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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춤에 헌정한 청아한 무대 _정용진

기사승인 2020.10.11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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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정용진의 춤>

청아한 기록_큰태평무

 

잇다. 춤을 잇다. 벽사춤 대표인 정용진의 2020년 춤 무대. 코로나19 상황속에서도 춤맥을 견지하는 눈빛과 몸짓은 흔들림없다. 오히려 정교하다. 6월 전통춤판 <청아한 기록>(2020.6.21., 스튜디오 SK)과 9월 창작춤 <국화(菊花). 인연의 끝>(2020.9.5.~6, 스튜디오 SK) 무대다. 같은 공간에서 대다수 같은 출연자들은 ‘벽사춤’이란 역사를 오르고, 또 오른다.

6월 전통춤판은 공연 제목 <청아한 기록>이 보여주듯 전통춤의 맑고 우아함이 ‘벽사(碧史)’의 의미처럼 푸르게 넘실댔다. 춤 역사를 올곧이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승무’ 계승자에 대한 존칭으로도 사용되는 ‘벽사’. 1대 한성준으로부터 시작해 한영숙, 정재만, 그리고 4대 정용진에 이르기까지 청아한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전통춤 무대에선 총 다섯 작품이 묵직하면서도 각 춤의 특질을 도드라지게 보여주었다. ‘벽사류 춤 사군자’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벽사류 춤의 사군자 중 난(蘭)에 비유되는 ‘큰태평무’, 선비의 기품과 남성다움이 가득한 ‘선비춤’, 달빛에 비친 여인의 아련함을 상징하는 여성 독무, ‘산조-청풍명월’, 국화(菊花)에 해당되는 ‘살풀이춤’, 마지막으로 대나무(竹)에 비유되는 ‘승무’가 순서대로 관객과 마주하다. ‘객석 거리두기’로 진행된 공연이지만 객석 사이 사이 매란국죽(梅蘭菊竹) 춤 향기 가득했다.

국화_인연의 끝

9월 창작춤 <국화(菊花). 인연의 끝>은 전통춤을 발판으로 삼되 심화, 발전시킨 무대다. 한영숙 선생의 삶을 ‘인연’이라는 주제하에 살풀이춤을 중심으로 창작했다. 2020년 올해는 1920년 10월 태생인 한영숙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리는 의미도 있는 이번 무대는 기존 한영숙류 살풀이춤이 가진 전통성에 기반하되 음악, 움직임, 안무, 연기, 구성, 연출 등 제반 측면에서 참신성을 부여했다. 미니멀리즘한 무대 공간 활용, 전체 5장 중 각 장마다 요구되는 분위기와 춤 특질에 부합되는 무용수를 선정, 활용한 점은 재치있다. 음악과 살풀이춤을 정교하게 연결시켜 효과를 배가했다.

한영숙 선생의 삶. 불우한 어린시절,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이별과 한많은 굴곡진 삶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편은 춤이었다. 선생의 살풀이에 나타난 춤 빛깔은 ‘삶’을 무대에서 추적추적 길어올린다. 삶이 살풀이가 되고, 살풀이가 삶이 된다.

무대 시작되면, 남자 배우 나와 국화를 든다. 인연을 부른다. 수건을 들어 인연의 인연을 마중한다. 질긴 인연으로 시작해 방황과 그리움을 지난다. 그리움을 동여매는 살풀이춤 흡입력이 강하다. 4장에서 국화는 춤사위에 물든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국화 향기는 번지고 또 번진다. 마지막 장은 한떨기 국화같은 님을 그리며 마무리된다.

각 장의 브릿지 역할은 연극적 요소를 활용해 극성(劇性)을 높였고, 자연스럽게 춤과 이어진다. 출연자 한 명, 한 명은 국화꽃이 되고, 객석과 무대는 국화의 정원으로 물든다. 춤에 삶을 담고, 삶에 춤을 담은 무대는 이렇게 한 예인(藝人)의 삶을 특별한 인연으로 조명했다. <2020 정용진의 춤>은 역사를 춤에 담았다. 청아하다. 춤에 헌정한 무대다.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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