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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긴 것

기사승인 2020.05.15  01: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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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이 사라진 공연장,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_‘WorldPianoDay’

예프게니 키신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공연장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건조한 환경과 붙어있는 객석은 공연장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연예술이 주는 가치보다도 관객들의 안전이라는 요소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에 입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오른 대안은 모든 공연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하는 것이었다. 관객은 객석이 아니라 집에 편히 앉아 공연을 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라이브스트리밍 형태로 랜선음악회가 진행되었다. 공공극장들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이 지휘한 서울시향 콘서트, 경기필 부지휘자 정나라가 지휘한 경기필 콘서트 등 오케스트라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해외 예술 단체들은 그들의 아카이브를 공개했다. 이미 자체적으로 아카이빙된 자료가 비교적 풍부했기 때문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빈 국립 오페라가 먼저 그들의 공연 실황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공연장에 올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관객들을 온라인으로 찾아갔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디지털 콘서트홀을 2달 가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밖에도 로얄 콘세르트헤보우, 런던 심포니 등 명문 악단이 아카이브를 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계기로 공연업계는 온라인 스트리밍에 관한 논의가 더욱 가열하게 이루어졌다. 관객이 없는 공연방식은 VR을 결합한 공연, 연주자의 개인 집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등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변주의 클라이맥스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진행한 ‘세계피아노의날(#WorldPianoDay)’ 스트리밍 연주회다. 루돌프 부흐빈더, 다닐 트리포노프, 조성진 등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각자의 집에서 연주를 들려주었다.

다닐 트리포노프

이처럼 기존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형식의 공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연주자와 관객의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관객은 객석이 아닌 랜선 넘어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리고 연주자는 어딘가에 있을 관객을 위해 연주한다.

 

최근 몇 달 간 이렇게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각 기관들은 새로운 공연 형태들을 깨닫고 또 경험했다. 수년에 거쳐 이루어져야 할 작업들은 바로바로 실험무대에 올랐다. 그만큼 즉각적으로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덩달아 만들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촉발한 새로운 방향이었다.

 

관객이 없는 음악회, 관크마저 그리운 랜선 음악회

 

코로나바이러스가 비교적 잠잠해진 국내에서는 공연장을 다시 여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국내 가장 대표적인 기관인 예술의 전당은 4월 22일-26일 연극 ‘흑백다방’을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렸고, 정동극장은 5월 1일부터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를 시작한다. 물론 좌석간 거리를 두는 ‘거리두기 좌석제’ 등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사실 공연예술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현장감이다. 랜선 음악회가 마지막까지 대체할 수 없었던 속성이었다. 현장감이라는 요소 하나 만으로도 랜선 음악회는 어디까지나 대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연장의 관객들은 분명 이 현장감에 일조한다. 옆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공연 내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동을 받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같이 박수를 치며 우리는 함께 감동한다. 랜선 음악회 이전엔 몰랐지만, 관객들도 공연장에서 만들어지는 감동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랜선 음악회 끝나고 관객들은 허전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방구석 음악회에는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같이 치며 감흥을 나눌 관객들이 없다. 나 홀로 앉아 있는 랜선 음악회 그 감흥을 만들 수 없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차츰 약화되어가며, 관객들은 공연뿐만 아니라 또 다른 관객들을 기대하고 있다. 마침내 공연장에서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약자로 공연 중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마저 그리워지는 시점이 찾아왔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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