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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요즘 노래① 김준수의 <이별가>

기사승인 2019.02.14  14: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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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김준수

 

갈까부다. 갈까부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소리 잘하고, 인물 좋고, 인품 좋아 보이는 스타 김준수. 1991년생이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전남예고를 졸업하고 대학 때 서울로 왔단다. 작년 가을, 전통예고학생들을 위한 특강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소리에 입문하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TV에서 본 명창 선생님들의 소리를 흠모하며 꿈을 키워왔다’. ‘사실 아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그렇게 대답하는 말씨가 어찌나 진지하고 겸손하던지 그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 기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가 주는 호감은 물론 말씨나 태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김준수는 2013년에 국립창극단의 역대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하여 무대 마다 호평을 받고 있으며, 여러 유형의 국악 공연장과 TV 프로그램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자꾸 보고 싶은 가수이자 배우다.

그가 부른 노래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 하면 <적성가>도 좋고, <사랑가>도 좋지만 그래도 <이별가>를 들겠다. 먼저 <이별가> 얘기부터 해보자.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는 애 터지게 부르고, 목 메이게 부르고, 자탄하며 불렀던 노래다. 명창도, 청중도 소리 속에 몰입하면 각자 가슴에 품어둔 ‘제 설움’에 복받쳐 함께 눈물 훔치던 그런 노래였다. 이렇게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가 있다.

한 시간 동안 이별 노래라니, ‘ 뚝 떠나면 그만이지 뭔 사설이 그리 많으냐’ 할지모르지만, 실제 소리판에서는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달리 표출되는 슬픔의 농도와 기막히게 절절한 노랫말에 심취되어 지루할 틈이 없는 게 이별대목이다. <춘향가>의 주제라 할 ‘사랑가’는 이별대목의 예고편일 뿐, 진짜 소리 듣는 재미는 ‘이별대목’ 이랄 수 있다. 그 중의 한 대목 ‘갈까부다’. 노래 시작 부분의 가사를 따서 통칭 ‘갈까부다’라고 하는데, 노랫말이 참.. 기막히다.역대 명창들은 이 대목을 길게 불렀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시간이 무르익어가는 중에 갑자기 다가온 이별, 어떻게 말할까 고심하는 몽룡, 이윽고 사정을 말하자 어찌 그럴 수 있느냐 며 목청높여 따지는 춘향, 헤어지는 꼴 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불 지르는 춘향 엄마, 닥쳐온 이별 앞에서 선물 주고받으며 후일을 기약하는 몽룡과 춘향, 차마 못 떠나는 몽룡을 재촉하는 방자, 멀리 떠나는 몽룡 일행이 고개를 넘어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서서 바라보며 온갖 말로 슬픔을 토로하는 춘향, 집에 돌아와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몽룡을 따라가고 싶다며 눈물 짓는 춘향 ~~~. 이 소리를 다 펼쳐 부르면 한 시간쯤 걸린다. 

 

“갈까부다. 갈까부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 나는 가지.

바람도 쉬여 넘고 구름도 쉬여 넘는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 모도다 쉬여 넘는 동설령(冬雪嶺)고개

우리 님이 왔다 허면 나는 발 벗고 아니 쉬여 넘으련만 어찌허여 못가는고,~~~”

 

이런 노래다. 떠나보내기는 하였지만, 어디든 따라가겠다는 눈물어린 결의를 힘주어 부르는 슬픈 노래인데, 이 대목을 김준수가 퓨전밴드 ‘두 번째 달’의 연주에 맞춰 말끔하게 다듬어 불렀다. 원래 노랫말의 여러 수식 대신 서정적인 싯구를 선택하여 뜻을 풀고, 김준수의 맑고 애수 띤 목청이 어울려 5분 남짓한 노래로 재탄생되었다. SP 음반 시절 송만갑 명창의 소리부터, 김소희, 조상현, 김수연, 안향련, 안숙선, 배일동 명창의 이별가와 비교해보면 분명코 ‘요즘 이별가’로구나 싶다.

두번째달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에 수록된 '이별가'는 이몽룡을 떠나보낸 춘향의 슬픔과 그리움이 담긴 대목이다. '별후광음'과 한 곡처럼 연결하여 슬픔과 그리움을 더욱 더 절절하게 표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dMsfYdp2M&feature=youtu.be

 

밴드의 연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처절한 눈물, 썩는 한숨을 불러일으키는 옛 <이별가>의 정서를 몇 겹 걷어내고, 좀 말간 슬픔에서, 조금 진한 호소로 맺는다. 이 정도의 애잔함이 요즘 청중들과 통하는 수준일까 싶다. 옛날 명창 소리 귀에 익은 분들에게는 싱거울 수 있겠으나 어찌하랴.. 요즘 청중들과 호흡하는 소리라니. 김준수가 마흔쯤에 다실 부를 <이별가>의 색채가 궁금하다.

 

빅터사의 음반
김준수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및 숙명가야금연주단 대표 겸 예술감독을 역임. 저서로 『한국음악 첫걸음』, 『꿈꾸는 거문고』, 『국악 이렇게 들어보세요』, 『한국 악기』 등 다수.

 

 

* 요즘 노래와 전통 소리를 비교해 들어보세요.

 

두번째달 - 이별가(feat. 김준수)

https://www.youtube.com/watch?v=rKdMsfYdp2M&feature=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lWi5EnOg1Mw

 

동편제 명창 송만갑(宋萬甲, 1865~1939년)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고수:한성준)

https://www.youtube.com/watch?v=pBWbhDGEf4Q

 

 

김소희 춘향가_오리정_이별

https://www.youtube.com/watch?v=lEONt7PUAEA

 

박초월 판소리 춘향가 - 이별가 (パンソリ 春香歌 - 離別歌, 70s)

https://www.youtube.com/watch?v=NyBliUsxV0U

 

 

춘향가'갈까부다' 안숙선 명창

https://www.youtube.com/watch?v=U5ebGIfnGCY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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