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리베라, 꽃 축제 |
시인 폴 발레리는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란 그들의 시인을 발견하는 법이지요. 발견하려고 소망하니까요.” 라고. 즉, 새로운 역사의 주역이 되는 세대는 늘 자신에게 맞는 표현법을 찾아왔다는 것이고, 예술은 언제나 시대를 담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뜻이겠다.
예술은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들에 대한 기록을 담는다. 그 역사를 따라가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 삶의 자취를 다루는 삶의 생생한 기록이 예술사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올해 100년 전 그 날, 3.1운동 100주년이 되었고,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해를 맞았다. 1919년, 일제의 압제와 침탈로 암흑의 시간에 대한 민족적 저항운동이 일어났던 3.1 민족 운동 그보다 앞서 세계사는 1910년 멕시코 혁명의 쟁취를 기록한다. 멕시코 혼혈화가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전통 문화를 담았고, 세계사적 대중예술을 리드한 벽화운동의 원형이 된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의 뿌리인 인디오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담은 ‘꽃 파는 사람들’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디에고가 그린 대통령궁의 거대한 벽화 <멕시코의 역사>에는 멕시코 역사의 중요한 사거들이 모두 담겨 있다. 그림 중앙에는 ‘토지와 자유 TIERRA Y LIEBERTAD’ 라는 멕시코 혁명의 슬로건이 보인다. 세계를 관통하는 혁명의 역사는 1905년 을사늑약이라는 일제의 강제합병 이후 ‘민족자결주의’ 라는 우리 모두의 공동체 의지를 담은 저항운동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식민지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세계 역사는 전쟁과 평화의 시대, 전란의 시대, 격동의 세계사를 생생하게 기록한다.
우리도 또한, 아니 더욱 혹독한 역사를 살아왔고, 수많은 전쟁과 침탈, 박해, 고통의 역사를 지나며 혁명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리고 또 오늘, 여전히 다른 형태의 시대적 불안과 고통의 역사, 브레히트의 말처럼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는 존재한다. 예술은 예나 지금이나 어떤 태도를 지니고 어떤 외양으로든 제각각의 모습으로 발현하기 마련이다.
레자스 드브레는 예술이 ‘세계의 살’을 다룬다고 했는데, 예술이 언어를 넘어선 인간적인 실체를 다루며 그 속에 언어 외적인 ‘지혜’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에 담긴 그 지혜를 찾는 탐색 과정이 우리가 다시 예술을 찾은 이유가 아닐까.
1919년, 그 해 봄을 100년이 지난 2019년 봄에 우리는 스위스 혁명의 역사, 독재자의 횡포와 만행에 굴하지 않고 이에 맞서 싸운 스위스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윌리엄 텔>을 서울에서 만난다. 영웅은 선도자고 상징이지만 조국과 가족을 사랑하는 민중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은 우리의 3.1 혁명 운동과 다름 아니다. 원작인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쉴러의 희곡은 1804년 작으로 그보다 더 오래된, 200년이 넘은 고전이다.
현대에 있어 고전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해명된 삶, 그러므로 실제로 체험된 유일한 삶, 그것이 문학이다” 라고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한다. 고전의 위대함이란 학술적인 위대함이나 고전적인 의미 부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전 작품이 그러하듯 진정한 걸작은 어떤 법령과 같은 것이 아니라 세대마다 그 의미와 영향력을 새롭게 만들어낸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 예술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전망, 새로운 여행으로 초대받는다. 이를테면, 3,000 페이지가 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의 첫 30페이지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인간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곤 그 마지막 장 ’되찾은 시간‘에 가서야 비로소 끝이 나 어떤 전망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이처럼 긴 산문이 펼쳐놓은 세계는 우리가 쉽게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사물과 마음의 깊이로 인도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어둡고 긴 통로를 지나서 만나게 될 되찾은 시간이 무엇일지는 100년, 1,000년이 지난 오늘, 어떤 길을 향할 것인지, 여전히 기로에 서 있는 우리 모두의 선택과 삶의 몫일 것이다.
Editor in Chief 임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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