탄전야를 혼자 지냈다. 독일친구 가족으로부터 초대를 받지만 사실 불시에 극장에서 전화가 오지 않는 유일한 날이어서 맘 놓고 밀린 잠도 자고 침대에서 TV를 보면서 뒹굴 수 있었다.

TV에서 추억속의 오래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수없이 재방송 된 크리스마스 단골 푸치니의 <라보엠> 오페라 방영도 보고 있곤 했다. 이시기에는 독일어권에서는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Der Rosenkavalier>도 인기가 있다. 왈츠가 흐르고 지나간 옛날에 대한 회상과 노스탤지어가 연말연시 분위기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오페라 극장에 가고 싶어도 비싼 티켓을 구입할 수 없는 애호가들은 집에서 턱시도를 입고 TV앞에 앉아서 샴페인 대신 세코와인을 마시면서 <장미의 기사>를 보기도 한다.

독일 지휘자들이 가장 애호하는 작품이 <장미의 기사>이다. 하지만 지휘하기 가장 어려운 오페라로 여겨진다. 복잡한 스코어와 변화가 많은 템포에 어려운 텍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겁게 연주되어서는 안 되는 왈츠의 흥겨운 분위기에 다양한 인간들의 비르투오소한 개성들을 잘 펼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페라 <장미의 기사> 1막에 등장하는 테너의 유명한 짧은 아리아도 매력적이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마샬린이 부르는 '시간의 독백‘「시간은 참으로 이상한 것(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g)」'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시간이란 기이한 존재,

그냥 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 번에 느껴지는 건

시간이라는 것 밖에 없다.

내 얼굴에도 흐르고

거울에도 흐르고

우리 사이에도 흐르는 모래와 같이…….

 

얼마 전엔 한국 뉴스에서 의문의 자살을 했다는 가수가 보도 되어 호기심에 그의 노래를 듣던 중에 비슷한 내용의 노래가 귀에 들어왔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음악형식은 다르지만 멀어져가는 젊음을 아쉬워하는 내용은 <장미의 기사>에 나오는 '시간의 독백'과 같은 내용이었다…….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런 걸 듣고 있기도 했다. 아직 보내 줄 수 있는 청춘이 남아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나 보다.

음악을 통해서도 삶이 다양하게 흘러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만남, 저런 헤어짐, 이런 기쁨, 저런 슬픔들을. 시간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존재 안에 음악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아마도 삶이 예술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절이 지나가고 해가 바뀌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은 저만치 흘러가 있는데,  또 하루하루는 우리 앞에 삶이라는 과제를 내어놓는다. 아마도 우리는 희망이라는 환상에 중독되어 하루하루 견뎌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엔 사랑도 함께 존재한다. 사랑의 힘으로 삶이 지탱되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이 항상 그 힘 곁에 머물러 있다.  2017년도 이렇게 다 흘러갔다.

 

윤호근 conductor

 

 

Rosenkavalier. Elisabeth Schwarzkopf, Sena Jurinac, Wie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https://www.youtube.com/watch?v=dozWZdyOY6s

 

Act I of Der Rosenkavalier by Richard Strauss, Zurich Opera 2004, Nina Stemme (Marschallin) and Vesselina Kasarova (Octavian)

https://www.youtube.com/watch?v=7LHihuPkHW8

 

Der Rosenkavalier - Jurinac, Rothenberger, Schwarzkopf, Karajan

https://www.youtube.com/watch?v=HAw4iDDWby8

 

The Met: Live in HD Season 2016-17 Der Rosenkavalier: 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g

https://www.youtube.com/watch?v=ETqFQDTvZ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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