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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감정_이지적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

기사승인 2019.12.22  02: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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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서울시향의 2019 시즌도 거의 마지막 공연에 다가가고 있다. 그 겨울 길목에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를 만날 수 있었다.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작년 한국을 찾아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루간스키와 서울시향의 협연은 연초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번 공연에서 루간스키는 프로코피에프의 야성적인 천재성이 담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였다.

 

곡의 시작부터 흐르는 현악군과 목관들의 절망적인 선율은 곡의 도입부로도 아주 적절했다. 노래하는 목관들은 피아노 협주곡 보다도 오히려 오페라 같았다. 갈 길을 잃은 선율들은 공연장을 부유했고, 카덴차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극도로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1악장의 하이라이트이자 곡 전체의 상징인 1악장 카덴차는 루간스키만의 접근이 돋보였다. 자칫하면 쉽게 극단으로 치닫게 되어 오히려 곡이 가진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루간스키는 쉽게 흥분하지 않으며 이지적인 터치를 이어갔다. 기술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접근하기 아주 어려운 난이도로 꼽히는 이 카덴차를 신중하게 접근했다. 중요한 화음의 부각이나, 섬세한 볼륨조절로 카덴차의 구조를 철저하게 설계해서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렸다. 관록의 피아니스트의 노련함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3악장에 등장하는 짓궂고 냉소적인 패시지들은 루간스키의 탄력적인 손놀림으로 시각적인 재미도 더했다. 언뜻 보면 건반을 절반이나 덮을 정도로 커 보이는 루간스키의 손 크기는 빠른 패시지에서 더욱 부각되었다. 무조성을 지나 다시 조성의 영역으로 돌아오며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긴 여정을 마쳤다. 루간스키 특유의 이지적인 터치가 돋보였고,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의 다음 피아노 협주곡인 3번 보다 훨씬 야성미 넘치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앙코르로는 라흐마니노프이 전주곡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종소리와 노래는 러시안 감수성을 전달하기 충분했다. 2부는 본격적으로 서울시향의 시간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교향곡 5번이 연주되었다. 동시대를 살아간 두 러시아의 작곡가들의 작품이지만, 앞서 연주된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이 보다 음악적인 요소에 집중했다면,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당대 사회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안드레이 보레이코가 지휘한 쇼스타코비치는 밸런스가 돋보였다. 비록 과거 소련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떠올릴만큼 신랄하고 원색적인 연주는 아니었지만, 보다 가다듬어지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이 가진 텍스트에 더욱 집중했다. 각 섹션별로 생동감있게 꿈틀대며,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는 모습들도 흥미로웠다.

 

2020년 새로운 서울시향

내년 서울시향 라인업이 발표되었고 티켓 판매가 시작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20년 서울시향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트럼피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다.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는 작년 서울시향과 함께 음악을 만들면서,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확장시켰던 예술가다. 그리고 서울시향의 가장 큰 변화는 상임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의 존재다. 오랜 시간 선장 없이 떠돌던 서울시향에 마침내 중심을 잡아줄 지휘자가 생겼다. 서울시향은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다양한 음악세계를 조명한다. 오스모 벤스케와의 첫 공연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다. 수석지휘자로 활약했던 마르쿠스 슈텐츠와 티에리 피셔도 서울시향과 여전히 함께 할 예정이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와 함께하는 공연 그리고 2020년 쇼팽콩쿠르 우승예정자의 자리를 비워둔 공연도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그리고 내년 역시 베토벤 교향곡 9번과 함께 한 해가 마무리 된다. 늘 연주해온 베토벤 교향곡 9번이지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은 관객들에게 더욱 뜻 깊게 다가올 것이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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