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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의 국악정담33] 민속춤에 대한 오해

기사승인 2017.09.15  02: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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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독자 여러분들은 한국의 민속춤을 출 줄 아시는가?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한국의 민속춤을 관람한 적은 있어도 직접 춰본 적도 없을 것이고 출 줄도 모르실 것이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춤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거나 한국무용을 전공한 사람들 외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정규 교육과정에서 민속춤의 기본동작에 대하여 배워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물론 관광버스 안에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덩실 덩실 춤추는 행락객들처럼 흘러나오는 가락에 몸을 맡기어 기분 나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춤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한국 민속춤에는 기본적인 장단과 춤사위가 있다.

 

문헌에도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부터 노래와 춤을 생활 속에서 즐겨온 민족이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춤이 우리네 삶과 분리되어 구경거리화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속춤은 다양한 장단에 맞춰 추지만 기본적으로 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 정도만 습득하면 충분하다. 민속춤은 기본적으로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춤사위는 호흡에서 시작된다. 춤사위는 하단전에 모아진 기가 들숨과 날숨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의해 신체 밖으로 표출되어 맺고-풀고-어르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 다음에 손과 손가락, 그리고 손목, 팔과 팔꿈치, 어깨, 발, 무릎을 이용한 춤사위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학습을 통한 요령만 습득하여 자신의 흥과 신명에 자신의 몸을 맡기면 훌륭한 춤이 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우리나라의 간단한 민요도 가르치고 단소로 아리랑 정도는 연주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데, 민속춤은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래와 춤과 음악은 늘 함께하는 것인데 노래와 악기연주는 가르치고 춤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반드시 한국 민속춤의 기본 동작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야한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민속춤에 대한 오해다. 일반 대중들에게 우리나라 민속춤의 특징이 무엇이고 가장 대표적인 민속춤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지면 열이면 일곱, 여덟 명은 우리 민속춤은 ‘한(恨)'이 서린 춤이고 가장 대표적인 민속춤은 승무나 살풀이춤 등이라는 대답을 한다. 한마디로 우리 민속춤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승무나 살풀이춤은 민속춤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춤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민속춤 중에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검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이 4종목의 전승기반은 굳건해졌지만 그 외 수많은 민속춤들의 전승 기반이 무너져 버린 폐단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절제되고 규칙을 준수하는 양식화된 궁중정재의 춤사위와는 달리 민속춤은 자유스러우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비형식화된 춤사위를 가지고 있으며 투박하면서도 우직함을 간직하고 있다. 민속춤은 크게 예인들의 춤과 기층민들의 춤으로 대분(大分)할 수가 있다.

 

예인춤은 상당한 기량과 예술성이 요구되는 춤으로 다시 기방춤, 광대집단의 재인춤, 그리고 무속의 신당춤으로 나누어진다. 기방춤은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검무, 입춤 등과 같은 춤으로서 향유대상은 지배계층이었다. 재인춤은 진쇠춤·학춤·한량무 등이며 무속에서 출발한 신당춤은 도살풀이춤, 신칼춤, 제석춤, 터벌림춤, 부정놀이춤, 지전춤 등이다.

 

기층민들에 의해 추어진 춤은 거칠고 투박하고 우직하지만 즉흥성과 흥과 신명이 가장 잘 어우러진 춤으로서 각 지역의 탈춤, 농악춤, 강강술래, 허튼춤, 병신춤, 보릿대춤, 깨끼춤, 배치기춤 등 다양하고 수많은 춤들이 있다. 기층민에 의해 추어진 춤은 기층민의 노동과 마을굿을 위한 삶의 춤으로 삶의 공간인 일터와 마당춤판에서 추며, 공동체가 대대로 전승하며 양식화된 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였던 고 하보경의 손자인 하용부가 추는 밀양북춤을 무척 좋아한다. 밀양북춤에는 한이 없다. 고된 논매기를 끝내고 백중에 여흥으로 추는 춤이어서 그런지 오직 흥과 신명과 넉넉함이 있다.

 

우리네 조상들은 고된 노동을 춤으로 풀었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며 함께 춤을 추었다. 이제는 우리네 삶 속에서 함께한 민속춤을 더 이상 구경거리가 아닌 우리가 흥겨울 때 추는 생활 속의 춤으로 되살려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우리 춤의 기본을 교육시켜야한다.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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