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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입은 미디어아트, 감성을 접목하다_변화와 변환 Change & Convert

기사승인 2024.02.10  0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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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시립미술관 미디아아트특별전_관람객과 소통하는 작품_7인의 작가들

히페리온의 속도(140×140×180cm,AI기반 의 인터랙티브 조각,복합매체,2022)

커다란 민머리의 인공지능 로봇 두상이 오산시립미술관 문앞에서 관람객과 마주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남신 우라노스의 아들 ‘히페리온’이라고 한다. 노진아 작가의 작품 ‘히페리온의 속도’(2022)가 눈을 내리깔고 늘어진 혀를 내밀며 말하는 모양새다. “안녕?” 하고 말을 건네본다. “당신을 보니 기쁘네요. 전 당신에게 감정을 배우려고 해요” 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백남준 이후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미디어아트는 20C 중반 실험적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컴퓨터 기술이 처음 사용되면서 이를 활용한 시각적, 음향적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1970년대 입체 설치미술을 기반으로 1980년대 비디오아트가 미디어아트의 중요한 성격을 형성하는데 기여했고, 이후 90년대 테크노 아트를 거치면서 변화해왔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과 한국의 제1세대 비디오아티스트 박현기(1942-2000)에 의해 미디어아트의 영역은 확장돼 왔다. 최근의 미디어아트 경향은 다양하고 동적이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예술가들은 AI를 사용해 작품을 생성하거나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의 증가로 참여형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도 등장한다. 또한 대량의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사회적 현상이나 환경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제공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는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융합해 실시간 데이터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다루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환경 파괴, 기후 변화 등의 문제를 다루며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재형 - FACE OF CITY_Osan(LCD,PC,실시간 인터랙티브 영상,2023) (5)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 속 ‘변환’

오산문화재단은 ‘post 백남준’의 미디어아트의 변화에 따른 다양성에 나타난 표현 양상을 토대로 정적인 언어와 동적인 이미지의 교감이라는 화두로 대규모 미디어아트 특별전 《변화(Change)와 변환(Convert)》을 마련했다.

 

참여작가들_김홍년, 송창애, 최종운, 한호, 이재형 (왼쪽부터)

국내 대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을 비롯, 김홍년, 한호, 송창애, 노진아, 최종운, 이재형 등 7인의 작가들을 초대해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의 삶’을 주제로 제각각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시는 AI 기반의 로봇 조각과 대화하고, 소우주를 체험해보는 쌍방향 소통 작품을 비롯해 자연과 환경, 한국적 감성과 철학적 테마에 대한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 속 ‘변환’을 주제로 감성을 접목한 신기술 콘텐츠로 만난다.

#노진아_대화하는((Interactive) 인공지능 로봇

미술관을 들어서면 1층 로비에 노진아의 <히페리온의 속도(The Velocity of Hyperion)>가 앞을막아선다. 인공지능 로봇(기계)를 상징하는 대형 머리는 1:1방식으로말을 걸면 관람객과 눈을 맞추고, 입을 벌려 인간화되어가고 있는 기계들의 입장을 대변해 대화할 수 있다. 노진아는 문화비축기지 <불완전모델>을 포함한 12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송창애 - WATER ODYSSEY:MIRROR(Interactive Media Art,sound,02:30,2023) 작품_관람객
송창애 <WATER ODYSSEY 거울>

#송창애_인터랙티브 드로잉

2층 제1 전시실에는 송창애, 이재형의 작품이 설치됐다. 먼저 송창애의 물의 파동을 시각화한 <WATER ODYSSEY : 거울>을 만난다. 어둠 속 전시공간에 밝은 보름달이 떠 있고, 발아래는 일렁이는 물의 파동과 <물꽃 그리기>의 즉흥 드로잉으로 작품과의 쌍방향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다. 

몇해 전 제주의 대형 미디어아트 전시장 <아르테>에서 봤던 인터랙티브(쌍방향) 미디어아트다. 

송창애의 '물꽃 그리기'(왼쪽), 이재형 <Face of city_Osan> (오른쪽)

허공에 떠 있는 달을 향해 손을 휘저으면 센서가 그 움직임을 감지해 즉흥적인 선 드로잉이 생성되고 고유한 ‘물꽃 씨알’이 생성된다. 관람객은 작품과의 쌍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만의 ‘물꽃’을 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송창애 작가

송창애 작가는 2021년부터 미디어아트를 시작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기술융합지원’ 프로그램에 선정, 광화문광장 미디어아트 공모 우수상(서울시,KT)을 수상 등 ‘워터 스케이프(waterscape, 강한 수압을 이용해 물감을 지워가는)’작업을 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자기 접속의 기회를 가지며 존재의 원형과 관계의 의미에 대한 시적 사유를 할 수 있다.

 

이재형 - FACE OF CITY_Osan(LCD,PC,실시간 인터랙티브 영상,2023)
이재형 작가

#이재형_오산의 얼굴 정보 시각화(data visualization)

이재형은 2개의 작품 <Face of city_Osan> <시간여행, 시간에 전화를 걸다>를 통해 도시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도시를 대표하는 감성의 근거를 해당 지역들의 수많은 SNS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찾아내 실시간 변화되는 얼굴의 모호한 표정으로 드러내는 정보 시각화(data visualization) 프로젝트로 오산의 얼굴 표정을 추출했다. 

이재형 - 경기, 오산역사 70년. 시간여행(가변설치,공중전화기,부스,PC,프로젝터,2023) (5)

<시간여행, 시간에 전화를 걸다>는 1953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대한민국 과 오산에 일어났던 큰 뉴스들을 공중전화기를 통해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문화부 스튜디오 교환작가로도 선정돼 국내외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재형은 미디어아트를 공공미술로 확장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70개의 뉴스 영상 편집본은 개조한 공중전화기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관객이 해당 연도를 누르면 수화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화면은 공중전화기 부스 너머 프로젝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옛날 뉴스일수록 수화기에서 연결되는 수신음이 길게 들리며 연결된다.

 

한호 <최후의 만찬> 앞에 선 관람객

 

3층 제2전시실에는 한호, 이이남, 김홍년의 작품을 만난다. 이들은 각자 국내외에서 큰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작가들이다. 한호는 2011 세계인권 예술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상을 수상했고 이이남은 프랑스 국립몽후즈 특별상과 제7회 ‘서울시 좋은빛 상’ 미디어파사드 콘텐츠 부문 최우수상, 제1회 아트코리아방송 미디어 부문 ‘2020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홍년은 ‘제23회 호안미로 국제드로잉전 우수상’(스페인, 1983), ‘84 I.A.C.국제미술대상전 우수상’(미국)을 수상했다.

 

한호 - 최후의만찬(1,350×6×300cm,Charcoal,Oil with traditional black ink,Canvas on Korea Paper,Punch,LED,2017) (9)
한호 작가가 작품 <최후의 만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호_한국사 풍자한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최후의 만찬(Last supper)>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거대한 한지 병풍에 한국 현대사를 담았다. 대형구조물(3m x 1.5m x 판넬 9개)에 LED조명이 들어간 것으로,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 강렬한 빛이 새어 나온다. 작가는고통과 희망의 의미를 담은 타공작업을 수행과정으로 여긴다며 감상자의 감각을 일깨운다.

 

이이남 - 만화-병풍Ⅰ(12_55_,5-channel video,color,sound,2018) (2)

 

#이이남_ 디지털로 변환된 만화와 조선 산수 병풍

미디어아트 대표작가로 알려진 이이남은 <만화-병풍l>(2018)과 <설계어부-해피니스>(2012)를 다시 펼쳐냈다. <만화-병풍l>은 한국만화박물관 주최로 열린 전시에서 한국의 대표 만화가들의 작품인 <이두호의 머털이>, <신문수의 로봇찌빠>, <박수동의 고인돌>,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과 아시아의 고전 회화를 콜라보레이션해 5폭 디지털 병풍으로 제작했다.

 

&#160;<설계어부-해피니스(2012)>

 <설계어부-해피니스(2012)>는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가 허도녕의 ‘설계어부 도’를 모티브로 했다. 고전 회화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홍년 - 화접(花蝶) _공감과 소통-Ⅱ_(19인치 모니터 30대,빔 프로젝트,2023)
김홍년 작가

#김홍년_디지털 꽃과 나비 생명력

작품 속의 나비가 훨훨 날고 있다. 커다란 벽면에 화사한 색채의 대작<Lovefly in Osan- ‘화접(花蝶)-공감과 소통’>이 펼쳐져 나비의 날개가 꽃으로 피어난다. 김홍년 작가는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파괴적 행위와 생명과 자연, 공존의 사회적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1,000점의 드로잉과 300호 회화, 60개 모니터 영상을 준비했다. 애니메이션 기법의 2분 45초 영상에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보여주고, 꽃과 나비의 부활로 생명력을 상징했다. 300호 크기의 대형나비 원화와 30개의 나비 판화가 날개 형상으로 오산천(川)에 찬란한 색색의 나비들로 날아오른다.

 


 

최종운, <Beyond&#160;the&#160;Space>

#최종운_유리 오브제로 우주 체험

4층의 제3전시실에서는 다양한 빛깔과 형상의 미디어아트 우주를 체험할 수 있다. 최종운의 

<Beyond & the Space>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유리 오브제 들이 빛과 색채감으로 은하수와 우주의 신비로움을 전시장 가득 빛과 음악으로 채 운다. 

 

최종운 작가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함축적 의미를 생각한다는 작가는 “오브제들을 모으다 보면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고, 의마가 되고 우주가 된다고 말한다. 우주 속의 미약한 존재인 우리의 존재 가치에 대해 성찰해보게 한다. 최종운은 학부 때 키네틱아트를 공부하고, 영국 슬레이드 파인아트수쿨에서 수학했다.(석사) 제21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을 수상했다.

 

노진아, 노진아 - 나의 양철남편(200×120×130cm,

레진,초음파센서,마이크로컨트롤러보드,모터 등의

혼합재료,2014) (2)

#노진아_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

4층 전시장 한켠에 1층 <히페리온의 속도>에 이은 노진아의 두 번째 인터랙티브 조각 <나의 양철 남편>(2014)이 설치돼 오가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꾼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조각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 연작물 중’ ‘오즈의 양철 나무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작가는 마법에 걸려 사랑하는 마음과 기억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 기계가 되어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도구로 존재하는 남편과 아내, 서로의 무게에 대해 말한다.

 

 

 

 

 

 

 

 

 

 

허대찬 미디어아트 평론가는 ”예술이 상호 소통의 관계를 맺고 있는 ‘기술’에 대응하여 적극적인 미술 영역으로 끌 어들인 결 중의 하나가 바로 미디어 아트일 것"이라며,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예술은 예술 그 자체의 영역을 넘어 네트워크나 미디어 환경 등 우리 현실과 연관해 더 넓은 영역에서 예술이 소통할 수 있는 접점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오산문화재단 이수영 대표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관객 참여형 인터렉티브 작품이 주를 이룬다. 아티스트와 함께 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기계에 감정을 넣어 지나온 추억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에 전시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3.24 오산시립미술관

 

 

 

에필로그 

이번 전시는 ‘변환(convert)’에 더 방점을 두었다. 관람객과 소통하는 미디어 작품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나 기술적 원리에 의한 화려한 프로그램의 기교에 한정되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단순히 맹종하거나 복제하는 수준의 시각적 결합을 보이기도 하는 것과 달리 7인 작가의 독창성이 인간과 예술이라는 정점에서 다양한 과학적 테크닉을 기반으로 융합해 작업하는, 제각각의 표현 양상이 다른 작가들로 초대됐다. 다채로운 인터랙티브 작품들이 신선한 볼거리와 체험을 통해 즐거운 경험을 준다. 최근의 미디어아트 경향이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와 경험을 탐구하고 있는 것에 조응한 전시다. 참여형 예술과 공공예술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으로의 확장도 미디어아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이번 전시 작품들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이러한 트렌드의 반영은 오늘의 미디어아트 흐름을 확인하는 유의미함이 있다.

 

사진 제공_오산시립미술관, A&CMEDIA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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