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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이제, ‘국립’ 타이틀 내려놓을 때?

기사승인 2018.05.04  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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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개막작<스윙>에 외국 재즈밴드 백댄서로?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개막작 <스윙 swing>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예술단체로서  단지  '재미' 아닌, 예술혼 담은 현시대 ‘최고 무용’으로 국민 정서 함양해야.."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개막작 <스윙 SWING>

재즈바로 이동한 예술의전당에서 불편한 객석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이 시즌 첫 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신작 < <스윙 Swing>을 선보였다. 지난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 <스윙>은 스웨덴 스윙재즈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 Gentlemen&Gangsters’와 함께 1930-40년대 미국을 휩쓸며 유행했던 ‘스윙’이라고 하는 재즈 댄스음악에 맞춘 춤이었다. 시즌 개막작이니만큼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무용수 17명 전원이 출연한 야심찬 작품이었다. 신나는 댄스 무용에 모처럼 재즈 음악, 거기에 익살스럽고 코믹한 연주로 이름난 스웨덴의 유명 재즈밴드가 내한한 공연이라 3일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되어 공연장 입구에는 ‘SOLS OUT’이라는 쪽지를 붙어있었다. 주말 저녁 고취된 분위기는 무대로 이어져 신나는 스윙 음악이 시작되자 객석에선 흥겨운 리드미컬한 분위기가 흘렀다. 신나는 군무에 이어 양쪽으로 자리한 무용수들이 포진한 가운데 플로어에 차례대로 나온 커플 댄스는 각자의 실력을 뽐내며 빠른 템포로 무대를 활보하며 신나는 춤을 추었다. 박력 있고 딱딱 매듭지어지면서도 정확하게 뻗어내는 춤사위는 빠른 속도감에 더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객석에서 앉은 관객들 중 몇사람이 급기야 그루브를 타며 머리와 어깨, 상반신을 약하게 흔들며 흥을 즐기는 분위기가 보였다. 그러나 반복되는 솔로와 커플, 군무의 동작들은 전체 16곡의 재즈 음악 중 몇 곡 연주되는 장면이 전개된 후 20여분이 지나자 슬슬 지겨워졌다. 댄스 음악이라는 것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기거나 같이 춤을 추거나 해야 흥취를 즐길 수 있는 것인데, 재즈바도 아니고, 야외 풀밭도 아닌, 정규 프로시니엄 무대의 극장에 가만히 앉아 앞에 춤추는 댄서들의 댄스음악을 마냥 즐기기에 춤 동작은 한정적으로 계속 반복되어 단조로웠다. 객석 좌석에서 손가락을 딱딱거리거나 신나게 몸을 흔드는 것도 제한적이라 상반신을 움직이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상황이었다. 댄서들은 마냥 신났지만, 객석의 관객들이 함께 즐기기에는 공연장으로서 예술의전당 극장은 안성맞춤이 아니었다.

 

 

국격 맞는, 현대 시대정신 담긴 ‘최고 예술’ 만들어야

안성수식 춤 해석, 한국적 춤사위와 거리 멀어

국립현대무용단은 시즌 개막작으로 왜 지난 유물같이 흘러간 미국의 유행음악을 다시 소환했을까? 대중적 댄스곡인 만큼 신나고 흥겨우니까 봄날 주말 저녁 한 때, 관객들에게 대중적인 친근감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을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던걸까? 설마? 하면서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안성수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목표가 ‘경쾌한 스윙 리듬에 맞춰 춤추는 우리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신나는 스윙재즈 바에서 남녀커플 경연을 보는 듯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고 했다. 국립예술기관의 시즌 개막작이 편안하기만 하면 될까? 그저 신나서, 대중들이 좋아해서 티켓 판매만 잘되면 만사오케이인가? 국민들의 혈세로 국가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국립예술단체가 왜 티켓 판매에 열을 올리고 매진 사례를 자랑하는가? 한 나라의 최고 무용기관으로 그것을 성과로 내보일수 있는가? 국립현대무용단은 재미가 아닌, 국격에 맞은 수준 높은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대중이 좋아하는 무용을 하기에 앞서 대중을 선도하는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현대의 지금 현재, 이 땅에 우리의 시대정신이 담긴 현대무용으로 대중의 정서를 한 차원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적어도 국립예술단체로서 한 해의 시즌 작품을 발표하며 그 개막작은 혼이 담긴 역작이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스윙’은 빅밴드 스윙으로서 다채롭고 화려한 소리의 향연이라는 매력이 있었고, 그 양식은 3-40년대 미국의 한 시대를 풍미한 조류로 미국의 대중음악 그 자체였다. 스웨덴의 재즈밴드는 왜 불러왔을까?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만난 수십년 째 무용축제를 주관해오고 있는 L모 대표는 “국립현대무용단이 교류 프로그램도 아니면서 왜 개막 공연에 외국 재즈밴드를 불러와 국립무용수 단원들을 들러리 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첫 날 개막공연을 본 후 대중들의 일부는 즐거웠다는 감상이 있었으나 무용인들의 비판적인 평가가 신랄하게 이어졌다. 춤계 전문가 C 이사장도 “예술감독의 심각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단조로운 구성이라 실망이 크다. 국가 예산 작품에 대한 적합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내부 우호적 인사가 아닌, 공명정대하고 객관적 평가단 구성과 관객 수가 아닌 제대로 된 평가 지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용가 K대표는 “해외 단체의 경우, 정기공연은 굉장히 예술적인 공연을 한다. 대중적이라고 하는 것은 커뮤니티 댄스라고 해서 체험 혹은 행사 프로그램으로 레퍼토리를 만들뿐이지 정기공연에 대중적인 작품을 하지는 않는다. 또 대중적이라는 것이 엔터테이닝한 것만은 아니다. 국립은 적어도 최고 양질의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대중을 선도하는 작품을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고 피력했다.

또한, “안성수 감독은 워낙에 음악에 맞춤한 작업을 선호하는 터라 그런지 스토리도 없고 혼이 담긴 작품이 아니라 <스윙>은 그저 단조롭고 지루할 뿐이다. 한국적 춤사위로 해석했는가에 대한 안성수식 안무스타일도 한국현대무용으로 해석한 한국적 춤사위라고 볼 수 없다. 하체는 발레, 재즈로 움직이며 상체를 감는다고 해서 한국춤이 될 수 없다. 춤의 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굴신에 의한 호흡, 그것이 상체로 전달되면서 곡선적 이미지가 나와야 하는데, 하체를 뻗고 있으니 상체를 감는다고 해도 그건 한국적 춤사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즈에 한국적 춤 안무 여부가 뭐가 대수냐? 스토리텔링도 없고 재즈 음악만으로 한 시간을 춤추려니 지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8 시즌 프로그램은 <스윙> 이후 레퍼토리 <댄서 하우스>를 제외한 5개의 정기 프로그램으로 교류프로그램 외에 <스텝업> <쓰리 볼레로> <쓰리 스트라빈스키> 등 대개 음악에 반주한 안무 작업으로 되어 있다. ‘국립(National)’이라는 국가 최고 현대무용단으로서 이 정도의 고만고만한 작품을 한다면 굳이 국립단체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교류 프로그램은 사실, 시댄스 등 기왕에 무용축제 등에서 지속적으로 잘 해오고 있다. 오늘날 한국적, 우리의 시대정신이 담긴 최고의 예술혼으로 국민적 감흥을 전할 작품이 아니라면, 이제 국립현대무용단은 굳이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시즌 개막작 <스윙>을 보면서 국립현대무용단 그 존재 여부에 대해 타진해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임효정 기자 사진제공 국립현대무용단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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