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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달빛에 물든 시적 피아니시즘

기사승인 2017.10.20  1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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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의 피아노 풍류2>

사유의 진폭이 크다. 박경훈 피아노 독주회 잔상이다. 2017 부암아트홀 초청 목요국악상설시리즈 ‘젊은 예인과의 만남’, <박경훈의 피아노 풍류2> 무대다. (2017.10.12.)

음악의 미래를 현재에 만난 이 날은 달빛에 별빛마저 더한 풍류의 가을밤이다. 전체 11곡은 중간 중간 연주자의 친절한 해설 속에 풍요로운 음악의 바다를 건넜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경훈은 정성스런 선물을 천천히 풀어 놓는다. ‘진실한 마음’이란 첫 곡이 문을 연다. 이내 건반과 하나 된 연주자의 몰입된 모습은 짧지만 강하다. 간결하고 진중한 선율은 진실한 마음과 이내 호응한다. 음표를 그려내는 사색하는 연주자 박경훈. ‘어느 쓸쓸한 날의 별리’를 통해 쓸쓸한 듯 때론 그렇지 않은 듯 미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5월의 바람이 분다. 풍류(風流)다. 그 동산에서 모든 구름을 걷어낸 화창한 봄날 여정이 싱그럽다. 깔끔한 엔딩이다. ‘5월의 노래’에 이어지는 ‘화우(花雨)’. 한 음 한 음 탐미한다. 천생 꽃비를 그리는 구도자 모습이다. 한없이 커지는 소릿비는 객석의 화원을 촉촉이 적신다.

사랑의 분노다. 격렬히 터진다. ‘꽃과 뱀’은 거침없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사라진다. 문학과 철학이 음악으로 소환된다. 사랑의 만개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정점을 찍는다. 홍주희의 가야금 크로스오버 앨범 ‘Harmonized’ 수록곡 중 일부를 피아노 솔로로 구성하였다. 달콤한 밀어가 숨을 내쉰다. 사랑의 기포가 터져주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이어지는 곡은 ‘나비의 비상’. 촘촘히 인생의 날개짓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비상이다.

달빛이 영글다. 고요하되 숨어 있는 소리. 살포시 고개 내민다. ‘달빛에 기대어’ 내는 소리다. 연주자는 산조엔 인생이 다 들어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김새나 어법까지 말이다. 그윽하다. 때론 볼륨이 크다. 하지만 매끄럽다. 소리가 번지고, 손놀림이 빨라진다. 객석을 휘감는 국악풍 타건. 압도적인 피날레로 마무리된다. 2013년 <피아노 풍류1>에서 초연된 이 곡은 이번 연주의 백미다. 국악과 양악의 경계는 없다. ‘피아노 산조’만이 인생 바다를 표표히 흐르고 있다.

2013년 3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주회에서 초연된 ‘서경별곡(西京別曲)’. 스케일 큰 국악관현악 곡을 피아노에 담았다. 큰 스케일로 시작된다. 은은하면서도 세련함이 이별 없는 사랑 세계를 유유히 그려간다.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한 채 곡을 이끌어 나간다. 연주자의 만족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마지막 곡은 ‘별빛아리’. 제목이 곱다. 리듬감 또한 크다. 쏟아지는 별빛은 누구를 만나러 지상에 내려온 듯하다. 천상의 무리다. 그 별은 우리라고 천천히 말하고 비상한다. 달빛에 물든 별빛 가득한 밤의 소리다.

박경훈은 KBS 국악대상 작곡상(2011), 제1회 창작국악극대상 작곡상(2014) 등 다수의 수상 경력과 ‘5월의 노래’(2009), ‘사계’(2009), ‘Etude For’(2011), ‘피아노 풍류’(2013) 등의 작곡발표회, 여러 악보집 및 음반 발매 등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어느 연주자의 반주자나 파트너가 아닌 독주자로서 탄탄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큰 예술적 성과다. 문화기획 예술숲(대표 김면지) 역할이 빛을 발했다. 소속 아티스트로서 매니지먼트사와 연주자와의 아름다운 예술적 인연이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음악팬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음악에 인품을 담아서 연주하는 사색의 타건. 달빛에 물든 시적 피아니시즘의 결정체다.

 

글 이주영 (인천문화재단 본부장·시인·공연칼럼니스트)

필자 이주영

 

<박경훈의 피아노 풍류2> 10.12 부암아트홀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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