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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요즘 노래⑤_ 고영열 <사철가>

기사승인 2019.06.25  17: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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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열의 <사철가>

 

고영열의 목소리는 성격이 분명하다. 고영열 만의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는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와 ‘착~’ 감긴다. 그의 고유한 음색은 판소리를 부를 때도, 가요를 부를 때도 잘 드러나서 금방 ‘이 목소리 고영열이구나~~ ’ 알 수 있고, 누구나 다 아는 노래를 부르더라도 ‘역시 고영열이 부르니까 다르구나’ 끄덕이며 듣게 된다. 성량은 풍부하고, 중 저음이 매력적이며, 특히 판소리에서 ‘희성’이라고 부르는 창법을 구사하는 그의 목소리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애절한 호소력’이라고 할까. 고영열 특유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사철가>를 들었을 때, 그 첫부분 ‘이산저산 꽃이 피니’이 대목이 오래 맴돌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2016년 한국음악프로젝트 본선에서였다.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다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더라.

 

영화 <춘향뎐>에서 조상현 명창이 불러 유명세를 탄 <사철가>를 고영열은 기타리스트 서호연의 연주에 맞춰 ‘원곡과 참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불렀다. 이 곡의 첫인상은 창작곡 경연대회인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본선에 걸맞는 곡인지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원곡과 비슷했고, 좀 더 귀기울이며 다르게 짜여진 점에 주목해보면 ‘창작곡이 아니랄 수도 없는’ 묘한 경계에 놓여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바라봐야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중에, 심사위원들은 이 곡을 ‘동상’작으로 선정했다. 이후 고영열은 재즈기타리스트 서호연과 함께 수많은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불렀다. 원곡과 같고도 다른 고영열의 <사철가>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차츰차츰 원곡을 대체할만한 힘을 얻으며 인기 레퍼토리로 살아남았다.

고영열의 <사철가>는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국악방송에서 제작한 웰메이드 뮤직비디오 <GMV 프로젝트> 중의 한편이 고영열의 <사철가>다. 본래 서호연의 기타 연주 하나에 맞춰 부르던 소리에 베이스(이재하), 트럼펫(박종상), 드럼(한경욱)이 가세하니 음악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매력적인 소리조합이다. 영상감독 김재은은 이 풍요롭고 매력적인 사철가 사운드를 아름다운 한옥 배경과 동화같은 영상 스토리를 결합시켜 소리의 격을 한껏 높였다. 영상을 보며, 소리를 듣는 동안 호기심 많은 어린 고영열, 소리에 입문한 소년 고영열, 소리꾼으로 성장한 청년 고영열이 봄-여름-가을-겨울-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순리를 알아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다. 영상과 노래가 참 잘 어울린다. <사철가> 말고, 고영열의 소리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은 많다. 소리꾼 김준수, 밴드 두 번째달과 함께 작업한 <춘향가> 음반 수록곡, 기타리스트 서호연과 함께 작업한 <카운트 업> 음반 수록곡, 고영열 작사 작곡 작품으로만 구성된 <상사곡-님을 그리는 노래> 음반 수록 곡 만해도 스무 곡이 훨씬 넘는다.

 

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노래가 하나 더 있다. 국악방송 ‘콘서트-오늘’ 김율희편에 고수로 참여해 피쳐링한 ‘궁자노래’다. 이 곡은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19금’ 수준의 가사로 부르는 노래인데, 이 중에서 고영열은 특유의 음색으로 ‘밤이 깊었다 어서와’ 부분을 ‘은근하게’ 응대한다. 두 소리꾼이 공연에서 임시로 호흡을 맞춘 노래라 다시 들어볼 기약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고영열만큼 섹시하게 부를 소리꾼이 또 있으랴 싶다. 이 글 읽는 분들은 유튜브나 국악방송 홈페이지에서 ‘고영열, 궁자노래’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시길 권한다.(^^ )

고영열은 아직 20대다. 걸어나갈 소릿 길이 창창하고, 그의 두려움 없는 젊음으로 무장된 보기 좋은 젊은 소리꾼이다. 판소리 수업 기본도, 독학으로 익혔다는 피아노 연주도,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창작 역량도, 지속적인 작업 에너지도 모두 잘 갖췄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김재은님이 만들어낸 고영열 <사철가> 영상을 보도 들으며, 즐거운 ‘고영열’ 상상의 꼬리를 이어가 본다. 고영열은 계속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옛 노래를 오늘 노래로 바꿔갈 것이다. 이 길에서 고영열의 <사철가>도 점점 더 멋을 더해갈 것이다. 그쯤되면 누군가 옛 <사철가>를 ‘고영열처럼’ 따라 부를 것이고, <고영열 사철가>라는 고유명사도 생겨날 것이다. 즐거운 상상이다.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 저술가)

 

 

고영열 노래, 김재은 영상 <사철가>

https://www.youtube.com/watch?v=jcCB0RE4Y-Y

 

김율희*고영열 궁자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dB0GF8459lE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THE MOVE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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