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용재 오닐 (앙상블 디토 리더) |
순수예술 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순수예술(純粹藝術)이 순수예술에 반하는 대중예술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흔히들 대중예술은 문화생산자 집단에 의해 만들어지고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예술을 말하기도 한다. 순수예술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 자신의 만족을 위한 예술활동으로 창의성이 강조되는 예술을 일컫기도 한다. 순수예술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대중예술이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 순수예술은 일부 층에 향유되는 고급예술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클래식이 그렇다. 최근 클래식 시장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열려 이슈가 되고 있다.
포럼에서 나온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에 대한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클래식 연주단체 <앙상블 디토(Ditto)>에 관한 히스토리인데, TV에도 나오며 대중들에게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를 전해준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주축이 되어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스페판 재키브 등 젊은 연주자들이 합세해 클래식 시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실내악을 결성해 10여 년 동안 성황을 이뤘던 일이다.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클래식 시장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던 디토가 올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디토의 소속사인 클래식기획사 크레디아의 이강원 이사는 올해 12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디토가 종료될 것이라며, 환경이 급변했고 관객들의 취향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기가 시들해져서 시장성이 없어졌다는 것인데, 그 인기의 배후가 결국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디토는 인기에 영합하는 대중적인 접근으로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다. 정통 클래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업 후원을 얻기가 쉽지 않아 티켓 판매로 운영되어 왔는데, 인기 있을 때는 티켓 판매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클래식업계에서는 클래식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였는데, 아쉽다는 반응이다. 또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수예술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디토는 순수예술이었을까? 클래식으로 포장된 대중음악가를 지향한 것은 아니었을까?
클래식을 연주하면 순수예술일까? 박보검이 클래식을 연주하면 순수예술일까?
클래식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가를 자문해볼 필요가 있겠다. 클래식 시장 활성화를 논하기 이전에 내부적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클래식업계 종사자들 스스로 그동안 노력해온 일이 과연 순수 예술 진흥을 위한 일이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콘텐츠 개발에 얼마나 주력해왔는지를. 고가의 유명한 해외 연주단체 수입 외에 어떤 역할과 교류로 관객에게 서비스해왔는지, 오히려 클래식 진흥에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디토의 성공스토리가 장기적인 대안이 아니었음이, 10년 만에 여실히 드러난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최근 골목시장 영세상인들을 응원하기 위한 <백종원의 골목시장>이란 TV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멘티 백종원은 늘 가성비를 강조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니즈와 효용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클래식 확산을 위해 클래식을 시장의 측면에서 점검해야 한다면 가성비를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 디토의 티켓 가격은 적정했는지, 현재 클래식 공연의 티켓 가격은 적정한지도 재검해봐야 한다. 또한, 클래식을 순수예술로 확산하려면 흥행, 대중화, 시장성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순수예술은 대중예술과 차별화되는 특별함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근히 실내악 확산을 위한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성의 논리가 아닌, 정말 순도의 진심으로 순수예술 진흥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Editor- in- Chief 임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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