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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베토벤을 찾아서① _나에게 베토벤은?

기사승인 2020.03.11  1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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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잘 알지 못하는 베토벤!

나에게 베토벤은?

Ludwig van Beethoven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 곳곳에서 베토벤의 음악이 울려 퍼지며 다각도로 재조명되고 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전환기를 살았던 베토벤은 당대나 현재나 지금까지 혁신의 아이콘으로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음악가로 많은 음악가들이 베토벤의 영향에 힘입었다. 20세기 가장 저명한 음악사학자 중 한명인 카를 달 하우스(Karl Dal-haus)는 “베토벤의 역사는 19세기 지적 역사와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음악 형식에서도 위대한 혁신가였던 베토벤은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 현악4중주 등 영역을 확대했고,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성악과 기악을 한데 결합시킨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 이 불멸의 음악가 베토벤에 대한 키워드로는 거인주의, 확고함, 자연, 광기, 예술이라는 종교, 환상, 초월, 유토피아 등등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나, 무엇보다 중심에 음악, 베토벤의 작품들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견해와 목소리로 베토벤을 말한다. 베토벤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의 음악에서 무엇을 들었는가? 누구나 나름의 감상과 도취로 위대한 음악가의 창작의 의미에 다가가고자 한다.

“나에게 베토벤은 어떤 의미로 와 닿는가?” “나에게 더 특별한 베토벤 음악은 무엇인가?” 음악가들과 음악애호가들에게 물었다. 음악의 매순간에 떠오르는 추억과 영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아니겠는가. - 편집부 / 임효정. 이수민 기자

 

 

공통 질문

Q1. 베토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Q2.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음악은? 그 이유는?

 

 

이영조 작곡가

: 규범과 자유

 

▶ 나에게 베토벤은 규범과 자유입니다. 초기 그의 음악은 알려진 바와 같이 경직되다 할 만큼 단단한 고전주의 형식미 안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형식과 규범을 과감히 깨고 보다 자유스러운 낭만주의의 음악을 열었습니다. 누구나 이처럼 틀을 깨고 자유스럽고 싶지요. 음악의 형식, 사회규범의 제한으로 부터... 그러나 베토벤 말했습니다. 모든 규칙은 새롭기 위해 깨트릴 수 있다, 단 그것은 규범과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것은 방종과 기만 이라는 거지요 .. 음악 뿐이겠습니까.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규범들 충(忠), 의(義), 애 (愛), 효(孝),... 이런 규범이 무너진 오늘 날의 우리 사회에서 베토벤의 음악은 모든 것을 시사합니다.

 

▶ 교향곡 3번 ‘영웅’과 그 안의 2악장 입니다. 교향곡이라는 4악장 형식과 제1악장에서는 두 개의 대조적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5악장 구조와 제3주제 까지 구사하며 파격적인 형식의 틀을 벗었습니다. 제2악장을 특별히 지목한 것은 오보에(Oboe)에 의해 나타나는 도입부의 짧은 주제를 베토벤은 무려 13번이나 고치고 다듬고, 다시 수정하며 오늘의 이 작품을 탄생 시켰습니다. 번득이는 영감으로 써 가내려가는 천재 모찰트나 슈벨트도 위대하지만 작곡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한 베토벤의 이러한 작곡 태도는 우리가 배우고 깊이 생각하여야 할 위대한 창작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2.

양성원 피아니스트

‘Muss es sein? Es muss sein!’(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_고귀한 강인함!

 

▶ 두 말 할 것 없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음악가이자, 마음 속 묵직하게 자리하는 음악가이지요. 베토벤 영혼의 일기이며 음악사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영향력 있는 여행의 기록인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연주할 수 있음은 저에게 기쁨이자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강압적이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랑하는 연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청각 상실을 가진 고뇌에 찬 음악가로서의 삶.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끝없는 고통. 우울함과 고독에 침잠하다가도 종국에는 ‘희망의 빛’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아니 나아갈 수밖에 없어 운명과 맞서 싸우는 강인한 극복의지란 참으로 대단하고 고귀한 것 같아요. 나아가 그의 불굴의 정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그것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그의 음악을 마주하면 음악가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Muss es sein? Es muss sein!’(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그의 마지막 현악4중주 Op.135에 적힌 메모의 의미는 여전히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운명적 자문자답’으로 전해집니다. 역사는 그를 기다렸어요. 250년 전, 그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클래식 음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을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2020년 연주 프로그램 전곡 베토벤 곡으로”

▶ 베토벤의 음악 중 중요하지 않는 작품도 없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곡들도 많이 있지만, 그 중 꼽으라면 ‘음악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들 중 ‘제8번 c단조 <비창(Pathetique)>, Op.13’ 입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그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이 곡은 강력하고 드라마틱한 첫 악장에서 베토벤이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을 크게 바꾼 최초의 보기라 할 수 있지요. 음악 분야에서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위대한 교량이자, 감정의 공개적 표현을 가장 일관된 지침으로 삼았던 그의 특징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배치된 순간에 거듭하여 느린 도입부를 가져오고 그것을 의미 있고 단편적으로 발전시킨 형태를 되살리는 독창적 음악 어법과 느린 악장의 노래하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그가 마음속 깊이 서정적인 작곡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곡이라 더욱 좋아합니다.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많은 분들의 관심이 큰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올 해 연주할 프로그램들이 모두 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의미가 남다릅니다. 상반기에는 베토벤 250주년 기념 리사이틀, 하반기에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 국립합창단과 Choral Fantasy, Op.8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협연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베토벤의 음악으로 청중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설렙니다.

 

 

3.

김미영 (바이올리니스트 · 대전챔버오케스트라 악장)

“베토벤은 나의 인간적 멘토”

 

 

 

▶ 나는 베토벤의 음악을 공부하기 전에 그의 전기와 어록을 통해 인간 베토벤에 매료되었었고, 그 후 그는 나의 인간적 멘토가 되었다. 나중에 그의 음악을 공부하면서 내가 느끼던 그의 인간적 모습은 그의 음악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정면 대결: 쉽지 않았던 그의 삶에서 그는 정면 대결하여 맞섰고, 이런 면이 그의 음악 곳곳에 드러난다. ‘교향곡 7번 4 악장’, ‘크로이처 소나타’ 등

- 높은 이상: 그는 최고의 선과 도덕을 지향하며 자연과 인류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지닌 사람이었다.

- 치열한 실험정신: 그는 고전 시기의 언어를 답습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매우 치열하게 연구하여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언어를 과감하게 표현하였다. 스포르잔도, 리듬의 다양함, 소나타 형식의 파격적인 시도, 현악 사중주의 새로운 시도 ...

- 유머: 그의 음악을 듣다보면 순진하고 장난스러운 유머가 느껴지기도 한다.

베토벤은 극기야 음악 역사에 큰 획을 그으며 그 흐름을 낭만시기로 인도한다.

 

 

▶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등 좋아하는 곡들이 너무 많아 답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본인이 바이올리니스트라 굳이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고른다면 6번 A Major Sonata 의 2악장.... 이 곡은 이상하게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인데 아직은 젊은 시절의 작품이어서 풋풋하면서도 삶이 쉽지 않음을 이미 느껴서인지 애절한 호소가 늘 나의 맘을 저리게 하는 곡이다.

 

 

4.

마리김 (음악애호가)

“내 편인 변함없는 동지”

 

 

▶ 마음이 힘들 때 무조건 내 편인 변함없는 동지입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있지만, 제가 느끼는 베토벤은 음악에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 청중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작곡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을 듣고 있노라면, 때때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심한 감정의 옥타브가 생기는데... 그것은 인간에게 하나의 카타르시스이며, 그 존재자체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곡가입니다.

 

 

“지친 삶에 영양제처럼 마음을 토닥여주는 음악”

▶ 가장 좋아한다는 말보단 가장 즐겨듣는다고 해야 할 곡은 ‘삼중협주곡(트리플 콘체르토)’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멜로디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겠지만,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이 세 악기가 처음엔 가만가만 일상의 소소한 수다처럼 얘기를 하다가 따스한 情을 나누며, 마지막엔 서로에게 든든한 의지가 되어준다는 것이 큰 감동입니다. 무엇보다 지친 삶에 영양제처럼 듣고 있는 내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마음을 토닥여주는 느낌이라 자주 듣게 됩니다.

 

 

 

5.

강창호 (Alex Kang 문화칼럼니스트 )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

 

▶ 한마디로 ‘추억’입니다. 베토벤 음악을 들으면 어릴 적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쫙 펼쳐집니다. 개구쟁이였던 어린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때의 풋풋했던 첫사랑의 설렘까지… 그 모든 배경엔 베토벤 음악들이 있었습니다. 집 거실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컴포넌트는 주로 이미자, 나훈아, 남진을 불러 재꼈지만 간간히 베토벤 음악으로 카트리지를 옮길 적마다 우리 집은 교양이 넘치는 가정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때 클래식 음악이 주는 정신적 풍요를 즐겁게 체험 학습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눈 감으면 떠오르는 추억들이 하나쯤은 있겠지요? 저에게는 베토벤이 바로 그런 ‘추억’입니다.

 

 

“삶의 시그니처 음악-‘운명!’”

▶ 제5번 교향곡 ‘운명’입니다. 이 음악은 지금 들어도 흥분을 자아냅니다. 신인상주의 점묘주의 기법처럼 네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따다다단~ ~’ 하는 미니멀적인 주제는 각 악기군을 넘나들며 화려한 발전과 변신을 거듭해 점차 절정에 도달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이 음악을 모르면 지구인이 아니겠지요? 사실 전 이 음악 때문에 음대 작곡과에 진학했습니다. 입학 면접에서도 “무슨 음악을 가장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 바로 베토벤 ‘운명’을 이야기했답니다. 그만큼 이 음악은 저의 삶에 있어서 가장 시그니처 같은 음악입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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