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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다 Storytelling

기사승인 2020.02.15  15: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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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빅 피쉬>

아이는 아버지의 모험담을 좋아했다. 침대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아버지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꿈을 꾸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아들은 아버지의 허풍에 진저리가 났다. 아들은 아버지의 진실이 알고 싶었다. ‘세일즈맨으로 평생 밖으로만 나돌다가 죽을병에 걸려 침대에 누운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쏟아 놓은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아들은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 "아버지의 이야기에 사실이 있기나 한 건가요?"

 

소설에서 영화로, 또 이번에 뮤지컬로 다가 온 <빅피쉬>는 멀어진 아버지와 아들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어느 순간 툭 끊어져버린 대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제 '잘 아는 낯선 사람'이다. 아버지 에드워드는 말을 하고, 아들 윌은 글을 쓴다. 아버지와 아들, 글과 말의 차이. 남겨진 흔적으로서의 글과 달리 말은 '지금 여기 너와' 라는 전제에서 출발된다. 살아서 꿈틀대고 모습을 바꾼다. 그러기에 더 중요한 것은 당신과의 교감이요, 지금 이 시간이 갖는 의미이다.

 

20세기는 리얼리즘과 함께 출발되었다. 과학과 실증의 세계에서 진실과 사실은 하나의 맥락에서 이해되었다. 그러나 진실은 사실만으로 획득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금방 알아챘다. 상징, 표현, 부조리하고 황당한 것들로 진실에 다가서려 했고, 실존이라는 태도로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그리고 21세기. 21세기에 만나는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는 판타지의 세계다. 판타지가 비극의 6요소 중 끝줄에 있는 뮤직&스펙터클과 만나서 펼쳐졌다. 아들 윌을 따라 사실을 추적하던 우리는 허황된 세계에서 진실을 마주한다. 인간은 함께 함으로 존재하고, 대화 속에 실재하다가 결국 모두 죽을 것이고 이야기로 남겨진다는 것.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 이번엔 아들이 침대 머리맡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해준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내 아버지고,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것. 우리가 사랑했다는 것. 내가 당신을 이렇게 기억할 거라는 것. 아버지는 넓은 강물을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가 되었다는 것. 당신은 이런 이야기로 내 가슴에 남았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는 떠났다. 아들은 이제 그의 아들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사람이 이야기가 되었다. 어쩌면 아버지는 원래부터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믿을 수없는 존재요. 전설이요, 바다로 떠나버린 커다란 물고기의 신화다.

 

 

진남수 (호원대 교수 · 극작가 · 배우)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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