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 기준 모호, 평가 공정성 상실 등.. 창의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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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창작산실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창작산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_2024.12.16 |
‘우수 신작 발굴’을 목표로 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이 지난 16일,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올해의 신작을 발표했다.
국내 최대 규모, 최다 장르의 공연예술 신작 축제인 창작산실은 17회를 맞아 2025년 1월 3일부터 3월 30일까지 3개월간 6개의 장르, 31편의 신작 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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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연극. 창작뮤지컬 2개 장르 4개 작품부터 시작해 올해는 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창작오페라. 전통예술 6개 장르로 늘어났고, 31개 작품을 선정했다. 17회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총 332개에 이르는 신작을 배출했다.
그렇다면, 20회를 바라보는 창작산실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우수 신작’ 발굴을 목적으로 배출된 창작산실의 작품 중 관객들에게 기억할만한 대표작, 레퍼토리 브랜드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뮤지컬 몇 작품을 제외하곤 레퍼토리 브랜드 작품으로 꼽을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응모에 어려움 객관적인 평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비평의 강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성과없는 다작? 육성 방안 강화 해야 6개 장르 332개 신작에도 브랜드 작품 없어..
선정 기준 모호, 진입 장벽 높아.... 비평의 강화, 평가 공정성 높여 디벨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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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선정 기준 모호, 절차 복잡 등 진입 장벽 높아 창의성 우려
창작산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국내 최대, 최다 규모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규모 있는 창/제작 사업이다. 공연예술의 장르별 신작 축제로 지원 규모가 크고 지원 액수도 높은 편이라 창작자들에게는 신작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특히 관심이 높다.
올해 2025년의 창작산실 총예산은 62억 8천만 원이다. 그러나 우선, 응모작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절차가 복잡해 다양한 예술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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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창작산실_허윤정 -무한수렴의 멀티버스 |
예술가단체 A(전통예술)대표는 “선정작들을 보면 출연진의 네이밍(유명예술인 혹은 유명예술단체)이 중요한 것 같다. 절차상 실연에 대한 준비된 팀이어야 하기 때문에 응모 자체가 부담감이 크다. 신진 예술인이나 단체들 중에서는 사전 투자로 준비할 수 있는 단체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성 단체 혹은 유명 예술인들의 캐스팅이어야 한다는 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진예술단체의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최종 심의까지 거치는 과정의 투자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기 선정작들을 보면 기성 예술인들이 이름이 다른 컴퍼니 형태로 비슷한 작품으로 선정된 경우가 보인다.
전통문화콘텐츠 연구소 김승국소장은 " 창작산실이 다액, 다년 선정 방식이 부익부빈익빈, 승자독식 구조를 심화시키고 신생단체의 진입장벽만 높혔다"고 우려했다.
예술의 창의성 해칠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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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음악미학연구회 학술이사인 이민희 박사(비평웹진 멜로스 공동대표)는 ‘2024 한국창작오페라포럼’(서울오페라앙상블 주최)에서 ”체계적으로 지원되는 공연예술창작산실이 반대로 예술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경계를 넘는 창의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오페라 분야에서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화제성도 덜하고 작품성도 애매모호 한 경우가 많다. ‘올해의신작’에 뽑혔음에도 작품성이 좋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으며, 타 장르와 비교해 볼 때 ‘신작으로서’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 이라며, ”국내 창작오페라 제작 씬을 이끄는 지점에 있는 창작산실의 고민과 예리한 통찰력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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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선정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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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창작산실_ |
#② 대중성이냐? 실험성이냐? 목표, 심사 기준 명확히
‘우수 신작’을 목표로 하는 창작산실은 신작이면서 우수한 작품을 목표로 한다. 이에 실험성을 갖는 신작이냐? 안정된 우수작이냐? 의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 기성 예술단체의 콜라보 등으로 기존 작품을 약간 변형하거나 유명 스탭들과 캐스팅의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의 중복 응모 등으로 참신한 신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양상도 있다. 이는 응모조건과 심사에서 장르별 항목의 배점 비율로 명확하고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기획자 P씨는 ”결국은 대중성과 실험성(예술성),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할 지 애매한 부분이 있어 신작 응모에 망설여진다.“며, ”작곡, 대본 등 신작이 준비된 단체가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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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창작산실_ |
기존의 작품을 약간 변형하거나 이름 있는 단체들이 선정되는 심사에 대해 음악평론가 이소영씨는 ”듣도 보도 못한 작품들이 올라오면 아무래도 기존에 이름있고 했던 작품들에 점수를 주게 되는 심사제도의 맹점이 있다. 심사위원의 기준에 달려있는 것 같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비슷한 작품 거르기 혹은 감점 요소를 강화하거나 기초 순수예술 강화, 대중성 배제 등의 구체적인 항목을 통해 1차에서 걸러지는 등의 장치에 대한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 평가 간섭 등 발전 해쳐,, 평가의 공정성 비평 강화 필요
작품 선정에 대한 심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총괄 운영하며 3단계의 단계별 평가(서류➝인터뷰➝실연심의)를 거쳐 작품을 엄선하고, 선정된 단체에는 공연제작비 지원 외에 홍보, 유통 등 간접지원을 하고 있다. 평가에 대한 부분은 2017년부터는 전문가평가단 외에 일반 관객들이 실연심의 및 본 공연 평가단으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평가단은 예술위에서 위촉한 평론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예술인)이 참여해 제출한 리뷰를 블로그를 통해 게재하고 있는데, 주최측에서 평가단을 직접 섭외하고 비평글을 관리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평론가 L씨는 “자체적으로 선정한 작품에 대해 예술위에서 리뷰를 써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신랄하게 쓸 수가 있겠냐?”고 말한다.
실제로 기고된 글에 대해 창작산실측에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작품을 디벨롭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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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재공연 육성, 제작극장 공연 등 방안 특화해야
100편이 넘는 신작 발굴에도 대표작으로 꼽을 작품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창작산실의 성과는 뮤지컬 <마리 퀴리>의 한국 뮤지컬 최초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2024)과 뮤지컬어워즈 수상 등을 주요 성과로 들고 있다. 1~2개월 이상의 장기공연을 하는 뮤지컬 장르를 제외하곤 연극이나 오페라 작품의 지역 한두 군데에서 초청공연으로 17년 창작산실의 레퍼토리화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우수 신작의 장기적인 재공연과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김혜경(전 한문연 회장,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회장)은 “좋은 작품의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첫째 재공연 육성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특히 오페라 장르에서 작곡가. 대본가들도 예술적인 철학에 대한 자체적인 마인드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쳐서 수정하며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세와 필생의 역작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현대음악에서 AI의 음악작업이 어필하는 예가 많은데, 참신한 젊은 작곡가들의 협업 형태 등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셋째로 특정 도시의 제작극장화 시스템을 고려해봄직하다. 지역 회관 몇 곳 초청 몇 회에 그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장기공연의 어려움으로 널리 알려지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정 도시 몇 곳을 선별해 시범적으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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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창작산실 |
16년 동안 창작산실의 신작들이 많이 나오면서 공연 트렌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소재도 다양해졌고, 실험적인 시도들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수 신작'에 대한 내용은 미흡하다. 기억에 남는 손꼽히는 작품이 없고, 재공연되는 작품은 몇 작품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작에 대한 다각도의 홍보와 우수작에 대한 올바른 비평을 통해 관람객을 확장해야 한다. 횟수의 증가와 공연장의 수도 넓혀야한다.
보급과 유통의 문제도 큰 과제로 남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큰 비용을 투자해 배출된 신작이 상품의 개수는 많으나 많은 사람이 향유할 기회가 없다는 것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임효정. 이수민 기자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