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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날아 온 음악편지 ② 자연과 함께 하는 음악가들의 여름휴가

기사승인 2017.08.07  1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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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Strauss <알프스 교향곡 Eine Alpensinfonie> (Op.64)

 

 

Alps 산장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거대한 인상들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알프스 교향곡>은 철저하게 인간적인 주체는 배제되어 있고, 자연적 현상만 음향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객체적인 작품이다. 음악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작품의 뛰어난 관현악법이다. 거대하지만 투명한 금관악기들의 사용, 다양한 색채로 청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목관악기, 그리고 자연을 묘사하는 종소리, 천둥, 바람소리, 오르간까지 그야말로 소리의 장관을 이뤄낸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 교감하는 곳에 예술이 피어나고 삶은 의미를 찾게 된다.

 

Alps 정상에서

 

알프스의 한 자락 질스-마리아에서 니체의 위대한 짜라투스트라의 깨달음을 상상할 수 있었고, 알프스 계곡에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들렸다. 등에 차가운 땀이 흐르며 위대한 생각과 위대한 음악이 숨 쉬는 곳이 대자연속의 알프스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

 

베를린필하모닉홀에서 켄트 나가노의 알프스교향곡 리허설

 

유럽의 오페라 하우스들은 대부분 유월 말부터 모든 공연을 마감하고 6주 정도 문을 닫는다. 극장의 보수공사 및 기술점검 등이 대부분 이 시기에 이뤄지고, 오케스트라, 합창단, 솔리스트들은 다음시즌 재충전을 위해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부지런한 연주자들은 유명 여름페스티벌에 참가해 연주와 동시에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특별히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합창단,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바그너 음악에 특별한 애착을 가진 독일극장 및 오케스트라 전속단원들로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 오페라를 연주하며 동시에 휴가를 보낸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이중 피트 속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관객의 시야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연주복 대신 편안한 여름휴가 복장으로 연주할 수 있다. 곧 온전히 바그너 음악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로이트 연주자들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긴 바그너 공연 후 보리수 향기가 퍼지는 나긋한 저녁에 시원한 밀맥주와 구운 소시지를 나누며 밤새 대화하는 것이다. 대부분 장시간 마라톤 공연에 거대한 음악적 패시지들이 끊임없이 연주되는 바그너 공연을 위해서 연주자들은 정신력과 체력 또한 항상 톱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음악가들도 평소에 체력관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충분한 휴식을 통해서만 신선한 음악적 영감을 유지할 수 있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무대연주의 스트레스를 소화해 낼 수 있다.

이러한 바그네리안 연주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휴가기간에 음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연을 찾아 호수가나 산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휴가지로 이동할 때, 트래킹 자전거를 챙겨 가지고 간다. 대부분의 휴양지에는 자전거길이 잘 닦여져 있어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체격 조건이 유럽인들과 다른 나는 자전거보다는 스코어 두개정도 등산 백에 넣고 걸어서 알프스 등성에 오르기를 좋아했다. 또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보다 여행객이 비교적 적은 한적한 이태리 북부 알프스를 선호했다. 물론 이왕이면 이태리어에 좀 더 익숙해지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비어 가르텐
알프스 산장

 

보통 나의 여름휴가는 극장동료들이 구해준 티켓으로 바이로이트 총연습을 참관한 후 퓌센의 ‘백조의성’에서 오후를 보낸 뒤 북이탈리아로 향하는 여정으로 시작됐다. 아쉽게도 중간쯤에 위치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별장은 매번 일정상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등산 가방에 그의 '알프스 교향곡' 스코어를 챙겨 넣었다. 약간 유치한 허영심이지만 나름대로 알프스 교향곡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체험해보고 싶었다.

퓌센의 백조의 호수
퓌센의 백조의 성

 

그러나 체력이 문제였다. 알프스의 대 장관에 감탄하며 음악적 영감을 체험하고 싶어도 체력이 받쳐 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번은 등산 중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중간 시점에서 감각이 마비된 채 풀려버린 다리로 눈앞에 검은 그림자를 본적도 있었다. 이미 산행에 경험이 많은 독일친구들은 빵과 물병을 준비했지만 순진했던 나는 어딘가에서 소시지와 음료를 사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루치 용돈과 스코어만 챙겼었다. 알프스 산행을 집에서 틀어놓은 베를린 필과 카라얀 동영상 보는 정도로 착각하고 있었다. 결국 BYC 여름양말은 헤져 발에 물집이 잡히고 종아리는 퉁퉁 부어 버렸다. 그리고 알프스 정상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스코어를 읽으리라는 허영심은 물집과 함께 터져 버렸고, 쓰라린 발바닥을 끌며 하산을 한 적이 있었다. 알프스가 나를 비웃는 듯 했다. 그래도 공기가 좋아서인지 물집은 금방 아물었고 등산화와 두꺼운 양말을 구입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바로 알프스 등반에 올랐다. 산행에서 알게 된 것은 동양인의 짧은 다리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유럽인들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평지에서는 그 반대이고…….

밀수꾼계곡
밀수꾼 계곡2

 

알프스 산 위의 휴식

 

하루에 5-6시간 걸리는 알프스 산행은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고, 백년설의 장관 앞에서 무아지경이 되곤 했다. 알프스의 한 자락 질스-마리아에서 니체의 위대한 짜라투스트라의 깨달음을 상상할 수 있었고, 알프스 계곡에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들렸다. 등에 차가운 땀이 흐르며 위대한 생각과 위대한 음악이 숨 쉬는 곳이 대자연속의 알프스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 작품번호 64(Richard Strauss, “Eine Alpensinfonie” Op.64) 는 그의 열 번째이자 마지막 교향시다. 타이틀은 교향곡이지만 형식은 22개의 알프스 등산과정을 다룬 단악장의 표제음악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어린 시절 요하네스 브람스에게 자신의 바단조 교향곡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브람스로부터 교향곡으로서는 테마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절대음악인 교향곡 형식 대신에 문학, 철학 등과 자유로이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향시를 채택하게 된다.

'알프스 교향곡'은 비발디의 '사계',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처럼 구체적으로 자연의 현상을 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거대한 인상들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이 작품은 약 129명의 연주가가 동원되는 4관 편성의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되었다. 다행히도 연주시간은 말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보다는 견딜만한 50분정도가 소요된다. 언젠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젊은 시절에 산지기들과 한밤중에 만나 손전등을 켜고 알프스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알프스의 해가 뜨는 광경과 갑작스런 폭풍을 맞아 오랫동안 길을 잃어 헤매던 경험들이 이 작품에 표현되어있다. 또한 내면적으로는 알프스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는 과정의 음악적 표현에는 어느 한 예술가의 비극적 배경이 있기도 하고, 니체의 '안티 크리스티'에 대한 생각도 작곡 과정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알프스 교향곡>에는 철저하게 인간적인 주체는 배제되어 있고, 자연적 현상만 음향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객체적인 작품이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다큐멘터리 영화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작품의 뛰어난 관현악법이다. 거대하지만 투명한 금관악기들의 사용, 다양한 색채로 청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목관악기, 그리고 자연을 묘사하는 종소리, 천둥, 바람소리, 오르간까지 그야말로 소리의 장관을 이뤄낸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 교감하는 곳에 예술이 피어나고 삶은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윤호근 (지휘자)

 

폭풍 속 하산길의 필자

 

 

Richard Strauss의 Eine Alpensinfonie

알프스 교향곡 Op.64

 

1. Nacht 밤 – 2. Sonnenaufgang 일출 – 3. Der Anstieg 등산 –

4. Eintritt in den Wald 숲으로 들어감 – 5. Wanderung neben dem Bache 시내를 따라 산책 – 6. Am Wasserfall 폭포에서 – 7. Erscheinung 장관 – 8. Auf blumigen Wiesen 꽃 핀 초원에서 – 9. Auf der Alm 목장에서 – 10. Durch Dickicht und Gestrüpp auf Irrwegen 숲을 지나다 길을 일 – 11. Auf dem Gletscher 빙하에서– 12. Gefahrvolle Augenblicke 위험한 순간 – 13. Auf dem Gipfel 정상에서 – 14. Vision 상상 – 15. Nebel steigen auf 안개가 피어오르다 – 16. Die Sonne verdüstert sich allmählich 해는 점차 희미해지고 – 17. Elegie 비가 – 18. Stille vor dem Sturm 폭풍 전의 고요 – 19. Gewitter und Sturm, Abstieg 천둥과 폭풍,하산 – 20. Sonnenuntergang 일몰– 21. Ausklang 종결 – 22.Nacht. 밤

 

https://www.youtube.com/watch?v=pX9ZW1dLNyw

https://www.youtube.com/watch?v=P1UPPFILPeA

 

윤호근 conductor

윤호근 conductor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기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음악코치, 지휘자로 재임하고 서울에서 국립, 시립오페라단에서 지휘를 했다.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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