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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음악읽기] 코로나 시대에 한국 오페라, 어디까지 가능한가

기사승인 2020.11.03  16: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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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서트 오페라 <박하사탕>의 이원녹화 중계 과정을 지켜보며-

 

코로나 19가 창궐한지 세 계절이 바뀌면서 공연 예술계의 피해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인원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공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종합예술의 하나인 오페라 공연은 연습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창작오페라의 70주년을 맞아 한국오페라의 성장기라는 반가운 얘기들이 오갔던 한해였다. 특히 <김부장의 죽음>, <까마귀>, <빨간바지>, <1945>. <박하사탕> 등이 올해 초연 혹은 재연되면서 평단과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한국오페라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영웅, 위인, 설화 등 ‘향토성’에 기반한 진부한 소재 선택에서 벗어나 현대 한국 사회의 일상적인 삶과 정치적이고 사회성 짙은 현실 문제를 보여주는 한국판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혹은 현실주의, 1875년부터 1895년 사이의 이탈리아 리얼리즘 문학운동을 뜻한다) 오페라, 즉 현실주의 한국오페라의 가능성을 타진케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하여 제작 과정을 생생히 경험한 콘서트 오페라 <박하사탕>(이건용 작곡, 조광화 대본, 이창동 원작, 광주시립오페라단 제작)은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매우 민감한 한국현대사를 소재로 하여 역사적 격랑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실존적 방황과 고통, 저항과 희망, 인간의 존엄성 등에 대한 진중한 내용을 무거운 터치로 다루고 있기에 한국현실주의 오페라의 성공에 시금석이 될 만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주목하는 지점은 올 한 해 동안 제법 익숙해진 ‘무관중 온라인 공연’의 일반적 방식과도 구별되는 상연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시연회를 거쳐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올해를 겨냥하여 작곡가는 80-100명에 이르는 합창단과 70명의 2관 편성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10여명 등 음악 출연자만 150명에 이르는 대규모 그랜드오페라를 완성했다.

그런데 8월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광주는 준3단계)에 이르면서 방역지침이 최고조로 강화되자 제작진 회의마저도 10인 이하로 엄격히 제한되었기에 합창단과 교향악단의 연습 시작은 아예 엄두를 낼 수도 없는 형편이 되었다. 성악가들 연습도 15인 캐스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시간차를 두고 순서를 정해 하나의 시·공간에서는 10인 이하의 연습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간표가 짜여졌다. 뿐만 아니라 극장도 ‘실내 50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준수해야 해서 130명이 한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은 온라인 무관중 콘서트로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공연 자체를 중단 할 것인가의 여부를 두고 고심한 끝에, 2단계 지침을 준수하면서 오케스트라 반주를 올릴 수 있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은 분리된 두 공간에서 동시 연주하는 이원 녹화 방식이었다. 한 공간의 최대 인원을 49인으로 제한하여 두 공간에서 모니터를 통해 동시에 연주, 이를 촬영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합창단과 2관 편성 7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편성은 절반 이하로 축소되었다. 오케스트라는 금관파트 및 특수 악기가 생략된 채 30인 내외로, 합창단은 시민군과 공수부대 등의 역할 분담 없이 하나의 합창단이 노래하는 45명연주로 조정된 것이다. 150여 미터의 케이블이 필요한 1층과 2층의 광주문예회관 2개의 스튜디오에 오케스트라 및 솔리스트와 합창단을 분리했고 TV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과 음향에 맞춰 기술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이원생중계 녹화는 국내 오페라계에서 처음 시도된 만큼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그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음원 지연의 문제였다. 전술한대로 합창단은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와 다른 공간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오로지 TV모니터에 의지해서 지휘자의 지휘를 보고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들으며 합창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65인치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리허설이 진행되었으나 디지털 케이블이 약 1초 이상의 음원 지연을 초래하면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음악 소리에 연주자들은 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음원 딜레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케이블 선을 연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대형 디지털 TV를 포기하고 훨씬 작아진 아날로그 TV 여러대를 모니터로 사용하였다.

실시간 이원 중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그 다음 문제가 다가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촬영 당시 출연자들의 마스크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치열한 내부 토론과 전국의 방역 지침 규정을 검토하며 결국 합창단은 마스크를 쓰고 솔리스트들만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마스크를 벗고 노래를 하게 되었다.

이번 오페라 <박하사탕>의 온라인 공연은 작품 자체의 질적 수준도 따로 조명되어할 만큼 수작이지만 더욱 주목되는 점은 코로나 시대 대규모 인원의 음악회를 치루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 종합예술로서의 오페라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방역과 예술적 이상 실현은 공존 할 수 없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통적인 무대 제작 외에 영상과 음향 등의 뉴미디어 기술과 새로운 방식의 연출 등에 얼마나 준비가 되었나, 감염병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의 질문과 난제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시행착오를 줄여나가고 기술적으로나 연출면에서 좀 더 진일보하여 이후 새로운 컨셉 및 양식의 오페라 장르가 개척된다면 오늘의 고생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으리라.

 

이소영(음악평론가)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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