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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득한 곳에서 전해져 오는 소리, 애상적인 슈베르트”

기사승인 2018.05.04  0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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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바흐 샤콘느 BWV1004(슈타트펠트 편곡)

슈타트펠트 바흐 오마주(한국 초연)

슈베르트 D960

 

서울국제음악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5일 서초 예술의 전당에서는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있었다. 이날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부에서는 슈타트펠트가 편곡, 작곡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예술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첫 번째로 연주된 슈타트펠트 편곡의 바흐의 샤콘느는 기존의 부조니 편곡과는 전혀 다른 곡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 방향을 달리했다. 부조니 편곡 버전보다 훨씬 현대적인 화성과 연주기법을 사용해 곡을 진행해 나갔다. 이는 바흐 오마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흐 오마주는 바흐에게 헌정하는 12개의 작품을 모은 것이다.

이 두 작품 모두, 현대적인 화성의 전격적인 도입과 함께 장조와 단조를 수시로 오갔다. 때로는 캐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때로는 리듬들의 향연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표현력이 좋아, 음량의 미세한 조정과 세밀한 아티큘레이션 표현까지도 가능했다. 서정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대목도 있었으나, 작품의 대부분은 현대적인 어법으로 구조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피아니스트이나, 이러한 슈타트펠트의 예술세계가 과연 직관적으로 얼마나 많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형식미가 대단해, 잘 차려진 요리를 먹었다는 느낌을 들지만, 진정으로 마음에서 맛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었다. 직관적으로 와 닿는 바흐의 형식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슈타트펠트의 새로운 음악세계였다.

더불어 슈타트펠트는 긴 다리에 비해 정말로 낮은 의자를 사용했다. 연주하는 모습 자체는 글렌 굴드의 연주 자세를 떠올리게 했다. 이러한 높이차는 더 효율적인 타건을 가능하게 하였고, 저음부에서는 타건의 명료함을 증명하였다.

2부에서 연주된 곡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D960 이었다. 음악을 연주하는데, 몸에 밴 듯 한 자연스러운 연출력이 돋보였다.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과장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1악장이 시작하고, 슈베르트의 곡이 늘 그렇듯, 또 다시 다른 조성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짧은 G플랫의 흔들림 이후 B플랫메이저에서 G플랫메이저로 중력에 이끌리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조를 통해 주제가 전개되었다. 이는 추후 f마이너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그 세련된 전조가 등장하였다.

4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장면전환을 하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포르테피아노(fp)를 영리하게 활용해서 이전과의 장면 분리를 가능케 하였다. 새롭게 장면이 제시되는 효과를 누렸다. 또한 이어지는 여린 주제가 극적으로 들리게끔 하였다. 그리고 음량의 조절을 통해 조성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처리하였다.

가장 놀랄만한 건 2악장이었다. 아주 여리지만, 심지 있는 음악이 등장했다. 건반을 두드리나 싶을 정도로, 터치의 순간을 느끼기 어려웠다. 어디 저 멀리서 들려오나 싶을 정도로, 그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연주였다. 게다가 조금씩 변화하는 내성의 움직임은 고결했다. 피아노가 만들어낸 가녀린 소리들은 위태로울 정도로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역설적으로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만 가능한 경지의 가녀린 소리이며, 한순간의 힘 조절 실패도 허용할 수 없는 균형의 상태였다.

슈베르트 D.960에도 곳곳에는 구조적인 요소들이 놓여 있고, 이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명반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슈타트펠트는 구조적인 장식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기보다, 슈베르트가 가지는 감성 그 자체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슈타트펠트의 귀한 연주와는 별도로, 이날 아쉬웠던 건 관객들의 관람매너였다. 시종일관, 곳곳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난무했다. 울림이 대단한 공연장에서, 핸드폰 벨소리는 예술세계에 몰입하는데 치명적이다. 슈타트펠트의 귀하고 가녀린 슈베르트 선율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위협받았다. 설령 뮤즈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신들의 정원에 이르게 하였다 해도, 벨소리 한번이면 황홀한 올림푸스(Olýmpus)에서 시끄러운 시장바닥으로 직행할 수 있다. 공연장 에티켓에 관해 상기시킬 수 있을만한 또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명현(음악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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