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아닌, 실존적 내용 담은 풍부한 오페라 환경에 감명 받아..”
국립오페라단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
국립오페라단에서 상반기 마지막 작품으로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11일, 어제 개막했다.
국내 초연하는 브레히트 원작 쿠르트 바일 작곡의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기존에 국내에서 많이 공연되었던 이태리 오페라의 사랑, 치정, 복수 등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히틀러가 가장 싫어한 오페라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극작가 브레히트가 1920년대 마르크시즘을 접하면서 사회주의적 예술로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연극관을 갖고 만든 작품이다. 1930년 마하고니가 초연 이후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강하게 비판한 실존적 내용을 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이 작품은 전 국립오페라단 윤호근 단장이 작년 국립현대무용단의 <스윙>에서 쿠르트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 수록곡 '칼잡이 매키의 노래'(Mack the Knife)가 안무에 쓰인 걸 본 후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감독에게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을 함께하자고 제안해서 협업 프로덕션이 꾸려지게 된 것이다.
작곡가 쿠르트 봐일 |
안감독은 “쿠르드 바일을 워낙 좋아해서 승낙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윤호근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마하고니.. >의 안무는 물론 총연출을 맡게 됐다. 첫 오페라 연출에 부담이 없을 리 만무한데, "언제나 음악을 시각화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라며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안감독의 연출 콘셉트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저는 예술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보다는 쿠르드 바일에 가까운 생각이죠. 일단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게 첫 번째예요. <마하고니…>도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저희는 결코 정답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 편견 없이 일단 눈과 귀로 느끼시길 권합니다.“
그는 <마하고니..>가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하는데, ‘재미(엔터테인먼트)’ 너머 브레히트가 강조한 실존적 미학이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이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기도 하다.
이에, 처음 이 작업을 제안한 전 국립오페라단 윤호근 단장의 의도를 들어봤다.
전 국립오페라단 윤호근 예술감독 |
Q1. 국내 초연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늘날 이 시기 한국에 유효한 의미를 갖는다면?
쿠르트 바일의 ‘마하고니’는 1993년에 제가 슈투트가르트에서 동독의 전설적인 루트 베르크하우스(Ruth Berghaus)의 연출로 처음보고 충격을 받은 오페라입니다. 생소하고 거친 내용에 냉소적인 연출이 주는 엄청난 불편함이 그러나 완벽하게 무대 위에서 시계태엽 돌아가듯이 진행되었습니다.
쿠르트 바일의 ‘마하고니’는 독일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영향에 가장 반대되는 개념의 작품으로서 이러한 변증법적 예술관이 상충하는 풍부한 오페라 환경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페라로 로맨스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오페라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선정했습니다.
2019년 국립오페라단의 전체 라인업 <윌리엄텔> - <바그너 갈라> -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 - <1945> - <호프만의 이야기> 가 이러한 변증법적 드라마투르기적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이클입니다.
2. 브레히트 작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의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의뢰했던 연출가의 예술관과 미학을 철저히 존중하고, 콘셉트 의도를 이해해서 관객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예술감독의 의무입니다. 예술감독은 연출가가 브레히트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공유하고,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오페라에서 아직은 생소한 ‘소외효과, 낯설게하기’ 가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는데, 강한 호불호가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토론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오페라 예술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음악과 춤이 강조되는 오페라 무대에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하는 안성수 감독의 무대는 (한쪽이 기울어진,,)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페라 <마하고니>는 한마디로 Strong Opera입니다. 한국관객에게 충격적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부담감이 느껴졌고, 미적이며 동적인 연출로 이 오페라를 소개하는데 현대무용과의 협업이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거친 오페라를 가장 섬세한 안무가에게 부탁드린 것도 변증법적인 방안이었습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