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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풀림의 명제 경계에 담다

기사승인 2021.01.17  01: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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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유경의 춤 “푸너리 1.5”>

1-푸너리 1.5 _ⓒ옥상훈

푸너리와 1.5는 이 작품의 키워드이자 작품 제목을 이룬다. 동해안 별신굿 중 하나인 ‘푸너리’는 푼다는 의미를 지닌다. 1.5는 말 그대로 1과 2의 반이다. 중간지점이자 경계다. 현재다. 이 둘을 합치니 현재를 풀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고 또 넘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7년 전 초연된 이 작품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이다. 작품성이 담보됨을 의미한다. 현장 또한 명실상부하다. 장유경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안무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1.5란 경계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풀며, 객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2020년 12월 10~1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1-푸너리 1.5(1)_ⓒ옥상훈

공연 전, 푸른 조명이 무대 오른쪽을 살며시 덮고 있다. 타악이 공존하다. 마치 해풍(海風)같다. 퍼지고 분사된다. 볼륨 있는 큰 고깔을 쓴 무용수가 양쪽에서 등장한다. 추상성 강하다. 1.5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무대 후방에서 김용철 천천히 걸어 나온다. 타악 소리 내며 음악 멈춘다. 긴 천을 연거푸 털고 두른다. 무대 공간을 누비는 남자무용수들은 빨간색 긴 막대기를 바닥에 그린다. 균형과 비례라는 기하학 원리로 공간을 채운다. 반복적인 타악 비트가 징소리와 오묘하게 교차 된다. 남자 어깨 위에 올라간 여자가 부채를 하나 둘 씩 던지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남자무용수가 등장한다. 오브제로 사용된 부채는 명령어 역할을 하고 있다. 판소리 발림처럼. 부채를 주고 받으며 머리 위로 큰 원을 그린다. 간결하다. 힘있다. 명료하다. 부채가 만드는 또 하나의 우주다.

 

부채 든 여자 무용수가 등장해 대형을 이룬다. 일렁이기 시작한다. 반복적인 음악 속에서 경건함은 또 하나의 파도가 된다. 부채는 파도가 되고, 산이 되고, 때론 사람과 인생이 된다. 빠른 동작으로 부채를 짚었다 펴면서 돌고 돈다. 하이라이트 격이다. 반전된다. 느릿하다. 아니 유장하다. 갑자기 방울소리 요란하다. 구음소리 또한 비장함을 더한다. 경계 짓기다. 경계 만들기다. 빠른 속도로 군무 돈다. 사각형 구조물이 천장에서 내려온다. 장유경무용단에서 종종 사용하는 연출 패턴 중 하나다. 솔로, 듀엣이 이어진다. 각자의 살풀이가 현대풍 음악에 나부낀다. 하얀 나비들 같다. 자유분방한 가운데 풀어내는 모습은 묶인 것이 없을 때 푸는 것이 진정 푸는 것이라는 명제를 울림으로 전한다. 질주와 멈춤이다. 중용의 바람소리가 머물다 떠난 듯 하다. 여미듯 여미지 않는 군무가 펼쳐진다. 흡입력 강한 각자의 움직임은 더없이 원초적이다. 장단과 춤이 이를 주고받는다. 풀림의 의미를 1.5에 대입시켜 경계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이 작품은 경계가 나누는 것이 아니라 초월의 의미까지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춤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미래로 당겨온 무대다.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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