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송혜진의 가려 뽑은 요즘노래 ⑫ _이희문의 <청춘가>

기사승인 2020.03.11  14:27:40

공유
default_news_ad2

- "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이전의 <청춘가>에 없던 존재감을 완전히 새롭게 각인시켜준다."

이희문의 노래 중에서 하나만 꼽으려니 힘들다. 그가 낸 여러 장의 음반을 들추고,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을 찾아보니 정말 꼽고 싶은 노래가 많기도 하다. 가짓수도 많을 뿐더러 같은 곡이라도 스타일도 다양하다. 이희문에게 물어볼까?

아마 그에게도 무리한 질문일거다. ‘경기소리’ 가수로서 그 계통의 노래를 다 ‘요즘노래’처럼 불러내는 이희문. 시간이 겨우 3분밖에 없다 해도, 자그마치 300분 동안이나 불러야 한다 해도 끄떡없이 온전히 자기를 드러내며 노래하는 그에게 한곡만 꼽으라는 건 미안한 일일 수 있다. 다시 여러 곡들을 들으면서 마침내 특정 노래가 아니라 그냥 ‘이희문’을 꼽는 게 옳겠구나. 그가 옛 노래들을 요즘 노래로 만들어내는 대표 아이콘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희문은 지난 2월 20일부터 26일 사이 6일 동안 매일 공연을 했다. ‘깊은 사랑(舍廊) 3부작’이라는 제목으로 2017년부터 매년 기획했던 노래공연을 연달아 2회씩 펼쳤다. ‘목소리’를 생각하면 다소 무리해 보이는 공연이었고, 더구나 전염병으로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는 악조건이었지만 그의 ‘완주’를 소망했다.

그 동안 이희문은 <깊은 사랑 3부작>에서 경기소리의 옛 전통과 계보를 차곡차곡 짚으며 ‘오늘 내가 부르는 노래’의 의미를 전했다. 그가 하나의 공연개념으로 뿌리내리고 싶어 하는 ‘깊은 사랑’은 음악 애호가들과 가수들이 만나는 일종의 노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특히 사대문 인근에 살며 경제적으로 좀 여유로웠던 상공인들이 일거리가 드문 겨울동안 움집에 열었던 노래 사랑방을 ‘깊은 사랑’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희문은 현 시점에서 추적가능한 경기 소리의 소통 공간, ‘깊은 사랑’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전승과 창작, 소통과 향유의 현상 자체를 공연 소재로 삼았다. 누가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가 하는 외형적 전수가 아닌 그 소리의 집에서 벌어진 일들을 적극적으로 알고 해석한 것이다. 그가 벌이려는 ‘깊은 사랑 3부작’을 위해 몇 문장으로 정리한 글이 있다.

“소리꾼 이희문이 사년 째 짓고 있는 소리의 집. ‘깊은 사랑’.

관객과 소리꾼의 밀착 공감 현장이자 소리 좋아하고 안목 높은 관객들이 소리꾼을 기다리는 공간이며, 소리꾼이 자신의 ‘오늘’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헌정하는 성소 다. 깊은 사랑은 옛집이 아니며, 깊은 사랑에서 부르는 노래는 옛 노래가 아니다.

오랜 소리의 내력을 오늘 얘기로 풀어내어 노래의 감각을 살려내는 이희문의 내공이 늘 놀랍다. 그가 짓는 깊은 사랑에 ‘생동하는 노래의 기쁨’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그를 처음 보았던 2009년 늦가을, ‘그의 소리는 무르익을 것이고, 그의 무대는 세련되어 갈 것이다. 기운은 가라앉아 무게 있는 ‘예술’로 깊어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경기소리의 전설로 남은 어떤 명창처럼 ’입만 벌리면 저절로 노래가 나오는 가수‘가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부르다가 새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탄생시킬 수 있는 창작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었다. 그리고 이희문이 벌이는 ‘현재 진행형’의 노래 걸음을 응원해왔다. 돌아보니 어느덧 십년이 넘었고, 지독한 소리사랑과 변신을 꿈꾸는 열정은 그를 옛 노래를 요즘노래로 창작해내는 선두주자의 자리에 데려다 주었다.

이희문의 소리 속을 누비다가 그래도 한 곡 <청춘가>를 꼽는다. 프렐류드라는 그룹과 협업한 <한국남자>(2017) 음반 수록곡이다. 20세기 초반, 신민요의 하나로 애창되었던 노래인데, 가사는 건전하고, 곡의 구성은 짧고 단순하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불릴 때보다 여러 가지 경기민요를 연이어 부르는 ‘메들리’의 하나로 선곡될 때가 많다.

그런데 이희문은 이 노래를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이전의 <청춘가>에 없던 존재감을 완전히 새롭게 각인시켜준다. 이희문이 창조한 경기소리의 이런 새로움을 적지 않은 청중들이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미래’라 치켜세우고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다.

송혜진(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이희문 & 프렐류드- 한국남자의 청춘가

https://www.youtube.com/watch?v=wSfdR8eT_o0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