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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뽑은 요즘노래⑮_정민아의 ‘주먹밥’

기사승인 2020.06.07  20: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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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했네 망했네 망했네”

정민아 _photo by 오민정

 

“망했네 망했네 망했네”

 

진짜 슬픈 얘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웃는다. 지겨운 회사생활을 접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창업을 했다가 며칠 만에 접었다는데, 그래서 정말 죽은 지경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관객들은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와 “망했네 망했네 망했네”를 따라 부르며 마치 아무개의 ‘성공스토리’에 환호하듯 몰입해서 듣는다. ‘홍대 가야그머’, ‘모던 가야금’ ,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이런 애칭으로 통하는 정민아가 지어 부른 “주먹밥”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가 처음 나온 지는 꽤 되었다. 2011년에 나온 정민아 3집 <오아시스>에 수록되었는데, 그 음반 타이틀 곡보다 더 오래 사랑받고 있다.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을 소재로 만들 만들었는데, 노랫말이 어찌나 솔직하고 생생한지 들을 때 마다 실감이 난다. 그리고 나도 웃고, 노래 끝난 후로도 ‘무서워 무서워’, ‘망했네 망했네’ 선율을 흥얼거린다. 무섭지도 않고, 망했지만 뭐 괜찮지~~. 다른거 하면되지.. 이렇게 생각했을 정민아 마음도 헤아려본다.

 

노래 얘기를 좀 해보겠다. 정민아의 창업 아이템은 주먹밥. 회사(정민아는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전화 상담원으로 오래 일했다)를 그만두고 주먹밥을 만들어 팔면 음악 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지하철 입구에서 팔았더란다. 첫날은 좀 팔리기에 이렇게 하면 돈을 좀 벌겠다 싶었고, 돈 벌기 쉽구나 싶었더란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을 이천 개나 준비하여 다음 날을 준비하는 동안, 한편으로는 쫓겨날까봐, 벌금 낼까봐, 망할까봐.. 무서워 무서워하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다음날은 첫날보다 더 조금, 그 다음날은 첫날보다 더 조금밖에 안 팔렸다. 왜냐고? “이걸 어떡하지 망했네 망했네 망했네 맛없는데~~” 좀 심각하게 망한 이야기를 듣다 이 대목에서 이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정민아는 자기 얘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 생각이나 느낌을 애써 포장하지도 않는다. 노랫말에 어려운 말이 없고, 이 노랫말을 담아내는 선율이나 리듬 등의 음악 요소들도 복잡하지 않다. 25현가야금으로 연주하기 적당한 화성을 골라 쓰면서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데, 본인은 만들면서 많은 고민을 했겠으나 듣는 입장에서는 참 편안하다. 쉽고,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정민아의 생활 노래. 그의 노래가 갖는 최강점이라 여긴다.

 

정민아는 편하게 음악하기 어려웠던 젊은 날의 환경을 뚫고 ‘요즘 노래’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오늘 소개한 ‘주먹밥’은 그런 날의 노래다. 유난히 어렵고,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코로나 19 비상 정국’에서, 어려운 나날에 스스로 노래를 지어 부르며 다음 걸음을 떼 놓았던 정민아의 어느 날을 생각해본다. 음악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다양한 노래로 쏟아져 나오기를 고대해본다.정민아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네 종의 음반에 아주 다양한 노래를 담아냈다. 예전부터 있던 노래를 리메이크 한 것도 좀 있고, 자작곡 노래도 많은데, 소탈하고 친근한 창법으로 다시 부른 옛 노래들도 좋고, 자기 얘기를 담은 새 노래도 재밌는게 많다. 그리고 요즘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기적으로 새로운 주제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노래 만드는 정민아’를 생각하면 작은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공방 주인 이미지가 떠오를 때도 있다. 잘 팔리든 안 팔리든 매일매일 뭔가 새로 만들고, 고치고, 전시도 하고, 이따금 친한 이들과 ‘플리마켓’도 열면서 살아가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나누는 마음 느긋해 보이는 공방 주인 말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사실 정민아의 음악열정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색을 하고,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를 맹렬하게 연주하는 정민아의 이면을 보면 정민아의 ‘노래공방’에서 무엇이 나올지 지켜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공방에 뭔가 주문하듯, 언젠가 정민아에게 나를 위한 노래를 맞추러 가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주먹밥- 정민아. 서영도

https://www.youtube.com/watch?v=AiX-1etEhuw&list=RDAiX-1etEhuw&start_radio=1

 

 

송혜진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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