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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클래식감성] 2021교향악축제의 두 외국인 지휘자

기사승인 2021.05.04  12: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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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모 자네티 & 다비드 레일랑

지난달 교향악축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무사히 진행되었다. 그중에서 특히 성공적인 공연일 이끈 두 외국인 지휘자가 눈에 띈다. 바로 경기필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다비드 레일랑이다. 이들이 특별한 건 현재 예술가들이 국경을 넘나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국내에 들어와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끝마쳤다.

 

다비드 레일랑_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다비드 레일랑, 스케일보단 더욱 세밀하게 _우선 다비드 레일랑은 코리안 심포니와 인연이 깊다. 국립오페라단과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바일의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을 당시 코리안 심포니가 함께했다. 다비드 레일랑이 지휘하는 첫 곡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부터 지휘자가 만드는 음악은 범상치 않았다.

세밀하게 가다듬어진 현악기들도 놀라웠지만, 지휘자가 목관악기의 리듬을 다루는 방식도 탁월했다. 어떻게 연출해야 작곡가가 전하고자 했던 심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정확히 캐치하고 있었다.

1부 슈만 첼로협주곡 역시, 굉장히 공들여 첼리스트를 반주했다. 사실 반주를 넘어 때로는 오케스트라가 대화를 적극적으로 주고받으며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2부에 연주된 브람스 교향곡 1번이었는데, 세심하게 다듬어진 작품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계획하고 그 설계도를 오케스트라의 소리로 재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빠르게 지나치고 들리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대목들도 디테일하게 음악을 만들어냈다. 비록 어둡고 큰 스케일의 브람스는 아니었지만 이런 섬세한 연주를 듣는 관객들의 귀는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긴장과 이완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오페라 경험이 많은 이 지휘자는 어떻게 관객들을 음악에 빠져들게 해야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향후 코리안심포니가 차기 지휘자를 고려할 때 그 후보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코리안심포니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마시모 자네티, 이탈리안의 전유물 레스피기_마시모 자네티는 경기필하모닉과 교향악축제 무대에 올랐다. 2019년 레스피기 ‘로마의 축제’로 브랜드를 각인시킨 마시모 자네티는 이번 축제에서는 ‘로마의 소나무’를 골랐다. 그리고 예상대로 레스피기는 이탈리아인들의 전유물이었다. 4개의 소나무를 통해 환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특히 3번째인 자니콜로의 소나무에서 명상적인 분위기의 녹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적절한 볼륨으로 등장한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주었고, 조용히 새소리가 사라지며 4번째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가 시작되는 장면도 매력적이었다.

새벽은 지나가고, 저 멀리서 고대 로마전사들의 발걸음이 들렸다. 지휘자는 이순간 금관의 프레이즈를 더욱 끊어서 엄격하게 만들었고, 음향이 주는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악기들을 정밀하게 조율했다. 교향악축제 중 최고의 순간이었다. 직전 연주된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역시 완성도가 높았다. 악단 자체의 한계는 있었지만, 지휘자가 음색을 만드려는 노력은 치열했다.

매순간 무심하게 지나가는 대목이 없었다. 그리고 특히 정하나 악장이 보여준 솔로 파트는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어미 거위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바이올린 한 대로 단시간에 만들어 냈다. 그렇게 마지막 곡인 ‘마법의 정원’까지 집중력을 이어갔다. 앙코르로 연주된 카벨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역시 이탈리안이 지휘하니 달랐다. 스트링의 호흡은 정교하게 계산되었고, 선율은 꿈틀거리며 노래했다. 간주곡 하나였지만, 한편의 오페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 작품엔 시칠리아에 평온한 새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마시모에게는 남달랐을 것 같다. 코로나 초기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마시모 자네티는 작품을 연주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사랑하는 자신의 나라가 다시 일상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로마의 소나무'가 간직한 이탈리아의 모습처럼.

 

허명현(음악칼럼니스트)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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