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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요즘 노래 ⑨_조유아 '엿타령'

기사승인 2019.12.22  02: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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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하는 노래가 아니라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 무대 위의 노래가 아니라 일상 속에 뿌리내린 노래의 힘....

2019년에 대중들에게 가장 인상 깊게 각인되었을 ‘요즘 노래’로 조유아의 <엿타령>, <만년필 타령>을 꼽는다. 

TV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송가인의 친구’로 등장하여 ‘꾸밈없이’, ‘스스럼없이’, ‘재미나게’, ‘흥겹게’ 불러 바라보는 이들을 그냥 웃게 만든 노래. 친구들과의 모임 뒤풀이에서 늘 해왔던 것처럼 호흡 척척 맞춰 부르는 장면은 ‘콘서트’ 무대에서 ‘오랜 고민’ 끝에 발표하는 요즘노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엿타령>은 엿장수 노래고, <만년필 타령>은 만년필 장수 노래다. 엿장수는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봉에서 열아홉살 먹은 처녀가 동삼물로 만든 엿.’ ‘청춘과부가 혼자 누워 잠 못 잘 때 먹는 엿’. ‘만주봉천에 좁쌀엿, 동래 부산에 사탕엿~~’을 소개하고, 만년필 장수는 ‘슬슬이 빌빌이 슬슬이 빌빌이’, ‘오끔조끔 오끔조끔’, ‘왕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이 나오듯’ 만년필에서 잉크가 흘러나오는 모양을 묘사하면서 만년필을 이용해 편지와 각종 문서에 글을 쓰는 내용을 촘촘히 엮어 부른다. 

조유아가 부르는 이 타령들은 우선 쉽고 재밌다. 노랫말도 와 닿고, 노래의 장단이나 가락도 간단하며. 간단한 구절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금방 다 따라 부를 수 있다. 감상하는 노래가 아닌 함께 부르는 노래다. 

대중들은 앞소리 메기는 가수가 순간순간 지어내는 재치만점 노랫말과 순발력에 감탄하고, 굽이굽이 잘도 넘어가는 목구성에 반하며 지칠 줄 모르고 뒷소리를 함께 부르며 ‘오지고 오진’ 소리판을 즐긴다. 살맛이 절로 나는 노래판이다.

예전에는 이런 소리판들이 여기저기에 시시때때로 있었겠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 이 노래들이 민요 채집가들의 녹음기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고, 옛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어쩌다 한 번씩 이렇게 놀 뿐이다. 

간혹 국악 공연 뒤풀이에서 무대 보다 더 진진한 장면들이 펼쳐지기도 하나, 무대에서 ‘예술’을 하는 이들이 이런 모습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일은 드물던 차에 국립창극단 조유아가 그 ‘틀’을 깨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 모습이 얼마나 신선하던지 보는 내내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내공 백단’ 조유아 노래의 근원이 궁금했다. 조유아(1987년생)는 진도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소리공부에 입문했고, 전문 교육과정을 거쳐 2016년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안정적인 소리와 캐릭터 강한 연기로 여러 작품에서 인기를 모았으며,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는 여주인공 그리셰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이 노래는 ‘조유아 엿타령’의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 그녀의 아버지 조오환(전라남도무형문화재 제40호 조도닻배노래 예능보유자), 이 노래를 조오환에게 가르쳐준 어머니 박색구(1909-1992), 그리고 그 어머니에게 노래 유전자를 물려주셨던 외할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내력 있는 소리였다. 

MBC 한국민요대전에 박색구님이 부른 엿타령이 들어있고, 유튜브의 ‘얼씨구TV’에서 진행된 조오환님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조유아 집안의 대단한 노래 DNA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유아의 <엿타령>과 <만년필타령>은 작곡, 편곡, 콜라보.. 등의 새로운 작업을 곁들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불러도 좋았다. 

그 노래가 가진 본모습대로 전한 ‘힘’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상하는 노래가 아니라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 무대 위의 노래가 아니라 일상 속에 뿌리내린 노래의 힘 말이다. 

만일 조유아가 이 노래를 작편곡자에게 맡기고, 여러 가지 악기연주를 곁들여 어느 음악회장이에서 격조 있게 불렀더라면, 그리고 이를 음반에 담는 작업으로 소개했어도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만일 이 노래가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더라면 이런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일련의 시스템을 통해 새롭게 양산되는 여러 유형의 요즘 노래들이 제각기 의미를 갖추고 세상에 나오지만 청중들의 공감을 얻기 힘든 현실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오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조심스레 되물어본다.

송혜진(음악평론가,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Gv5N_I59yBs

https://www.youtube.com/watch?v=U5uhyFo5xgU

https://www.youtube.com/watch?v=sMA3uDPD_Ac&t=5s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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