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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당도 높은 강렬한 선율,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기사승인 2019.10.01  02: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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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교향악단 & 요엘 레비

지난 달 KBS교향악단은 예술의전당에서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를 선보였다. 15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연주되었으며, 근래 본 무대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무대에 올랐다. 기악파트와 합창파트를 모두 합치면 약 300명에 달했다. 정량적으로도 곡이 연주된다는 의의는 이미 충분히 설명되는 수치였다. 이미 무대를 가득 메운 긴장감 속에서 요엘 레비가 등장했고, 드디어 첫 음이 울렸다. 요엘 레비는 이 날도 암보로 이 대규모의 곡을 지휘해 나갔다.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는 확실히 일일권장량을 초과할 만큼 달콤하고 강렬했다. 높은 당도의 선율들은 귀에 다가와 착착 감겼다. 조성에서 탈피하기 전 후기낭만 시대의 쇤베르크는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음들은 중력이 작용하듯, 서로를 끌어당겨 조성의 세계를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서양음악사상 오랜 시간을 지켜온 아름다움은 마디마디 배어 나왔고. 쇤베르크는 익숙한 지구의 재료들을 가져와 강을 그리고 눈부신 햇빛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후기낭만에 걸쳐있는 쇤베르크의 오케스트레이션 자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했다. 쇤베르크의 현악사중주 1번에서 오케스트라 텍스추어라고 여겨졌던 대목들은 ‘구레의 노래’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형태로 무대에 등장했다. 쇤베르크 역시 대단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거대하게 뭉쳐서 움직이는 음악 덩어리는 분명 그 자체로도 장대하고 경이로웠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앙상블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파트들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았으며, 악기 간 밸런스가 조금은 아쉬웠다. 평소 앙상블을 잘 맞춰나가던 요엘 레비이기에 기대치를 하회한 아쉬움은 있었다. 소화하기 아주 어려운 곡임을 감안하면 그럼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퍼포먼스였고, 온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을만한 공연이긴 했다.

특히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마이어(Christa Mayer)의 기량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분량은 아니었으나, 그 존재감을 과시하기는 충분했다. 또 컨디션 난조는 있었으나 모든 파트를 외웠던 로버트 딘 스미스(Robert Dean Smith)의 열정도 곡의 집중도를 높였다.

 

곡의 클라이막스는 단연코 곡의 마지막에 위치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8성부의 대규모 합창단이 '태양을 보라!(Seht die Sonne!)'를 외치는 부분은 그야말로 음향에 흠뻑 젖어드는 순간이었다. 현악기들을 포함한 모든 악기들이 미세하게 색을 바꿔가며 태양을 떠받쳤다. 뻗어나가는 음향은 어떤 오디오로도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그야말로 현장에서 누리는 관객들의 특권이었다. 음향으로 표현된 이 눈부시고 강렬한 태양은 대단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구레의 노래’ 의 강렬한 태양빛을 맛 본 관객들에겐 눈을 감아도 그 잔상이 남았을 것이다.

KBS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요엘 레비는 올해로 임기가 만료된다. 요엘 레비의 의욕덕분에 작년 6월에는 대규모 곡인 브리튼 ‘전쟁 레퀴엠’이 무대에 올랐고, 올해는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가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자주 경험했던 레퍼토리를 완성도 높은 연주로 보여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로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것 자체로도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충분해 보였다. 앞으로도 국민의 오케스트라를 표방하는 KBS교향악단이 건승하기를 기원한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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