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반의 성공, 발전과 퇴보의 양면성 공존
외국 초청 지휘자들의 선전, 마시모 자네티 미적 노력 두각
협연 솔리스트들의 오케스트라아와 조화 노력
교향악축제 33년이 된 올해의 가장 큰 소득은 우리 오케스트라들의 가능성이다. 물론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간단히 몇 가지만 고치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정도로 갖춰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축제에서는 발전적인 요소와 퇴보적인 요소들이 함께 한 축제였다. 대체로는 발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몇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문제가 떠올랐고 한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참가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지휘자는 열심히 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곳도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지휘자로는 외국 초청 지휘자들이다.
기대를 가장 못 미친 지휘자는 서울시향의 오스모 벤스케다. 결과론이지만 그의 취임 첫 연주도 기대는 하게 했지만, 오케스트라의 발전보다 단원들의 능력을 음악으로 이끄는 지휘자이기 때문에 단원들의 음악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바로 유럽이나 선진 음악문화 권에서는 잘 통할 수 있지만, 우리처럼 발전을 기대하는 문화권에 어울리는 지휘자는 아니다.
반면 경기 필의 마시모 자네티는 오케스트라에 통해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형이다. 처음 참가했을 때는 오케스트라를 자신의 악기 활용하듯 섬세한 음악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음악 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경기필과 마시모 자네티 지휘자 |
대전의 제임스 저드는 첫 참가 때는 작품의 아기자기한 면에 집중해서 지휘 선생으로도 좋은 분이라고 평가를 했었다. 이번에는 말러 교향곡 6번인 대곡을 가지고 명쾌한 구도를 보여줘 역시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과 오케스트라 발전에 기여 하는 지휘자로 평가 받았다.
반면 코리안 심포니를 객원 지휘한 다비드 레일랑은 짧은 시간에 훌륭한 오케스트라 콘트롤 능력을 보여줬다. 레일랑의 그 지휘법은 창원 향의 김대진이 단원들의 톤을 콘트롤 하면서 앙상블 구도를 만들어갔던 그 지휘법의 완성형이다. 물론 부산 향의 최수열도 그 콘트롤 방법을 잘 활용해서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레일랑은 절제와 앙상블 균형미를 강조 적이게 해서 우리 오케스트라 발전의 길을 알려준 격이 되었다.
오케스트라 트레이닝의 대표적인 지휘자는 역시 임헌정이다. 그는 포항 향으로 베토벤 7번 교향곡을 잘 정리되고 음악적 질감이 윤택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그의 이런 결과는 포항 향 단원들이 연습을 잘 견뎌준 결과로 보이지만 음악은 관객에게 이상적인 음악을 선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였다. 다만 임헌정의 트레이닝이 연습시간을 줄이면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반면 오케스트라 음악을 위해 열심히 발전적인 면을 보여준 지휘자로는 창원의 절제된 음악 미를 통해 발전적인 틀을 마련한 김대진이나 열정적인 연습과 끝없는 추구로 오케스트라에 힘을 실어준 경북 도립 향의 백진현이 있다. 발전의 큰 틀을 다져놓은 부산의 최수열도 좋은 지휘자의 길을 가고 있다.
미래를 기대케 하는 지휘자로는 앙상블 음악이 오케스트라 발전의 초석임을 보여준 프라임 필의 박준성이 있다. 반면 기대를 안고 출발했으나 결과가 미흡했던 지휘자로는 광주 향의 홍석원이 있다. 물론 아직은 지나온 시간보다 나아가야 할 시간이 많으니 급할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 향이 지닌 어떤 잠재력도 음악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기사용이나 앙상블 구성, 밀도 등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반면 KBS 향을 지휘한 차웅은 오케스트라 다룸에서 음악 미적인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약점을 보여줬다. 물론 그에게 KBS 향이라는 위용이 부담으로 작용, 그 짐을 못 벗어나서 일어난 것이라고 위로받고 싶다.
솔리스트들은 총 23명이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를 보여줬다. 오케스트라가 총 21단체였으나 서울시향이 브람스의 이중협주곡을 외국인 바이올린과 첼로와 했고 최희준의 수원 시향이 피아노 협주곡과 말러 4번 교향곡 4악장에서 소프라노와 함께해서 오케스트라 수에 비해 2명의 연주자가 많아졌다.
협연 작품으로는 모차르트가 총 6곡으로 제일 많이 연주되었다. 창원 향과 협연한 플룻(김유빈)이 있고 군포 필과는 바순 협주곡(유성권)이 있다. 피아노 협주곡은 4명의 연주자가 17번(코리안 챔버 / 신창용). 23번(대전 향 /문지영). 22번(수원향/ 임윤찬). 27번(포항/ 이진상)이 있다. 반면 원주 향과 함께 한 하프시코드의 안종도는 체임버 연주로도 제한적인 악기를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대범? 함을 보여 왜 그런 시도를 했을까 의문을 갖게 했다.
이번 축제를 빛낸 협연자들로는 성남 시향과 협연한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편곡한 멘델스죤(바이올린 협주곡)을 가지고 참가했으나 작품이 오히려 대곡이었나? 앙코르에서 보여준 예전의 뛰어나 음악적 테크닉이나 음악 미의 구사에 비해 다소 위축된 음악을 들려줘 아쉬움을 같게 했다.
반면 부산 시향과 베토벤 5번 "황제"를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자신의 음악적 역량과 작품과의 충족된 조화가 연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나 하는 멋지고 당당한 베토벤을 보여줬다. 수원 시향과 말러를 노래한 홍혜란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말러 음악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녀의 말러는 군더더기 없이 작품이 지닌 명쾌함을 그대로 드러나게 들려줘 말러가 추구한 천상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게 했다. 경기 필과 프로코피에프의 3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다솔도 프로코피에프의 멋진 음악을 들려줬다. 그의 프로코피에프는 작품이 지닌 난해함이나 작곡자 특유의 이성적인 논리를 스스럼없이 풀어서 프로코피에프에게 저런 음악성이 있었구나를 새삼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KBS 향과 협연한 손민수의 라흐마니노프는 이번 축제의 으뜸이었다. 손민수는 자신의 시간 속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미를 세련되고 명쾌함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그의 시간은 바로 작곡자 라흐마니노프의 시간이었고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바로 손민수의 음악이 되고 있었다.
항상 축제가 끝나면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는 게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작품 연주다. 이번에는 서울시향이 윤이상을 연주했지만 이 축제가 그동안 쌓은 대중적인 열기를 생각한다면 현대곡이라는 강한 인식을 주지 않는, 즉 그렇게 어렵지 않고 듣기에도 무난한 작품으로 2~3곡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전술했듯이 이번 축제는 우리 오케스트라들의 발전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휘자에게 오케스트라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한정적이다. 그것은 북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역사적으로 보여준 현실이다. 바로 오케스트라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축제는 몇몇 오케스트라에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그 사안이 그 몇 가지를 고친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다. 일정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역사의 시간에 맡기면 거의 불가능해서 때론 후퇴하고 때론 조금 나아지는 그런 지경이 계속될 것이다. 그게 오케스트라 역사다. 일본은 차치하고 핀란드를 보자. 헬싱키에 있는 시벨리우스 음악원 지휘법의 명장인 요르마 파눌라는 에사 -페카 살로넨을 위시해서 서울시향의 오스모 벤스케, 페트리 사카리등 수많은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핀란드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없다. 바로 발전적 주요인이 지휘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두 가지만 변해도 음악 수준이 세계무대를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악기가 지닌 음향학적 조건을 충족되게 써서 각 악기의 본래 음색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비싼 좋은 악기를 말한 게 아니다. 그래서 악기 음향을 말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음가 절대 치다. 지휘자의 음가가 아니고 오케스트라가 기본적으로 음가 절대 치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예를 들어 4분음의 시간을 현악기의 보우나 관악기의 텅잉으로 정확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연주에서는 이 절대 치를 사용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절대 치를 활용할 수 있으면 오케스트라가 지휘자의 어떤 요구도 좋은 소리와 앙상블 구도로 잘 대처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일근 (음악평론가)
문일근 음악평론가 themove9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