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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를 철학한 고블린파티의 <소극적적극>

기사승인 2019.04.09  0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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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파티, 사진: 2018 창작산실 / ©옥상훈

노란색 고블린(Goblin) 스티커를 공연 전에 받았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스티커를 받게 되면 무용단 ‘고블린파티’와 무용가들이 자연스럽게 스티커에 그려진다. 오늘도 고블린이란 말처럼 어떠한 판타지가 무용으로 구현될까 궁금해진다. 2018년 창작산실 신작 작품도 막바지로 접어드는 3월 중순. <소극적적극>은 올해의 신작 무용 작품 9작품을 포함한 총 24편 중 하나다. 창작산실 공연 일정표가 나오는 순간, 시선이 멈춘 예술단체 중 하나다. 그동안 일련의 작업을 통해 보여준 고블린파티 작품의 독창성은 고정관객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3명의 남자무용수와 1명의 여자무용수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 공연은 ‘소극’과 ‘적극’의 간극을 이색적으로 표출했다. 작품 속 ‘소극이’와 ‘적극이’는 화자(話者)이자 동시에 청자(聽者)가 된다. 하지만 직설화법으로 다루질 않는다. 상상과 현실은 누구에게나 공존하는 양면의 세계다. 그 공존의 거리는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과 입장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무자 임진호는 자신도 한때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오타구’였다고 술회한다. 어린 시절 방황했던 ‘소극적’인 오타쿠와 ‘적극적’인 일반인의 간극을 담고자 했던 의지를 무대에 하나하나 담아낸다. 작품에는 다양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늑목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고야 알게 된 이야기, 길에 보이는 선을 밟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상상에 온갖 장애물을 넘었지만 또래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선을 밟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목격한 이야기, 투시능력이 있다는 TV 속 이야기에 시험 점수 좋은 아이의 등을 온종일 쳐다보며 시험보는 날까지 그 능력을 가지리라 다짐하던 이야기 등 나도 경험하거나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가 줄줄이 무대 공간을 채워나간다. 그 공간은 익살과 진중, 위트와 고민이 동전의 양면처럼 때론 상상으로, 때론 현실로 이끈다. 소극과 적극의 간극은 그렇게 모이고 흩어지기를 무한 반복한다.

 

이 공연에서 중요한 오브제는 사각 철제 구조물이다. 검은색 가죽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구조물을 이리저리 이동시키고, 때론 모형 변화를 주며 소극과 적극의 이야기를 가두기도 모으기도 한다. 날렵한 동작의 쉼 없는 연결이 움직임 전체 흐름을 지배한다. 세상에 나가기 두려워 작은 공간에 갇혀 사는 상상의 주인공 소극이를 사각 구조물은 든든히 받쳐준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극적 상상이지만 적극적 상상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현실에선 허무맹랑하게 비춰질 수 있는 상상이지만 그 상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상상의 자유 덕분이다. 그 자유는 소극을 소각한 적극의 마침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의 상상이 그러하기 때문에 성인의 상상과는 차이를 보인다. 비단 아이와 어른이라는 나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상과 현실이 주는 간극은 현대인에겐 적극이를 소극이로 만들고, 소극이는 이름없는 적극이로 행동해야 될 때가 빈번하다. 공동창작자이자 무용수로 출연한 이경구, 지경민, 이주성, 임진호는 그렇게 ‘소극적적극’을 재치 있게 웅변했다. 표준에 반하는 소수자의 행위 같이 사회적인 틀 속에 재단되는 것들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희망의 외침도 조용히 들어가 있다. 유희를 철학한 고블린파티이기에 가능하다.

 

이주영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現)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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